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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기 예수님 세상에 오신 날, 하늘로 돌아간 이가 있습니다. 이 젬마 어르신. 지금쯤 하늘나라에서 할아버지 만나 따스한 손 맞잡고 계시겠지요. 하늘나라 구름 위에서 지는 노을 바라보며 손에 손을 잡고 이승의 소풍이야기하실까요.

(한센) 병이 걸리지 않았다면 어느 누구보다 단란한 가정 이루며 더 행복하게 살아가셨을지 모를 어르신. 어르신은 기도로 자신의 아픔을 달랬지요.
 (한센) 병이 걸리지 않았다면 어느 누구보다 단란한 가정 이루며 더 행복하게 살아가셨을지 모를 어르신. 어르신은 기도로 자신의 아픔을 달랬지요.
ⓒ 김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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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하에 자녀 하나 없었지만, 기도로 슬픔도 미움도 모두 이겨내셨던 멋쟁이 할머니. (한센)병이 걸리지 않았다면 어느 누구보다 단란한 가정 이루며 더 행복하게 살아가셨을지 모릅니다.

일제 강점기 일본 와세다대학 법학부 재학 중 병에 걸렸던 할아버지. 이화여대 재학 중 병에 걸렸던 할머니. 이 두 분은 병으로 손에 쥔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이런 인연 덕분에 소록도에서 부부의 연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증손녀 벌인 사회복지사가 손톱에 매니큐어 칠해주면 수줍은 얼굴로 고맙다고 하신 소녀 같은 할머니.
 증손녀 벌인 사회복지사가 손톱에 매니큐어 칠해주면 수줍은 얼굴로 고맙다고 하신 소녀 같은 할머니.
ⓒ 김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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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걸렸으니 할아버지를 만났지···. 안 그러면 어떻게 인연이 되겠어요."

조곤조곤하게 말씀하시던 할머니. 세상의 모든 재물과 욕망을 뒤로하고 물러나게 한 한센병. 오히려 이 병이 소중한 인연의 끈을 만들었다며 오히려 감사의 기도를 올렸던 이 젬마 어르신. 생전에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우리를 있는 그대로 봐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아직도 한센병력인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세상 사람들에게 하신 당부겠지요.

햇살 좋은 오후 어느 날. 직원의 무릎을 베개 삼아 누운 할머니의 표정이 참 해맑았습니다.
 햇살 좋은 오후 어느 날. 직원의 무릎을 베개 삼아 누운 할머니의 표정이 참 해맑았습니다.
ⓒ 김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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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한센병은 피부질환입니다. 완치가 가능한 병입니다. 병을 빨리 발견해 치료하면 병으로 인한 후유장해 등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결핵과 달리 약을 먹으면 격리할 필요가 없습니다. 전염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유전도 되지 않고요. 제대로 알지 못해서 오는 한센병에 관한 오해와 편견. 이제는 버릴 때입니다.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歸天)>처럼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며 아름다웠다고 말씀하실지 자신이 저는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해찬솔 일기 http://blog.daum.net/haechansol71/



태그:#한센인, #산청 성심원, #귀천, #소풍, #성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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