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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이 입주한 경향신문사 1층 현관 유리문을 열기위해 경찰이 캡사이신 최루액을 뿌리며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입주한 경향신문사 1층 현관 유리문을 열기위해 경찰이 캡사이신 최루액을 뿌리며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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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22일 민주노총 강제 진입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과 민주노총 등이 형사고소와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조치에 나서면서 '압수수색 영장 없는 강제 진입'의 불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찰의 행위를 불법으로 보는 쪽은 '압수수색 영장 없는 강제진입은 불법'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날 경찰은 5000여명을 동원해 민주노총 사무실이 있는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사옥 주변을 봉쇄한 뒤 잠금장치 등 기물을 부수고 건물 안에 진입해 수색까지 펼쳤다. 당시 경찰은 김명환 위원장 등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만 제시했을 뿐, 압수·수색영장은 갖고 있지 않았다. 이에 앞서 법원은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은 기각한 바 있다.

경찰이 압수·수색영장 없이 건물에 강제진입하면서 제시한 법적 근거는 형사 소송법 216조다. 이 법 조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 다음의 처분을 할 수 있다"고 하여 "타인의 주거나 타인이 간수하는 가옥, 건조물, 항공기, 선차 내에서의 피의자 수사"와 "체포현장에서의 압수, 수색, 검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민변 등은 헌법 12조 3항 영장주의를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민변과 민주노총 등이 23일 경찰청장과 서울지방경찰청장, 남대문경찰서장 등을 형사고소하겠다고 하면서 밝힌 법적 근거는 직권남용, 특수건조물침입, 불법체포·불법감금죄, 집해방해, 일반교통방해 등이다.

민변 "피의자 발견 못한 상태... 체포영장 아니라 압수수색 영장 필요"

민변은 "피의자를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피의자를 찾기 위한 목적으로 타인의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는 '피의자를 체포·구속하는 행위'가 아니므로 별도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면서 "장소적으로도 '타인의 주거 내'에서만 수색이 가능함에도 '타인의 주거 밖에서', 그것도 '잠금장치를 해제·제거하면서까지 강제로 들어가는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위법성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민변은 또 "경찰 주장처럼 형사소송법 216조가 적용된다고 가정하더라도 구속영장 집행의 경우에는 타인의 주거에 설치된 잠금장치를 해제·제거하고 들어갈 수 있으나, 체포영장 집행은 구속영장의 집행에 관한 규정이 전반적으로 준용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특히 피의자·피고인의 주거 등의 잠금장치를 해제·제거할 수 있는 근거규정인 형사소송법 138조는 준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이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의 효력을 별도로 규정하면서 차등을 두고 있기 때문에 구속영장 집행시 할 수 있도록 한 잠금장치 해제 등의 행위를 체포영장만 가지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수많은 경찰이 건물에 진입한 강제처분은 형사소송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다는 비례의 원칙도 위반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민변은 또 강제 진입 과정에서 공무집행방해를 이유로 경찰이 노조원과 시민 130여명을 연행한데 대해서도 "영장주의와 비례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경찰의 행위는 위법한 공권력 남용이고, 따라서 이를 지적하면서 항의한 행위를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점도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법정에서 법리적으로 치열하게 다툴 듯

그러나 민변과 민주노총의 고소가 법원의 판결로 이어질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체포영장만으로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 지방법원 판사는 "체포영장의 집행을 위해서 타인의 건조물에 들어가서 피의자를 수색하는 행위는 가능한 걸로 보인다"며 "체포영장만 있고 수색영장이 없었다고 해서 타인의 건조물에 들어가 피의자를 수색하는 게 다 불법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지역의 한 변호사도 "언론 보도로 접한 상황으로는 체포영장 집행 범주 안에서 크게 벗어난 일은 없었던 것 같다"며 "고소를 통해서 정치적으로 저항하는 의미는 있겠지만 승소를 장담할 순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태그:#민주노총, #수색영장, #체포영장, #강제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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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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