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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라며 1인 시위에 나선 한 여고생의 1인 시위 현장.
▲ 1인시위 하고 있는 학생을 둘러싼 인파 "안녕하십니까? 라며 1인 시위에 나선 한 여고생의 1인 시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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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현 정부는 어떻냐고 물어봤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습니다. 자주 뵐 수 있는 어른 분들게 지금의 정치는 옳은 것인지 여쭤봤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어린 게 뭘 알아, 공부나 열심히 해라'였습니다.

학생 여러분, 청년 여러분 그리고 대구 시민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진정으로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구의 한 고등학생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안녕하지 못합니다.

고려대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지역에서도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대학 내 대자보가 심심치 않게 나붙고 심지어 고등학생들까지 이에 가세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지난 21일 대구의 중심지로 불리는 동성로에서는 한 여고생이 1인시위를 하며 서 있었다. 그는 왜 이토록 추운 겨울날, 이 대구 도심지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무려 6시간가량 옴짝달싹하지 않은 채 자신을 에워싼 시민들을 향해 침묵의 시위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잰걸음으로 가던 길을 재촉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안녕들 하십니까'군"이라며 곁눈질을 하고 가는 이도 많았다. 여고생의 1인시위 현장을 지켜보며 "힘내세요", "장하다"라고 용기를 북돋아주거나 커피, 음료를 건네주고 어깨를 다독거리며 칭찬하는 어른들의 모습도 보였다.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여고생에게 다른 한 여고생이 자신이 하고 있던 목도리를 건네주고 있는 광경.
▲ 목도리를 건네주고 있는 한 여고생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여고생에게 다른 한 여고생이 자신이 하고 있던 목도리를 건네주고 있는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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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간간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며 인사를 했고, 한 동년배의 여성은 자신이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손수 그녀의 목에 둘러주는 감동적인 모습도 보였다. 한 중년의 회사원은 "대구 사람들은 주로 정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은 부분도 생각하게 하는 글귀인 듯하다. 한마디로 용감하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왔다고 한 심진욱씨도 "1인시위로는 다소 모자란 부분이 있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 젊을 때 자신의 의견을 소신껏 펼치는 것, 시도하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건우씨는 "저 학생의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피가 끓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서 "대구에서 이런 것(1인시위)을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익명의 여대생은 "지난 번 촛불집회 때 나오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지금 어른들보다는 더 밝은 것 같다"면서 초콜릿을 건네주기도 했다.

오랜 시간 거리에 서서 1인시위를 벌인 그의 속내를 들어보았다.

한 어느 여고생의 "여러분은 과연, 안녕하십니까?"
▲ 1인시위 광경 한 어느 여고생의 "여러분은 과연,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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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에서 1인시위를 한 이유는?
"처음에는 학교에 대자보를 붙이려고 했는데 그렇게 하기보다는 직접 나서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이렇게 실행하게 되었다. 학생들이라고 해서 사회에 무관심하게 지낼 것이 아니라 정치,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서 나오게 되었다."

- 시민들의 반응이 뜨겁던데?
"사실 저녁 6시 30분에 마치려고 했는데 가려고 하면 사람들이 몰려들고 하여 훨씬 더 많이 알리고 싶어 쉽게 이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저의 글을 읽어준 시민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고, 직접 찾아와 격려해주고 용기 주며 먹을 것까지 주신 분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 오늘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인가?
"요즘에 나오는 기사, 요즘에 묻히는 기사들을 골자로 그냥 저의 마음을 적은 것이다. 대통령 부정선거, 민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학생의 입장에서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이야기를 적은 것이다."

- 대통령 부정선거라면?
"한 표도 소중하다고 말하면서 국민들을 속였다. 이런저런 사실들이 밝혀졌음에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이 속상할 따름이다."

- 학교에 알려지면 불편함(징계)이 따를 수 있을 텐데?
"욕을 듣거나 징계받는 것에 (1인시위) 하기 전에는 두려움이 따랐는데, 직접 나와 해보니 그런 두려움이 해소됐다."

- 교과서 부분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학생들이 한국 현대사를 잘 모르는 것은 현대사 부분은 주로 학기말에 편성되다보니 아이들이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를 담당하시는 선생님들이 이런 부분은 신경을 잘 써줘야 한다고 본다."

- 학생들의 사회참여에 대해?
"학생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표출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학생이라고 시간이 없다고 하여 무관심하게 있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본다."

- 앞으로도 1인시위를 할 것인가?
"처음에는 힘들었고 (1인시위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했다. 직접 나와서 사람들이 많이 제 글을 동의해주는 것을 보면서 다시 한번 1인시위에 나서볼 생각을 하고 있다."


태그:#1인시위,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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