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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5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을 전격 개편했다. 유신헌법 초안을 작성한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을 비서실장에, 홍경식 전 서울고검장을 민정수석에 임명했다. 여기에 황교안 법무부 장관,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까지 합하면 그야말로 박근혜 정권의 실권이 공안검사 출신들에게 넘어갔다고 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시사인>은 지난 8월 17일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검찰 칼 빌려 MB 겨누나>라는 제하의 커버스토리로 "박근혜 대통령이 공안검사 출신으로 청와대 핵심 참모를 교체한 배경이 뭘까, 4대강 사업과 원전 문제 등 이명박 정부의 비리를 정면 겨냥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청와대는 이미 검찰에 신호를 보냈다"고 분석했다.

<시사인>은 그 근거로 7월 10일 감사원이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로 바꿀 것을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했다'고 감사결과를 발표하자 이정현 홍보수석이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비판한 사실을 들며, "검찰의 본격 수사에 앞서 분위기를 잡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명박 정부 참모들은 상황이 혹여 5공 비리 청문회 때인 1988년으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걱정한다"며 "그해 11월이 다 가기 전에 전두환 전 대통령은 백담사로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친이 대 친박' 프레임은 허구, 진실은 '선거부정 이·박 담합'

그런데 지금, 11월이 지나고 12월이 지나 한해가 다 가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 비리 청산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정권의 실권을 장악한 공안검사 출신들이 겨냥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비리가 아니었다. 그들은 연이은 '종북 몰이'로 민주진보세력 전체를 '종북'으로 몰았고, 전교조와 철도공사노조에 강경 대응하고 있다. 정권의 공안검사 출신 실세들이 칼끝을 겨냥한 곳은 민주진보세력 전체였다.

'이명박 구속 및 박근혜 사퇴'를 위한 개신교 평신도 대책위원회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 계단에서 열린 시국기도회를 마치고 대한문으로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명박 구속! 박근혜 퇴진!" '이명박 구속 및 박근혜 사퇴'를 위한 개신교 평신도 대책위원회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 계단에서 열린 시국기도회를 마치고 대한문으로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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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공안통치'의 목표는 분명하다. 민주당과 민주진보세력을 무력화시켜서 경쟁 가능성 있는 후보를 재기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려는 것이다. '반대파를 효과적으로 동원'하여 민주진보진영을 분열시키고 각개 격파하여 민주진영의 정권교체 능력을 소멸시키려는 것이다. 이런 공안 통치는 집요하게 계속될 것이다.

앞서 언급된 <시사인>의 분석이 딱 맞아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왜 <시사인>이 잘못된 예측을 하게 된 것일까? 그것은 허구에 불과한 '친이 대 친박' 프레임으로 정국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했기 때문이다.

사실 '친이 대 친박' 프레임은 박근혜 후보를 이명박 정부와 분리시켜주고, 2012년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연이은 승리를 보장해준 프레임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파탄으로 인해 정권교체 요구가 매우 높은 상황에서도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와 박근혜 후보의 대선 승리가 가능했던 힘은 '친이 대 친박 프레임'에서 나왔다.

지금은 "박근혜 정부 1년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 6년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 승계라는 것이 드러났지만 지난해 대선에서 '친이 대 친박' 프레임은 박근혜 후보 당선이 마치 정권교체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 줬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시작된 '친이 대 친박' 프레임이 이명박 정부 내내 지속된 것은 민주당의 지지부진에 기인한 바 컸다. 당시 민주당은 의석수가 81석에 불과해서 제1야당의 역할을 해내기가 벅찼던 데 비해, 박근혜 의원은 중요 이슈마다 야당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였고 '친이·친박' 프레임이 계속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친이 대 친박'의 프레임은 완전히 허구의 프레임이 되었다. 필자가 <'대선 담합' 없었다, 이명박근혜 못 믿겠다>에서 분석했듯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의 '이·박 담합' 없이는 국정원 대선공작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친이 대 친박' 프레임은 언론에 의해 과장된 측면이 있는데다, 지난해 대선을 거치면서 친이와 친박은 이미 한 몸이 되었기에 정국을 '친이 대 친박'의 대립구도로 보는 것은 현실과 다른 허구로 세상을 보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었다.

MB 최대 실정 4대강 사업 청산, 박 대통령은 왜 미적대나?

'친이 대 친박' 프레임이 허구임을 가장 분명히 보여주는 사안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의 최대 실정인 4대강 사업을 청산하지 않는 것이다. 시민단체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4대강 사업 책임자 57명을 검찰에 고발했어도 박근혜 정부는 미적거리기만 할 뿐 사실상 꿈쩍도 않고 있다.

4대강조사위원회,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와 시민 3만9천여 명은 지난 10월 2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4대강 사업 책임자 57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의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들은 "피고발인들은 4대강사업이라 속인 채 국민이 반대하는 대운하사업을 강행했고, 그 과정에서 대형 건설사들의 담합비리까지 자행됐다"며 "피고발인들은 대운하 사업에 22조 원이 넘은 예산을 불법 지출해 국가에 22조 원의 손해를 끼치고 건설사 등에 같은 액수의 재산상 이익을 안겨줬다. 이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상의 배임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4대강 사업과 관련하여 몇 가지 새로운 사실들이 확인되었는데, 특히 다음 두 가지가 확인되었다.

첫째는 홍수방지 치수사업으로 준비된 4대강 사업을 대운하 전초사업으로 바꾸라고 직접 지시한 사람이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이 지난 10월 11일 국회 국토교통위 윤후덕 민주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4대강 종합정비관련 균형위 상정안건 VIP 사전보고 결과 보고' 문서에 의해 확인됐다. 둘째, 당시 국토해양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대로 4대강 사업을 대운하 전초사업으로 변질시켜 추진하되 그것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은 채, 즉 국민을 속이며 추진했다는 것 역시 같은 문서에 언급돼 있었다(관련기사 : "박재완, '대운하 변질' 숨기고 4대강 추진 주도").

이렇게 4대강 사업이 애초의 홍수방지 치수사업에서 대운하 전초사업으로 국민들 모르게 그 본질이 변질됨에 따라 애초 '소형 보 4개 설치, 준설량 2.2억㎥, 사업비 13.9조원' 규모의 사업이 '대·중형 보 16개 설치, 준설량 5.7억㎥, 사업비 22.2조원' 규모의 사업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4대강 사업 책임자들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의 배임, 형법 상 직권남용 등의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므로 검찰은 즉시 수사에 나서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 책임자들은 국민을 기망하여 국민혈세를 불법 지출한 만큼 국민의 이름으로 이들에게 불법 국고탕진 금액을 손해배상으로 받아내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자전거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자전거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 이명박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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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관련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지난 10월 15일 "결국에는 정경유착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자금 흐름을 검찰에서 추적하면 거기서 뭔가 문제가 잡힐 것이다. 그것은 민간에서는 할 수 없고 수사권이 있는 검찰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검찰의 4대강 사업 비자금 비리 수사와 관련자 처벌을 주문했다.

그러나 지금 박근혜 정부는 미적대기만 할 뿐 꿈쩍도 않고 있다. 새누리당 안에서도 제기되는 4대강 사업 청산에 대해 귀를 닫고 있다.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이명박 정부의 잘못을 시정할 것으로 당연히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지금 이명박 전 대통령은 태평세월을 보내고 있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왜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잘못을 시정하지 않는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어떤 빚이 있기에, 또 어떤 거래가 있었기에 잘못을 시정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로 인해 지금 국민들은 마음속으로 '대선 부정 이·박 담합'을 점차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면죄부 주기 감사원 감사와 양건 전 감사원장 토사구팽

4대강 사업 과거사 청산과 관련하여 되돌아볼 일이 있다. 바로 지난 7월 10일 감사원의 4대강 사업에 대한 3차 감사결과 발표와 이어서 일어난 8월 23일의 양건 당시 감사원장의 전격 사표 제출이다.

감사원은 지금까지 총 3번의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는데, 지난 2011년 당시 김황식 감사원장과 은진수 감사위원이 발표한 1차 감사 결과는 4대강 사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올 1월 17일 양건 당시 감사원장이 발표한 기술적 문제에 집중한 2차 감사결과는 4대강 보가 중대형임에도 소형 보 설계를 적용하여 부실공사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올 7월 10일 발표한 3차 감사결과는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로 바꿀 것을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했다'는 것이었다. 3차 감사결과 발표 후 박근혜 대통령이 4대강 사업 청산에 들어갈 것이라는 언론의 추측 보도가 잇따랐고, 앞에서 언급한 <시사인>의 보도 역시 그런 맥락이었다. 

그런데 8월 23일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되었지만 4대강 사업 청산의 선봉에 있는 것으로 보였던 양건 당시 감사원장이 갑자기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양건 원장은 기자들에게 "박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유임 전화를 받았다"고 자랑하고, 국회에서 "헌법학자로서 헌법에 보장된 임기를 지키겠다"고 말할 정도로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가 강했기에 그의 중도 사퇴는 돌연한 일이었다.

그런 만큼 여러 설들이 나왔는데, 사건에 접근하는 방식은 크게 대비되었다.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친이 대 친박' 프레임으로 접근하고 분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4대강 사업 청산에 드라이브를 걸려고 하는데,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양건 감사원장이 이에 저항했고 갈등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하여 양건 감사원장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의리 때문에 사표를 제출했다는 것이었다.

반면 진보언론은 양건 원장을 희생양 삼아 '신·구 정권 충돌 진화'에 나선 게 아니냐는 점에 무게를 두었다. 민주당 역시 "4대강 감사 결과 발표를 둘러싼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양건 감사원장을 토사구팽(兎死狗烹)으로 삼았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렇게 양건 감사원장이 사퇴한 이후 그나마 진행되던 4대강 사업 청산은 흐지부지 사라져버렸다. 그런 점에서 당시 양건 원장 사퇴는 토사구팽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당시 이명박 계는 "감사원장의 자진 사퇴가 불가피하다"(이재오 의원)며 반발하고 격앙돼 있는 상황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어떻게 반발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로 바꿀 것을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했다'는 감사원의 3차 감사 발표는 겉으로 보기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 같지만 숨겨진 본질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고 4대강 사업 청산을 퉁 친 것에 불과했다고 할 수 있다.

왜냐면 지난 10월 15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답변한 것처럼 감사원은 내부적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법처리 대상인지 검토했지만 대상이 아닌 것으로 결론 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바로 양건 전 원장은 중도 사퇴했으며, 그 이후 그 나마 진행되던 4대강 사업 청산은 흐지부지 사라져버렸다.

4대강·MB 사법처리 여부는 '이·박 담합' 사실 여부 판단 기준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파탄으로 인해 정권교체 요구가 매우 높은 상황에서도 박근혜 후보의 대선 승리가 가능했던 힘은 '친이 대 친박 프레임'에서 나왔다. 정권 승계를 정권교체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비롯한 이명박 정부의 잘못을 전혀 시정하지 않고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이명박 대통령 사무실이 입주한 한 빌딩앞에서 '대선 전 2012년 9월 2일 100분간 '단 두분'께서 무슨 말을 나누셨나요?"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여당 대선후보가 배석자 없이 장시간 회동을 한 후 국정원 댓글 건수가 급증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 정봉주 전 의원, MB사무실앞 1인 시위 정봉주 전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이명박 대통령 사무실이 입주한 한 빌딩앞에서 '대선 전 2012년 9월 2일 100분간 '단 두분'께서 무슨 말을 나누셨나요?"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여당 대선후보가 배석자 없이 장시간 회동을 한 후 국정원 댓글 건수가 급증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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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럴까? 무엇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잘못을 시정하지 못하는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12월 16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박근혜 대통령에게 충정으로 조언했다.

"이명박 프레임을 벗어나야 한다."
"국정원 의혹과 4대강 비리, 해외자원 개발 의혹 등 이명박 정권의 의혹을 털지 못하면 같이 묶여서 좌초할 것이다."


자신의 측근이 이렇게 충정으로 직언하는데도, 또 이전 정부와 묶여 좌초할 위험이 있는데도 박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의 잘못을 시정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뭔가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4대강 사업 청산과 이명박 전 대통령 사법처리 여부는 대선 부정 '이·박 담합' 실제 여부를 판단하는 리트머스 종이가 될 것이다.

만일 지금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계속 4대강 사업을 청산하지 않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잘못을 사법처리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대선 부정 '이·박 담합'이 실제로 있었다는 증거라고 갈수록 국민들은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태그:#부정선거, #4대강, #이박담합, #친이 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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