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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쿠사, 시마바라, 나가사키 해도
 아마쿠사, 시마바라, 나가사키 해도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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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오카 대신 오니이케로

로사리오관을 나오니 일본 측의 이시하라 간사가 오늘 변경된 일정과 행선지에 대해 설명한다. 강풍으로 인해 토미오카에서 모기로 갈 수가 없어 페리 노선을 오니이케(鬼池)-구지노츠(口之津)로 변경한다. 구지노츠에서 나가사키까지는 승용차로 이동한다. 사실 토미오카에서 모기까지는 배로 45분이면 되고, 모기에서 나가사키까지는 1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다. 그런데 구지노츠로 해서 나가사키를 가려면 2시간 가까이 걸려 1시간 이상 늦어지게 된다.

이제 우리는 아마쿠사 섬의 서쪽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달린다. 토미오카가 북서쪽 끝 레이호쿠(苓北)에 있다면, 오니이케는 북동쪽 끝 이츠와(五和)에 있다. 우리는 중간에 기카이가우라(鬼海ケ浦)의 블루 가든에서 점심을 먹는다. 그런데 이곳이 일본의 석양 100선에 드는 명소다. 깎아지르는 절벽 아래로는 파도가 세차게 부딪친다. 절벽 아래로 바위섬이 이어지고, 서쪽으로는 황량한 바다가, 북쪽으로는 나가사키 반도가 보인다. 나는 계단을 내려가 섬 가까이까지 가본다. 여전히 바람이 세고 풍랑이 심하다.

기카이가우라의 바다 풍경
 기카이가우라의 바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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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1000엔짜리 뷔페식인데, 값도 싸고 먹을 것도 많다. 이곳의 점심식사대는 우리 측에서 부담했다. 이번 심포지엄과 여행에서 식대와 교통비는 일본 측에서 부담하지만, 고마움의 표시로 한 번은 우리 측에서 내는 것으로 약속됐기 때문이다. 그들은 비교적 값싼 점심을 우리가 부담하도록 배려를 한 것이다. 심포지엄을 위해 세 번째 일본을 방문하지만, 그들의 꼼꼼한 계획과 상대방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정말 배울 만하다.

뷔페식으로 음식을 선택하는 회원들
 뷔페식으로 음식을 선택하는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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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해안을 따라 가는데 우리말 방송이 들린다. KBS-1 Radio 오후 프로그램 '라디오 중심 이규원입니다'가 나온다. 약간의 잡음이 섞이긴 했지만 방송을 제대로 들을 수 있다. 일본 측 사카모토 회장이 "당신네 나라말 방송"이라고 배려를 해준다. 이규원 아나운서가 고은 시인과 전화로 <무제시편>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최근에 고은 시인은 제목이 없는 607편의 시를 싣고 그 제목을 <무제시편>라고 붙였다. 상당히 역설적이다.

고은 시인은 지금까지 안성에서 살았다. 그런데 그가 최근 거처를 수원 광교산 근처로 옮겼고 그후 첫 시집으로 <무제시편>을 냈다는 것이다. 지난 봄과 여름을 지내며 떠오른 시상을 시로 표현했고, 제목으로 인해 그 시상을 구속받기 싫어 제목을 붙이지 않았단다. 그는 또 우리말로 글을 쓸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이렇게 외국에 나와 의사소통에 부담을 느낄 때 모국어에 대한 간절함이 더욱 강해진다. 그래선지 고은 시인의 말이 더 구구절절하게 들린다.  

오니이케 이야기

큐슈전력 레이호쿠발전소
 큐슈전력 레이호쿠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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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이제 큐슈전력 레이호쿠발전소를 지난다. 큰 연통이 하나 있는 것으로 보아 화력발전소로 보인다. 일본은 지난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원자력 발전의 가동을 중단시켜 전력량이 상당히 부족한 편이다. 그렇다면 이 발전소의 중요성이 조금 더 높아졌을 수도 있다. 발전소를 지나면 레이호쿠마치 소재지가 나오고 여기서부터 동쪽으로는 324번 지방도가 이어진다. 이곳 아마쿠사는 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밭에 푸르른 채소가 자라고 있다. 작업하는 농부들의 모습도 보인다.

레이호쿠마치를 지나 이츠와 지역으로 들어서자 바다 건너 시마바라(島原) 반도가 아주 가까이 나타난다. 시마바라와 아마쿠사 지역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그만큼 경치가 좋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오후 1시 40분에 오니이케항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오니이케-구지노츠간을 연결하는 시마데츠(島鐵) 페리가 운행하기 때문이다. 시마데츠 페리는 승용차와 버스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중형 페리다. 그러므로 태풍만 불지 않으면 운행할 수 있다. 페리는 낮 2시 10분에 출발한다고 한다.

약 30분 정도 시간 여유가 있다. 나는 항구 주변을 살펴본다. 항구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아마쿠사 시로 동상이다. 그것은 아마쿠사 시로가 아마쿠사 최고의 영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이끄는 봉기군이 토미오카 성을 함락시키지 못하고 시마바라의 하라성(原城)으로 옮겨가게 되는데, 이때 그들 봉기군이 이곳 오니이케에서 바다를 건너 구지노츠로 건너갔기 때문이다. 구지노츠에서 하라성까지는 7km밖에 되지 않는다.

주호도자기
 주호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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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시 대합실에 들러 진열된 아마쿠사 도자기를 감상한다. 아마쿠사의 유명한 도자기 7-8종이 전시돼 있다. 우리가 심포지엄 전에 방문했던 혼도의 마루오야키(丸尾燒), 푸른색이 두드러진 히사시가마(久窯), 회갈색이 두드러진 고자도코가마(小田床窯)가 눈에 띈다. 그리고 동물을 과장되게 표현한 하마히라가마(濱平窯)는 재미있다. 이곳 이츠와에서 생산된 히카리가마(光窯)도 전시돼 있다.

그런데 내 눈에는 주호가마(壽芳窯)가 가장 마음에 든다. 다카하마야키(高浜燒)에서 만든 고급 생활도자기로, 깨끗하면서도 예쁘기 때문이다. 특히 색상이 밝으면서도 그림이 수채화 느낌이다. 다카하마 도자기는 스스로를 희고 얇고 투명하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이들 도자기 값이 그리 싸지는 않다. 1300엔에서 3000엔 사이다. 그렇다고 아주 비싼 편은 아니다.

오니이케-구지노츠 페리
 오니이케-구지노츠 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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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타고 갈 페리가 부두에 정박해 있다. 3층 짜리로 1층에 차량이 들어가고 2·3층에 사람이 타도록 돼 있다. 일본 측 사카모토 회장과 이시하라 사무국장이 승합차를 타고 우리와 함께 이 페리를 타기로 한다. 그들이 우리를 시마바라 반도의 운젠(雲仙)을 지나 나가사키까지 데려다 줄 것이다. 시마바라 반도 서안도로는 다치바나만(橘灣)을 따라 펼쳐지는 해안길로 경치가 정말 좋다고 한다. 우리는 이 길을 따라가면서 시마바라 반도의 절경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구지노츠 가는 길

페리에 탄 세 모녀의 모습
 페리에 탄 세 모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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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이케에서 구지노츠는 바로 건너 보인다. 배로 30분 거리다. 배는 낮 2시 10분에 출항한다. 월요일 오후여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는 않다. 그러나 고정 여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마쿠사를 떠나는 게 아쉬워 잠시 갑판에서 풍경을 감상한다. 그런데 바깥바람이 너무 강하고 차다. 배가 선수를 돌려 바다로 나가자 파도가 좀 더 심해진다. 우리는 이내 선실로 들어간다. 선실에 승객들은 각기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

차분하게 바깥 풍경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 시간이 가면서 아마쿠사는 멀어지고 시마바라가 가까워진다. 30분쯤 지나가 구지노츠 항구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은 산언덕에 있는 등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구지노츠는 안으로 들어간 만에 위치하고 있어 항구로서의 입지조건이 좋은 편이다. 항구 초입에 구지노츠 역사민속자료관이 보인다. 이 조그만 항구에도 박물관이 있다니, 이게 일본의 힘이다.

오바마온천
 오바마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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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노츠는 미나미시마바라(南島原)시에 속한 마치(町)단위 지방자치단체다. 구지노츠마치의 인구는 6700명쯤 된다. 배가 항구에 정박하기 전 우리는 승용차에 오른다. 왜냐하면 정박과 동시에 차로 배를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배에서 나온 차는 항구를 벗어나 바로 251번 지방도를 탄다. 251번 도로는 해안을 따라 아이노(愛野) 전망대까지 이어진다. 중간에 오바마(小浜) 온천을 지난다.

이곳 오바마는 시바바라 반도 서해안에서 가장 큰 마치다. 인구가 1만649명이며 온천으로 유명하다. 오바마온천은 수온이 105℃고 일일 용출량이 1만5000톤이나 된다. 나트륨이 함유돼 있어, 신경통·근육통·만성피부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2013년에는 이곳에 온천수를 이용한 발전소가 만들어져 정격 출력 210kW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오바마는 운젠온천과 운젠다케(雲仙岳)로 오르는 출발점으로도 유명하다.

아이노 전망대에서 바라본 운젠다케

아이노 전망대에서 바라 본 운젠다케
 아이노 전망대에서 바라 본 운젠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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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마치를 지난 차는 휴식을 위해 아이노 전망대에 잠깐 선다. 이곳은 운젠다케를 가장 잘볼 수 있는 곳으로 일본 천황도 이곳을 다녀갔다고 적혀 있다. 길게 펼쳐진 해안 너머로 운젠 산악의 봉우리가 겹쳐 보인다. 운젠다케는 3봉(峰)5악(岳)으로 이뤄졌다고 말한다. 전통적으로 보현악(普賢岳·1359m)이 가장 높았는데, 1990년과 1995년 화산폭발로 1483m의 더 높은 봉우리가 생겨났다. 사람들은 이 봉우리를 당시 연호를 따 평성신산(平成新山)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곳 운젠다케의 서남쪽에 운젠온천이 있다. 운젠온천은 유황온천으로 유명하다. 운젠온천에 대한 기록은 70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교기(行基) 스님이 이곳 온천산에 만명사(滿明寺)와 온천신사를 건립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운젠다케는 지금 활동을 멈춰선지 아주 평온해 보인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 아래 숨죽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가끔 화가 나면 용암을 분출해 사람을 놀라게 한다. 가장 최근에 분출한 것이 1995년이다.


태그:#오니이케-구지노츠 페리, #기카이가우라, #아마쿠사 도자기, #구지노츠, #운젠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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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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