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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라는 물음이 이렇게 절박하게 전국을 흔들 수 있을 줄 몰랐다. 편한 사이의 인사인 '안녕'은 사람들 사이의 친근함의 표시이자 바람이다. 이런 인사를 통해 서로의 안녕을 확인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안녕하지 못한 사회에 대한 인식의 전면에 내재되어 있는 듯 해 가슴이 먹먹해지는 때이다.

하지만 말로 서로의 안녕을 확인할 수 있는 사람에 비해 훨씬 안녕하지 못한 존재가 있다. 말을 하지 못하는 동물들이다. 추운겨울이 더 엄혹할 수밖에 없다. 사람도 절박한데 무슨 동물 이야기냐고 웃을 수 있지만, 새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한 마디 해보고자 한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학연합야생조류연구회, 한남대 야생조류연구회는 지난 14~15일 금강조사를 진행했다. 매년 진행되는 금강조사에서 안녕하지 못한 새들을 여러 곳에서 확인 할 수 있었다. 2011년 웅포대교에서 성당포구에 이르는 구간에서 200여 마리 이상 서식하던 큰고니(천연기념물 2급, 멸종위기종)는 2011년 99마리로 감소하더니 올해 약 70여 마리로 줄어있었다. 4대강 사업 완공이후 3년 만에 1/3이나 줄어든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사람 접근이 용이해지고 준설로 인해 수심이 깊어진 탓으로 추측된다.

올해 약 70여 마리가 금강을 찾아온 것으로 조사되었다. 작년 조사에서 결빙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99마리가 조사된 것에 비하면 많이 줄었다.
▲ 금강하구를 비행하는 큰고니 올해 약 70여 마리가 금강을 찾아온 것으로 조사되었다. 작년 조사에서 결빙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99마리가 조사된 것에 비하면 많이 줄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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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하구둑에 매년 40여 마리가 찾아오던 개리(천연기념물 325호, 멸종위기종)도 올해는 한 마리도 관찰되지 않아 안타깝다. 금강에서 많이 관찰되던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종이 현재는 관찰 자체가 쉽지 않다. 지속적인 개발과 인간의 간섭에 새들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서식처를 버리고 있다. 사람들이 집을 버리고 길거리로 나앉는 것과 다르지 않은 현실속에서 새들도 겨울을 보내고 있다.

30만마리가 찾아와 장관을 이뤘던 금강의 가창오리는 올해 금강을 지나쳐 전라도로 이동했다.
▲ 2008년 금강을 찾아왔던 가창오리 무리 30만마리가 찾아와 장관을 이뤘던 금강의 가창오리는 올해 금강을 지나쳐 전라도로 이동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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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오리를 제외하고 매년 6~10만 마리가 찾아오던 금강의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새들의 먹이서식처인 논의 면적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1년 쌀 재배 면적이 2010년에 비해 4.3%가 줄었다고 한다. 실제로 논산, 서천, 군산, 익산, 부여 등의 대규모 논이 하우스 등의 특용작물 시설로 변하거나, 개발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과거 추수후 논에 많이 있던 낱알은 곤포사일리지(논에 하얀 비닐로 동그랗게 말아놓은 것)가 개발되면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겨울철새들의 먹이경쟁은 그야말로 극으로 치닫고 있다. 그리고 점점 더 심각해지는 먹이경쟁은 겨울철새 개체수 감소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생물다양성협약 등을 통해 국가가 낱알 비용을 지원해주는 등의 대책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새들의 휴식처인 강 본류와 바다의 상황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금강의 경우 4대강 사업을 통한 준설로 강의 저수지 내 휴식할 만한 공간이 사라졌다. 대규모 준설은 새들이 안전하게 휴식을 취하고 채식하는 하중도(하천중간에 형성된 섬 ex : 밤섬)와 모래톱을 없애버렸다. 하중도와 모래톱이 사라진 커다란 물그릇에 불과한 금강에서 새들은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 천적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의 준설과 담수로 사라진 모래톱과 하중도! 지난해에는 녹조가 창궐하는 지역으로 바뀌어 버렸다.
▲ 왕진교 하류에 4대강으로 사라진 하중도와 모래톱 4대강 사업의 준설과 담수로 사라진 모래톱과 하중도! 지난해에는 녹조가 창궐하는 지역으로 바뀌어 버렸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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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진 수심 또한 문제다. 1m 내외의 얕은 물에서 서식하는 물새들에게 준설로 깊어진 2.5m이상의 수심은 서식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맥질을 통해 풀부리나 부유물들을 먹고사는 수면성 물새들에게는 깊어진 수심은 심각한 문제가 일 수밖에 없다.

또한 둔치의 대규모 시설설치로 인해 사람과 천적들로부터 보호구실을 하는 차단막이 없어져 새들은 편안하게 쉴 수도 없다. 매년 금강하구를 찾아오는 가창오리가 올해 전혀 관찰되지 않고 있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다른 새들에 비해 민감한 가창오리는 갈대밭 등 조성된 공원에서 신변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람이 거의 이용하지 않는 공원이지만 새들에게는 위협요인이 된 것이다. 몇 년 전 1박 2일을 통해 금강하구에 찾아온 가창오리가 소개되어 유명세를 탓지만 올해는 금강이 아닌 전라도에서 먹이활동을 벌이고 있다.

갈대밭이 사라지고 대규모 시설들을 만들었지만 사람은 없고, 새들도 떠났다.
▲ 금강에 만들어진 시설물(성당포구) 갈대밭이 사라지고 대규모 시설들을 만들었지만 사람은 없고, 새들도 떠났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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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군산과 장항을 잇는 거대한 다리가 공사 중에 있어 갯벌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어렵다. 또한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가 곳곳에 쌓이고 있는데, 이런 쓰레기를 잘못 섭취해 새의 위에서 쓰레기가 발견되는 사례도 왕왕 있다.

매년 버려진 쓰레기또한 새들에게는 위협적인 요인이다. 새들의 배에서 라이터와 쓰레기가 발견되는 사례도 종종 있다.
▲ 장항 바닷가에 수거된 쓰레기들 매년 버려진 쓰레기또한 새들에게는 위협적인 요인이다. 새들의 배에서 라이터와 쓰레기가 발견되는 사례도 종종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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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배 등에서 유출되는 기름은 갯벌과 물을 이용하는 겨울철새들에게 치명적이다. 새의 몸에 기름이 묻으면 인위적인 처방없이는 지워지지 않는다. 깃털이 유지되지 않고 체온 유지가 불가능해 결국 죽게 된다. 이번 조사에서도 기름에 묻은 갈매기가 발견돼, 조사자들은 안타까움에 발을 굴러야 했다.

하얀배가 검은색 기름으로 번벅이되어 비행중인 갈매이의 모습
▲ 기름범벅이된 갈매기 하얀배가 검은색 기름으로 번벅이되어 비행중인 갈매이의 모습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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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강에서 겨울을 보내는 새들은 안녕하지 못하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만 원앙사촌, 크낙새, 따오기 등이 멸종되었고 많은 새들이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새들의 멸종은 결국 사람들의 멸종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람의 안녕을 위해서라도 이제 새들의 안녕을 챙겨야 할 때이다. 사람들의 멸종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라도…….


태그:#금강정비사업, #대전환경운동연합,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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