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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남녀를 무론하고 결혼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여성보다 남성이, 도시총각보다 농촌총각이 더 힘들다. 지난 12일 이런 악조건을 갖춘 농촌도시 안성에서 결혼정보회사를 꾸리는 9년차 박용준 대표의 사무실(안성 인지동)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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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9년차 결혼정보회사를 꾸리고 있는 박용준대표는 농촌도시에 있으니 결혼을 성사하는 것보다 결혼 후 사후 관리가 더 중요하더라며 웃었다. 지금도 몇년이 지났지만, 박대표와 부부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행정사항을 문의해오기도 한다고 했다.
▲ 박용준 대표 올해로 9년차 결혼정보회사를 꾸리고 있는 박용준대표는 농촌도시에 있으니 결혼을 성사하는 것보다 결혼 후 사후 관리가 더 중요하더라며 웃었다. 지금도 몇년이 지났지만, 박대표와 부부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행정사항을 문의해오기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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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한 번 하기 왜 이리 힘드냐

"여성들이 꺼려하는 신랑감 리스트가 6가지로 축약되더라고요. 첫째 농촌총각, 둘째 부모모시는 총각, 셋째 연봉 3천만 원 이하 총각, 넷째 고졸출신 총각, 다섯째 키 170cm 이하 총각, 마지막으로 내성적인 총각입니다."

농촌총각이 장가가기 힘들다는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박 대표에 의하면 "땅이 많고, 재산이 많아도 농촌 산다고 하면 일단 꺼린다"고 했다. 아래에 가서 말하게 될 국제결혼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박 대표의 사무실에 등록된 여성회원 중 고졸여성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하다 못해 전문대졸 여성도 없다고 했다. 고졸남성이 설 자리는 없다. 거기다가 170cm 이하인 남성은 또 어쩌라고. 박 대표는 "168cm 이상의 남성들은 겨우 턱걸이로 합격점을 얻는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내성적인 총각은 안 된다"고 유난히 강조했다. 내성적인 남성을 만난 후 여성들은 대부분 "재미없는 남자는 다음에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한다는 거다. 남성이 아무리 성실하고 자상해도, 조용한 남성은 그걸 보여 줄 기회조차 박탈당한다는 것이다.

그가 따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 나이 많은 사람은 더 어렵다. 한국의 남녀 결혼 평균 연령은 여성 29세, 남성 32.8세다. 박대표는 "대졸 남녀끼리도 35세 이하 남성, 32세 이하 여성을 원한다"고 했다. 맥시멈으로 말한다고 해도 '40세 이하 남성, 35세 이하 여성'을 원한다고 했다.

이상적인 조언과 현실은 엄연히 달랐다

그러면 어떡하란 말인가.

"키가 작은 남성은 '키높이 구두'라도 신고 맞선에 나가라. 내성적인 남성은 반드시 '유머책'을 사서 읽어라. 그리고 거울을 보며 연습하고 또 연습하라. 설령 여성을 웃기지 못했더라도 여성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인해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박 대표는 고객들에게 항상 "자신이 성사시켜준 많은 부부들 중 행복하게 잘사는 부부들은 자상하고 성실한 사람을 만난 부부"라고 조언해준다. 그래야 부부가 잘살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입소문이 좋게 나서 이 회사도 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여성들이 찾는 배우자조건이 현실이라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 사무실은 국제결혼 담당 박용준대표와 국내결혼담당 양서연원장이 서로 파트너십을 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안성 재래시장 근처에 있는 사무실은 사랑방이며, 주말에 사람들이 더 찾아와 붐빈다고 했다.
▲ 박용준대표와 양서연 원장 이 사무실은 국제결혼 담당 박용준대표와 국내결혼담당 양서연원장이 서로 파트너십을 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안성 재래시장 근처에 있는 사무실은 사랑방이며, 주말에 사람들이 더 찾아와 붐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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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실 속 농촌도시 안성은 어떨까. 안성은 조그만 농촌도시여서 웬만하면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연결되어 있다. 결혼을 성사시키는 것은 물론 결혼 후 행복하게 잘 사는 것도 신경을 써야 한다. 결혼하고 잘살면 고객이 늘어나지만, 못 살면 그 집안과 원수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농촌총각들에게 "국내결혼을 추진하다가 안 되면 나중에 국제결혼을 해보려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추진하는 게 좋고, 외국여성들도 나이든 사람은 싫어한다'는 이유 외에 타당한 이유가 또 있다고 했다.

"외국인 신부들도 눈이 높아 졌어요"

간혹 중국 한족 여성과 한국 남성이 이 사무실에서 맞선을 보곤 한다. 한족 여성도 다짜고짜 "아파트 있어요? 부모 모셔요?"를 묻는다고 했다. 이 두 가지가 만족이 되지 않으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제 외국여성들도 눈이 높아졌어요. 외국여성들도 주변을 통해 한국과 한국남성의 실상에 대해서 많이 듣게 되거든요. 일전에는 대졸 남성이 베트남에 가서 배가 나왔다는 이유로 처음에는 여러 여성들에게 거절당하는 해프닝이 있었죠."

결혼을 했다 해도 한국에 도착한 외국 여성 입장에선 자신의 시집과 주변 한국인들의 사는 정도를 비교하게 된다고 했다. 예컨대 그녀들의 자국에선 남성의 월급이 200만 원이라면 큰돈이지만, 한국에선 아니라는 거다. 그녀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 있다는 거다.

"이미 캄보디아에선 자국의 여성을 신부로 맞으려면 외국남성은 월수입 2550달러(약 280만원)에 50세 이하이어야 한다고 법으로 정했죠. 지금 현재로 베트남 신부가 우리나라에 많이 오지만, 베트남 자국에서도 남녀비율이 맞지 않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결국 국제결혼법이 강화될 겁니다. 앞으로 국제결혼도 쉽지 않게 될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내년 4월부터 우리나라에서도 국제결혼법을 강화시킨다고 했다. '첫째, 결혼 당사자가 기본적으로 언어소통이 원활하게 되어야 한다' '둘째, 원룸 등 월세 소유자들은 지원자격에서 제외된다' '셋째, 국제결혼을 해서 이혼하게 되면 5년 이내에 재혼을 금지한다'는 법이다.

결혼하려면 현실적인 노력을 해야

그는 "당신이 독신주의자가 아니라면 기회가 없어지기 전에 주변 편견에 휩쓸리지 말고 당당하게 국제결혼을 준비하라"며 "국제결혼은 개인도 살리고, 가정도 살리고, 나라도 살리는 일이며 부끄러워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어쨌든 "장가가려면 '키높이구두'를 신고, 유머책을 읽어라"는 그의 말은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여 그에 맞는 노력을 하라는 말이리라. 대한민국 노총각들이여! 이제 '키높이구두'와 '유머책'을 사보는 건 어떨까.


태그:#결혼, #박용준, #농촌총각, #결혼정보회사,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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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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