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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돈문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조돈문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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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탄압으로 인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최종범씨가 자결했다. 구글이 노조활동을 못 하게 해서 노동자가 자결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쟁업체인 구글이나 애플도 노조가 필요 없는 경영으로 글로벌기업이 됐다'는 삼성의 말에 일침을 가했다.

삼성은 최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노조탄압 문건을 공개하자 "바람직한 조직 문화를 토의하려고 작성한 것"이라며 구글과 애플을 언급했다. (관련기사 : 삼성그룹 노조파괴 문건 첫 공개)

조 교수가 얘기한 최종범씨는 지난 10월 31일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천안센터에서 근무하던 최씨는 지난 7월 결성된 삼성전자서비스노조에 가입해 활동했다. 그러나 이후 협력업체 사장에게 폭언을 듣고 표적감사를 받는 등 노골적인 노조탄압의 대상이 됐다. (관련기사 : 그는 왜 죽음을 택했나?)

삼성전자서비스노조와 유가족들은 아직 최씨의 장례를 치르지 않고 삼성 측의 사과와 재발방지, 노조와의 정식교섭을 요구하고 있지만, 삼성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최씨의 죽음은 그동안 '무노조경영'을 고수하면서 수차례 불거진 노조탄압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사회 각계 참여한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출범

조 교수는 최씨의 죽음 이전부터 삼성과 맞서왔다. 정확히 삼성의 무노조경영에 맞서 왔다. 그는 지난 2008년 출간한 <한국사회 삼성을 묻는다>에서 재벌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의 역사와 그 이면에 숨겨진 노동자들의 고통을 다뤘다. 한국산업노동학회 회장, 비판사회학회 회장,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 등을 역임한 그는 이제 삼성의 무노조경영과 맞서는 최전선에 나선다. 10일 출범하는 '삼성노동인권지킴이'(아래 지킴이)가 그것이다. 조 교수는 상임대표로 노동계와 시민사회, 학계, 법조계 등 사회전반이 참여한 이 단체를 이끈다.

조 교수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상시로 삼성에 대응하는 기구가 만들어 삼성의 노동자들이 원할 때는 언제든 상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제는 사후적 대응이 아니라 사전적으로, 상시로 삼성의 노동자들과 결합해 지원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은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들이 모여 만들어진 기업이지만 총수 일가의 경영권 독점과 세습, 무노조경영이라는 시대착오적 경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진정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이 되려면 이러한 시대착오적 경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노동자 인권을 전적으로 다루는 단체가 설립된 것은 지킴이가 처음이다. 그동안 삼성에서 노동인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각계는 연대단체를 구성해 대응해왔다. 조 교수가 상임대표를 맡은 가운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인 권영국 변호사,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날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출범식을 개최한 지킴이는 11일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 앞에서 삼성이 진출한 아시아 국가에서 벌어진 투쟁사례를 발표한다. 이어 13일부터 '삼성재벌의 지배구조와 축적방식'이라는 주제로 총 6회에 걸친 토론회를 격주로 진행한다.

다음은 조돈문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출범의 의미는 무엇인가?
"삼성에서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과 인권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사회적으로 연대단위들이 모이고 대응했다. 그런 식의 연대체계는 한계가 있다. 상시로 문제에 대응하는 기구가 만들어져 삼성의 노동자들이 원할 때는 언제든 상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11년 결성된 삼성 에버랜드의 노조도 금방 만들어진 게 아니다. 노조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후 5년이 걸렸다. 그 사이에 그들은 삼성의 감시와 사찰 온갖 탄압을 받았지만 아무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제는 사후적 대응이 아니라 사전적으로, 상시로 삼성의 노동자들과 결합해 지원하자는 취지로 지킴이가 만들어졌다."

- 삼성의 노조탄압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삼성노조(에버랜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결성과 삼성그룹의 노조탄압 문건 등 과거에 비해 큰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
"삼성이 노조결성을 탄압하는 사례는 계속 있었다. 노동자들을 협박하고, 사찰하고, 징계하는 물리적 방식으로 탄압이 이뤄졌다. 이번에 공개된 삼성그룹 문건에서도 같은 내용이 확인된다. 또 과거에는 노조결성 움직임이 있으면 삼성에서 먼저 페이퍼 노조, 일명 알박이 노조를 만들어서 다른 노조의 결성을 막았다. 그러나 2011년부터 한 사업장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됐고 삼성은 이전 방식대로 노조 설립을 막을 수 없게 됐다.

이게 최근 삼성노조 문제가 폭발적으로 불거지는 첫 번째 이유다. 다만 이제는 복수노조가 설립될 경우 기존 알박이 노조랑 단체협상을 맺고 민주노조를 무시하는 방식으로 고사시키려고 한다. 이 역시 삼성 그룹의 문건에서 그대로 확인된다. 

삼성에서 노동인권 문제가 불거지는 또 다른 이유는 노조가 생기면서 삼성 노동자들의 인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들은 처음에 에버랜드에서 만들어진 삼성노조에 가입했다. 그러다 조합원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따로 독립적인 노조를 만들게 됐다. 억압받는 사람이 자신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건 중요한 일이다.

삼성반도체의 백혈병 문제를 제기한 반올림도 같은 경우다. 반올림이 결성되고 삼성의 백혈병 문제가 사회 공론화가 되니까 같은 증세를 의심하는 노동자들이 이 문제가 나 혼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래서 여기저기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삼성의 노동자들이 권리의식에 눈을 뜨고, 이제 집합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노력에 나섰다."

"노동자가 강한 의지를 가지면 삼성은 두려워한다"

- 그럼에도 삼성은 여전히 '노조가 필요 없는 경영을 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경쟁사들에도 노조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이 정말 노동조합이 필요 없을 정도로 훌륭하고, 모든 노동자가 만족할 만큼의 초일류기업이라면 노동자들도 불만이 없었을 것이다. 노조를 만들려는 시도도 없었을 거다. 그러나 노조를 결성하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삼성에서의 노동이 행복해서가 아니라 온갖 탄압에 의해 노조를 만들지 못했다.

구글의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려는 시도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노조를 결성하려 한다고 해서 노동자를 감시하고, 해고시켰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 노조탄압으로 인해 삼성전자서비스노동자 최종범씨가 자결했다. 구글이 노조활동을 못하게 해서 노동자가 자결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 삼성노동인권지킴이에서 이번에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벌어지는 삼성의 노동인권 문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해외에서 벌어지는 삼성의 노동탄압에는 어떤 문제가 있나?
"삼성이 어느 나라에 진출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 동남아시아나, 브라질과 같은 제3세계 국가에 가면 한국에서와 같거나 더 심하게 노동자를 탄압한다. 독일에서는 현지법으로 보장된 직장평의회를 못 만들 게 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래서 직장평의회와 노조도 인정했다.

노동자들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노동인권을 요구하며 싸우고, 국민들이 노동인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믿는 수준이라면 삼성은 두려워한다는 게 독일의 사례다. 그렇지 않으며 삼성은 법 위에 굴림 하려고 한다. 이는 글로벌 기업이라고 하는 삼성과 참혹한 노동탄압의 현실이 동시에 일어나는 이중적인 모습이다."

- 앞으로 삼성노동인권지킴이는 어떻게 활동하게 되나?
"삼성노동인권지킴이의 활동이 앞으로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삼성을 옹호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고, 정치권이나 검찰, 국가 권력기구들이 삼성의 눈치를 보고 떡값을 받은 삼성장학생들이 포진해 있다. 국가권력에 의한 감시를 기대할 수 없다. 그 역할을 하려고 출범하는 게 삼성노동인권지킴이다.

삼성노동자들이나 지킴이는 외로운 조직이 아니다. 학계와 시민사회 여러 단체가 함께 하고 있고, 각성한 시민들이 연대한다. 더 많은 정의로운 시민들이 삼성에 대한 착시현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우리나라가 군사독재를 겪고 이제는 꽤 민주화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시현상이다. 그 착시현상을 깨는 것이 지킴이의 활동방향이다."

-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삼성의 노동문제를 연구해 온 위치에서 삼성이라는 기업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궁금하다.
"삼성은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들이 모여서 최고의 경쟁력으로 만들어진 기업이다. 반면에 총수 일가의 경영권 독점과 세습, 일제강점기부터 물려받은 무노조경영이라는 시대착오적 경영으로 운영되고 있다. 삼성이 진정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이 되려면 이러한 시대착오적 경영을 버려야 한다."


태그:#삼성,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삼성전자서비스, #반올림, #이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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