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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이사회가 '수서 고속철도 주식회사 설립 및 출자계획'을 의결한 10일 오전 서울 중구 코레일 서울사옥 기자실에서 최연혜 철도공사 사장이 수서발 KTX 법인 및 철도파업 관련 발표한 뒤 승강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이날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코레일의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 방안 의결은 졸속적인 밀실 날치기 결정이기에 전면 무효이다며 이사회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 최연혜 철도공사 사장 "민영화 논란 종지부" 코레일 이사회가 '수서 고속철도 주식회사 설립 및 출자계획'을 의결한 10일 오전 서울 중구 코레일 서울사옥 기자실에서 최연혜 철도공사 사장이 수서발 KTX 법인 및 철도파업 관련 발표한 뒤 승강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이날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코레일의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 방안 의결은 졸속적인 밀실 날치기 결정이기에 전면 무효이다며 이사회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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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2년 전에는 철도 민간개발과 분리운영을 적극 반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철도공사가 10일 이사회에서 경쟁체제 도입을 위해 수서발 KTX를 분리 운영키로 결정한 것과 대치되는 태도다.

최 사장은 지난 2012년 1월 31일자 <조선일보>에 '국익에 역행하는 고속철도(KTX) 민간개방'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그는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에 쓴 해당 글에서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고속철도 민간개방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당시 국토해양부는 철도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민간 자본 투입 등의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경쟁체제 도입은 자가당착" → "수서발 KTX 경쟁체제 도입"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지난 2012년 1월 31일 <조선일보>에 실은 칼럼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지난 2012년 1월 31일 <조선일보>에 실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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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최 사장은 철도산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수서발 KTX 경쟁체제 도입'을 선언한 지금과 다른 입장을 펼쳤다.

그는 "(정부가) 철도 및 교통산업의 특성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면서 "국가 기관 교통망인 고속철도에 민간 참여라는 극단적 방법까지 동원해 경쟁을 도입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철도공사와 광역버스 등이 출혈 경쟁한다면 국민 편의와 국가 경제는 파탄에 이를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특히 철도사업 분리운영을 두고 날을 세웠다. 최 사장은 2004년 정부가 KTX를 일반철도와 분리에 운영하려다 실패했던 사례를 거론하며 "(2004년 고속철도 개통을 앞둔 당시) 대표적인 '규모의 경제' 산업인 철도를 토막 내서 효율성을 높인다는 논리가 잘못됐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운영기관이 분리되면 비용과 투자의 중복을 피하기 어려워 효율성이 떨어지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현재 코레일이 수서발 KTX 자회사 분리 운영을 추진하는 것과 같은 방식을 비판한 것이다.

분리운영이 안전사고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그는 "복잡한 기계와 설비, 여러 사람의 손발이 완벽하게 맞아야 안전이 담보되는 철도의 특성상 운영기관의 다원화는 사고 위험을 키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코레일의 '높은 인건비'나 '부실 경영' 같은 문제도 KTX 민간 개방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꼬집으면서 경쟁체제 도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국가공기업인 코레일은 정부의 엄격한 관리하에 있는데다가 임원 상당수가 국토해양부(현재 국토교통부) 출신임을 감안하면, 굳이 민간 개방 없이도 정부는 충분히 코레일의 경영 효율화를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수서발 KTX를 언급하며 "코레일의 유일한 수익 사업인 '고속철도 운영권'과 서울역 몇 배의 성장 잠재력을 갖춘 '수서역'을 특정 민간기업에 주는 것은 특혜"라면서 "수서~평택 고속철도 개통을 계기로 정부는 철도공사의 몸집을 키워 강도 높은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는 한편 역세권 개발 등 수익 사업 활성화를 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도노조 "분리운영 강행한 코레일 이사회도 매출손실 등 문제점 우려"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코레일 서울사옥 앞에서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 이사회 개최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코레일의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 방안 의결은 졸속적인 밀실 날치기 결정이기에 전면 무효이다며 이사회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 철도노동자 "밀실 날치기 처리는 무효"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코레일 서울사옥 앞에서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 이사회 개최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코레일의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 방안 의결은 졸속적인 밀실 날치기 결정이기에 전면 무효이다며 이사회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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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 내용은 최근 수서발 KTX 자회사 분리운영을 반대하며 파업에 들어간 철도노조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철노도조는 분리운영 방식에 효율성이 있다는 근거가 없는데다가, 자칫 민자가 들어오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1년 11개월이 지난 지금, 최 사장은 본인이 쓴 글과 다른 입장에 서 있는 모습이다. 그는 "철도 운영과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코레일의 경쟁력을 높일 기회"라며 10일 '수서 KTX 주식회사 설립 및 출자계획'을 의결했다. 본인이 앞서 칼럼을 통해 내놨던 입장과 비슷한 내용을 주장하는 노조도 무시하고 있다. 오히려 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4213명을 직위 해제한 상태다.

<오마이뉴스>는 2년 전 칼럼과 관련해 최 사장의 입장을 듣고자 코레일에 답변을 요청한 상태다.

한편, 철도노조는 이날 이사회가 여러 문제점을 알면서도 안건 의결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코레일 내부문건이라면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충분한 사업검토 없이 진행 시 업무상 배임문제 발생 우려", "코레일은 개략적으로 연간 약 3000억~4000억 원의 매출손실이 발생될 것", "해외 선진철도국가에서 간선철도에 2개의 공사체제 및 민관 합동방식으로 경쟁하는 사례가 없다"고 적혔다.


태그:#KTX, #코레일,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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