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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정치와 이미지 전략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려니 걱정부터 앞섭니다. 원래 이야기 하려는 의도와는 다르게 엉뚱하게 오해가 될 여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실제로 이렇게 오해하면 힘이 빠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이미지 전략과 이미지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는 정치 컨설팅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니만큼 잘 정리하겠습니다.

 

여기서 예시로 든 사례들은 '옳다 또는 그르다'를 떠나서 독자 여러분께서 이해하기 쉬운 사례를 든 것입니다. 정책 혹은 공약의 가치판단이 아니라는 점, 꼭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권자는 '옳다 또는 그르다'로 판단하지 않고 '좋다 또는 싫다'로 판단한다는 선거판의 명언이 여기서도 적용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잘 숙지하셔서 예비후보자(정치인)에게는 영감을, 착한 시민(유권자)에게는 선택의 기준을 제공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 기자 말

 

노무현 대통령의 이미지, 기적을 일으키다

 

이번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이미지를 톺아보겠습니다. 언뜻 이미지만 보면 노무현 대통령은 대단히 거친 마초의 이미지입니다. 그야말로 부산 '싸나이'죠.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인권변호사로 활동을 해 왔고 그의 정치경력에 자랑스레 기록되어 있습니다. 민주화 투쟁을 일찍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항상 선두에 서 있었습니다.

 


떨어질 줄 알면서 부산에 내려가서 지역주의의 벽을 깨겠다고 계란으로 바위를 내려치는 모습을 보이면서 개혁적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단지 여기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선거 시기에는 통기타를 치면서 어설프지만 진정성 있게 상록수를 부르고 애니메이션을 통해 리어커를 끄는 서민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개혁적 서민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게 됩니다. 이 이미지는 '노풍(盧風)'의 근원이 되면서 한반도를 강타했고 결국 기적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의 정치인생은 비극으로 끝나게 되었지만 그는 대한민국 16대 대통령으로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고 서거하고 나서도 그의 인생이 다시 회자되고 있습니다. 영화 '변호인'의 대박을 기원합니다.

 

샐러리맨의 성공신화, 이명박 대통령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은 샐러리맨의 성공욕구에 불을 질렀습니다.

 


이미 대중교통체계 개선과 청계천 건설이라는 굵직한 사업을 통해서 현대건설 CEO로서 과단성 있게 일을 처리해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기에 그 유명한 '이명박은 아직도 배가 고픕니다'라는 카피로 대표되는 국밥집 광고를 통해 서민적인 이미지까지 가지게 됩니다. 앞서 설명 드렸던 이슈파이팅은 '한반도 대운하'를 통해 충분히 비전을 보였고 이미지는 기존의 CEO 이미지에 서민적인 모습을 더해서 결국 대한민국 CEO 대통령의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죠. 샐러리맨의 성공신화를 이렇게 이미지를 통해 차용했습니다. 그는 대한민국 제 17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됩니다.

 

원칙과 신뢰,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캠프에서는 사실 이 이미지 전략에 지난 대통령 선거의 모든 것을 쏟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워낙 원칙과 신뢰라는 이미지로 단단하게 무장이 되어 있기도 하지만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당명까지 바꾸면서 획기적인 전체 이미지 전환을 꾀했기 때문입니다.

 


당명도 바꾸고 색깔도 바꾸면서도 이미지만은 고수했습니다. 원칙과 신뢰라는 이미지가 유권자들에게 많이 어필하기 때문이죠. 그 이미지에 덧붙여지는 보조 이미지는 무려(!) 개혁적 이미지였습니다. 바로 지금은 완전히 실종되었다고 하는 '경제민주화'공약과 개혁적인 인사 비전 때문이었습니다. 맨 처음 박근혜 후보가 선택한 인물은 경제민주화의 상징처럼 보이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과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착한 정치컨설팅'의 두 번째 연재물인 '이슈의 삭감·해결전략'에 자세하게 소개했습니다만,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극대화 하는 전략이 먹힌 것입니다. 당의 이미지도 획기적으로 바꾸고, 개인이 갖는 이미지를 극대화 하면서, 공약 역시 개혁적 어젠다를 내 놓았으니 유권자들이 믿지 않을래야 안 믿을 수 없게 만든 것이죠. 준비된 여성대통령이 탄생한 것입니다.

 

틀려도 강한 것이 약하고 옳은 것을 이긴다?

 

자, 여기까지 이야기를 했으니 이미지 전략은 대략 정리한 것 같은데, 이제 이미지 전략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도 논쟁점이 되는 부분을 이야기 하겠습니다. 바로 '틀려도 강한 것이 약하고 옳은 것을 이긴다'라는 굉장히 도발적인 문제 제기입니다.

 

저는 이미 2010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주최하는 '선거아카데미'에서 이미지 전략에 관한 강의를 하면서 이에 대한 정리를 하면서 이 도표를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강한 것이 약한 것을 이긴다

 

1997년 대선

김대중 VS 이회창 = 민주투사 이미지 VS 엘리트 관료 이미지

 

2002년 대선

노무현 VS 이회창 = 개혁적 이미지 VS 원칙주의 이미지

 

2007년 대선

이명박 VS 정동영 = 경제성장 이미지 VS 좋은 대통령 이미지

 

1997년 대선은 IMF가 대한민국을 덮치고, DJP가 연합을 하고, YS의 아들 김현철이 국정을 농단한 것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하고, 결정적으로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가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표를 어마어마하게 잠식하는 악재가 한나라당을 집어 삼켰음에도 불구하고 겨우 1.53%포인트, 39만 557표로 승리를 했습니다.

 

이회창 후보 득표 : 9,935,718(38.74%)

김대중 후보 득표 : 10,326,275표 (40.27%)

 

김대중 후보의 이미지는 명확하게 민주투사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지요. 여기에 뉴 DJ플랜을 내세우며 '준비된 대통령'으로 유권자들에게 이미지를 어필했습니다. 반면 이회창 후보의 경우 "깨끗한 정치 튼튼한 경제"라는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엘리트 관료 이미지'였습니다. 어쩌면 경기고-서울대라는 KS마크에 판사에 대법관, 감사원장에 대통령까지 들이받는 국무총리의 경력까지 있으니 이 엘리트 관료 이미지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돕니다. 민주투사 이미지와 엘리트 관료 이미지가 충돌할 때, 당연히 더 강한 이미지인 민주투사 이미지가 이깁니다. 왜? 우리 국민은 '강한 지도자'를 원하기 때문이죠.

 

우리 국민은 '강한'지도자를 원한다

 

국민이 원하는 지도자 상이 다 다를 수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강한'이미지의 지도자를 원한다고 하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 전쟁의 위험성을 항상 안고 있는 나라, 경쟁과 효율을 최고의 덕목으로 뽑는 나라에서 '강한'지도자가 이 모든 위험성과 고달픔을 해결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우리 국민 대다수의 마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정치 아카데미 강의를 할 때 이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히 힘을 주어 강조를 하지요.

 

"예비 후보자 여러분!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이고, 우리 국민들이 아직까지 북한에 대한 대단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우리 국민의 정서는 비록 지도자가 틀렸다 하더라도 '강한'이미지를 가진 지도자를 원하는 것입니다. 지도자가 유약하고 과단성이 없이 우유부단하다면 당장이라도 나라가 북한에 넘어가는 것처럼 생각하고 사회의 기본 질서가 무너지면서 혼란스러워하는 것을 극단적으로 혐오하는 우리 국민들의 정서가 남아 있는 한, 선거에서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좀 틀리더라도 강한 이미지가, 대단히 옳음에도 불구하고 약한 이미지를 이깁니다. 따라서! 우리 예비후보님들은 이번 선거에서 모두 옳고도 강한 이미지를 가지십시오!"

 

옳고도 강한 이미지를 가지십시오

 

이 이야기는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이긴 이유,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정동영 후보를 이긴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각각 개혁적 이미지와 경제를 성장시킬 것 같은 이미지가, 원칙주의적인 이미지와 그저 좋은 대통령의 이미지를 이겼기 때문입니다.

 

저는 강의에서 이 이미지 전략의 결론을 내릴 때는 "옳고도 강한 이미지"를 가지라고 주장할 때, 거의 울먹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 너무 답답해서이지요. 이러한 현실(틀렸지만 강한 지도자를 원하는 국민들의 정서)을 타파할 길은 보이지 않지만 올바른 후보들이 강한 이미지를 가져 선거에 승리하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피난민 정서를 정확하게 지적한 유시민

 

제 주장인 '우리 국민은 강한 지도자를 원한다'는 이유에 대해서 얼마 전 유시민씨의 인터뷰에서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책을 다 쓰고 나니 어쩌면 좋은 공부 교재가 되는 이 대화록에 대해 왜 사람들은 저런 식으로 가짜 논쟁을 할까. NLL 포기냐 아니냐, 굽신거렸냐 아니냐만 갖고 이야기를 할까 생각해봤는데 결론은 우리가 피난민정서를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북한이 싫어서, 또는 미워서 남으로 내려온 실향민들은 물론이고 남의 주민들도 북의 무력 도발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난민촌이 아닌데, 전쟁이 끝난 이후 우리 스스로 경제적 효율성, 정치적 정당성을 갖춘 국가로 투쟁과 노력을 통해 이 나라를 60년 전과 전혀 다른 나라로 세워 놨는데. 이렇게 해놓고 왜 난민촌 정서를 못 버리는지. 최근에 군인들이 북한과 싸우면 진다고 말하는 것도 보면서 이것은 정서라는 결론을 내렸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피난민이고. 억울하게 침략을 당했고 북에서 못된 짓을 하는 바람에 우리가 많이 죽었고 그것 때문에 고생을 엄청나게 했고, 저 나쁜 놈들이 또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몸은 아파트에 사는데 마음은 난민촌에 있는 것이다. 이 상태를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 유시민,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물론 강한 이미지를 가지고 유권자에게 어필한다고 해서 그 리더가 정치를 잘 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VS 박근혜'의 대결구도에서 문재인 후보보다 더 강한 이미지를 지닌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지난 1년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아주 정확하게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미지≠리더십'이라는 것이지요.

 

정치컨설턴트가 자괴심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바로 이 경우입니다. 돈에 팔려간 정치컨설턴트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망치는 주범일 수 있는데, 형편없는 리더십을 국민들에게 '강한 이미지'로 어필해서 당선시키고, 이후에는 전혀 책임지지 않는 현실 때문에 저는 많이 괴로워했고 힘들어 했습니다.

 

정치컨설턴트 1.5세대 쯤 되는, 15년차 정치컨설턴트로서 '착한 정치컨설팅'이라는 제목으로 제 노하우를 "재능기부 했다"치고 이렇게 모두 공개하는 이유도, 이 글을 읽는 후보자는 물론, 유권자인 국민들도 잘 읽고 깨달아서 올바른 지도자, 바른 리더, 이미지만으로 정치하지 않는 그런 정치인을 선택하시기 바라는 간절한 염원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제 이미지전략과 메이킹에 대해서는 반쯤 설명한 것 같습니다. 다음 연재에서는 이미지와 이미지 정치에서 굉장히 중요한 축인 '사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사진을 잘 찍고 싶나요? 이미지 정치의 최초의 선두주자가 링컨이라고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생각보다 이미지전략과 이미지 정치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습니다. 다음 연재도 기대해 주십시오.


태그:#이미지전략,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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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요한, 1969년 서울 산(産), 2000년부터 방송에 관심 있어 주변을 맴돌다 2005년 우연히 얻어 걸린 라디오 전화인터뷰부터 시사평론 방송시작, 2014년부터는 경제 Agenda에 집중, 시사경제평론을 하면서 몇몇 경제채널 출연하고 있음, 어떻게 하면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종일 고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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