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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남대문 경찰서의 대한문 집회제한 위법 판단
지난 6월 쌍용차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 합동분향소 임시천막을 중구청(구청장 최창식) 직원 50여 명이 강제철거했으며, 이 과정에서 김정우 지부장, 문기주 정비지회장 등 6명이 경찰에 강제연행됐다. 철거 직후 한 쌍용차 노동자가 대한문앞에 배치된 경찰들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6월 쌍용차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 합동분향소 임시천막을 중구청(구청장 최창식) 직원 50여 명이 강제철거했으며, 이 과정에서 김정우 지부장, 문기주 정비지회장 등 6명이 경찰에 강제연행됐다. 철거 직후 한 쌍용차 노동자가 대한문앞에 배치된 경찰들을 바라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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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서울 대한문 쌍용자동차 사태 관련 집회를 제한한 경찰에 위법 판결을 내렸다. 관할경찰서인 남대문경찰서는 그동안 대한문 인근에서 일어나는 집회를 금지하고 제한하면서 주최 측인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과 충돌해왔다. 특히 경찰과 중구청은 쌍용차 정리해고로 인한 희생자들의 분향소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화단을 세워 집회를 원천 봉쇄했으나, 법원은 이 역시도 위법한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함상훈 부장판사)는 6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회 노동위원장 권영국 변호사가 서울남대문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금지통고처분 취소소송에서 "남대문서장은 옥외집회를 허가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헌법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란 누구나 '어떤 장소에서' 자신이 계획한 집회를 할 것인가를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비로소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 취지를 설명하며 "집회장소에 대한 선택이 집회의 성과를 결정짓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집회장소는 집회의 목적과 효과에 대해 주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누구나 '어떤 장소에서' 자신이 계획한 집회를 할 것인가를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집회의 자유는 다른 법익의 보호를 위해 정당화되지 않는 한 집회장소를 항의의 대상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을 금지한다"고 덧붙였다.

또 "중구청장이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의 불법적인 집회·시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명목으로 화단을 설치하고 경찰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화단을 둘러싼 채 서 있음에 따라 덕수궁 대한문 옆 인도에서는 헌법상 보장되는 평화적·비폭력적 집회·시위마저 제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집회 참가예정인원이 30명에 불과하고, 통행에 방해가 될 만한 물건들은 대한문 정문 쪽에서 사용될 점을 고려하면 금지구역에서 집회가 개최돼도 주변 교통에 심각하게 저해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대한문 집회 막으려고 쌓은 화단도 '위법'

지난 3월, 쌍용차 사태로 인한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대한문 분향소에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자 중구청과 문화재청은 분향소 자리에 화단을 설치했다. 사진은 지난 5월 1일 경찰이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시민분향소 주위에 배치돼 있는 모습.
▲ 경찰 '철통 보호' 받는 대한문앞 화단 지난 3월, 쌍용차 사태로 인한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대한문 분향소에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자 중구청과 문화재청은 분향소 자리에 화단을 설치했다. 사진은 지난 5월 1일 경찰이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시민분향소 주위에 배치돼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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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쌍용차 사태로 인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자 설치한 대한문 분향소에서 지난 3월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자 문화재청과 중구청은 분향소 자리에 화단을 설치해 시설물 설치를 막았다. 이후 남대문경찰서는 화단 앞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경찰 병력을 상시로 배치해 집회개최를 막아왔다. 그러자 권영국 변호사는 지난 7월 11일 '집회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화단 설치 규탄 및 위법한 경찰권 남용으로 집회 금지구역이 되어버린 화단 앞과 옆 장소에서의 집회의 자유 확인을 위한 집회'라는 집회명칭으로 집회신고를 냈다.

그러나 경찰서 측은 권 변호사가 신고한 장소를 변경해 축소된 장소에서 집회를 제한적으로 허용했고, 이에 권 변호사는 즉시 금지처분취소 가처분신청과 함께 소송을 제기했다. 권 변호사는 지난 7월 대한문 앞에서 열린 쌍용차 사태 관련 집회 도중 경찰의 집회 방해 행위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연행되기도 했지만, 법원은 검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또 지난 11월 27일,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사태 당시 노조원 체포를 막는 권 변호사를 불법 체포한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에게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선고되는 등 권 변호사는 최근 경찰을 상대로 한 여러 재판에서 승리하고 있다.

재판에서 승소한 권 변호사는 6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집회 목적과 집회 장소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집회 장소를 금지하는 것은 집회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장소에서도 애초에 집회신고를 한 곳과 다른 장소에서 집회를 하는 일이 계속 반복된다"며 "집회 주최 측이 경찰의 제한에 절충하려는 것은 오히려 집회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경찰이 더 이상 위법적으로 시민의 집회자유를 제한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권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경찰이 집회장소 지정하고 신고지역 제한... 위법이다"

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자료사진)
 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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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의 대한문 앞 집회 제한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어떻게 소송을 하게 됐나?
"지난 7월 11일에 집회신고를 냈다. 그 전부터 경찰과 중구청이 집회를 막으려고 화단을 설치하는 등 집회의 자유를 방해하는 행위를 계속 해왔다. 그날 집회 역시 자기들 멋대로 집회 장소를 옮겼다. 집회를 완전히 제한한 것은 아니었다. 화단 앞쪽은 제한시키고 그 옆에 작은 공간만 열었다. 마치 거기서 집회를 허용하는 것처럼 했는데, 그 역시 위법하다고 판단해 소송을 하게 됐다."

- 판결 내용을 보면 주장한 내용이 대부분 반영돼 있어 보인다.
"법원의 판결을 보면 경찰이 인위적으로 집회장소를 지정하고 원래 신고한 지역을 제한하는 방식이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집회 목적과 집회 장소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집회 장소를 금지하는 것은 집회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또 다른 하나 중요한 것은 화단설치 자체가 위법하다는 판단이다. 화단 자체가 집회를 봉쇄할 목적으로 설치됐기 때문에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 대한문에 쌍용자동차 분향소가 있으면서 경찰과 노조 측의 충돌이 계속 있었다. 그때마다 경찰이 위법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현장에서 경찰을 대상으로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길거리 강의'를 한 적도 있지 않나?
"그랬다. 당시에도 화단설치가 위법하고 집회장소를 제한하는 것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당시 내 주장과 동일한 취지의 판단을 한 것이다."

"김정우 지부장 항소심에 이번 판결 제출할 것"

- 대한문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이 같은 집회제한이 일어난다. 최근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문제로 열리는 삼성 본관 앞 집회에서도 충돌이 자주 일어나고 있지 않나?
"삼성 본관 앞 집회도 지금 경찰이 인위적으로 장소를 제한하고 있다. 애초에 집회신고를 한 곳과 다른 장소에서 집회를 하는 일이 계속 반복된다. 이것도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이 문제는 경찰뿐 아니라 집회 주체인 노조 쪽도 인식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집회신고를 접수할 때 경찰이 장소를 제한하면 절충해서 조정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게 오히려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정확하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 법원의 판결에 따라 대한문 앞 화단은 즉시 제거돼야 하는 것인가?
"그 사안은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한다. 앞서 있었던 김정우 전 쌍용차지부장 재판에서는 화단에 대한 판단이 다르게 나왔다. 판결이 엇갈린 것이다. 김 전 지부장 재판에서는 화단설치를 방해한 게 인정이 됐다. 그렇지만 화단 설치 자체가 불법이었다는 게 나왔으니, 김 전 지부장의 항소심에 이번 판결을 제출할 생각이다. 법원이 김 전 지부장의 행위에 대해서도 다시 판단해야 할 것이다."

- 화단 철거를 놓고 다시 행정소송을 할 수는 없는 건가?
"그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민중소송'이 도입되지 않았다. 화단 철거를 놓고 소송을 하려면 당사자가 있어야 한다. 실제 도로를 관리하는 주체나 문화재청 같은 곳이 해야 하는데, 화단을 설치한 게 도로관리 주체인 중구청이다. 문화재청 역시 화단설치에 동조한 곳이고. 일반 시민이 철거를 요구할 수 있는 게 민중소송인데, 아직 그런 제도가 없다. 화단자리에 집회신고를 내고 신고주체가 소송을 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그 화단이 집회에 방해가 되는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

- 최근 경찰과 소송에서 계속 이기고 있다. 2009년 쌍용자동차 사태 당시 권 변호사를 불법 체포한 경찰관에게 내려진 처벌도 항소심에서 그대로 인정 됐다. 
"민변에서 경찰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진 게 없다. 대한문 집회제한 위법 판결 역시 내가 강연에서 한 주장을 법원이 옳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찰이 더 이상 위법적으로 시민의 집회자유를 제한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태그:#권영국, #대한문, #집회, #쌍용자동차, #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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