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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삼성전자 사장(맨 왼쪽)이 5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간담회에 참석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반대편 맨 오른쪽)과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오른쪽 두번째) 앞에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맨 왼쪽)이 5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간담회에 참석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반대편 맨 오른쪽)과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오른쪽 두번째) 앞에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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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법이 있느냐고 하는데, (단말기 유통 시장에서) 이통사와 제조사가 결합한 데가 세상에 어딨나."(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정부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아래 단말기유통법)' 통과를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은 5일 이른 아침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 대표들을 한 자리에 불러 '삼성 압박'에 나선 것이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이례적으로 이날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1시간 30분에 걸친 간담회 모든 과정을 언론에 공개했다. 삼성전자 등 일부 이해 관계자들이 법안 통과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삼성은 이날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이 거의 유일하게 법안에 유보적 의견을 제기했을 뿐 이통3사와 소비자단체, 알뜰폰 사업자, 단말기 유통업체 대표 등 거의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정부쪽 손을 들었다. 같은 제조사 가운데도 팬택이 보완을 요구했을 뿐 LG전자는 적극적 찬성 입장을 밝혔다.   

'나홀로 반대' 삼성 "영업비밀 유출 우려... 기존 법으로 제재 가능"

이상훈 사장 역시 "단말기 유통법에 기본적으로 반대하진 않지만 제조사 입장에서 몇 가지 우려되는 사항이 있다"면서 "제조사 영업비밀이 담긴 정보를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데 만에 하나 외부로 유출되면 글로벌 시장 경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는 수준이었다.

다만 이 사장은 "제조사 불공정 행위는 기존 법(공정거래법) 테두리에서도 충분히 제재할 수 있다"면서 공정위-방통위 이중 규제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이에 미래부에서 바로 반격에 나섰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주한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여기는 논쟁하는 자리가 아니고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라면서도 "4가지 자료를 제출하는데 영업비밀성 자료가 포함될 수 있지만 정보공개법에 따라 외부에 공개 안하게 돼있고 국정감사 요구에도 영업비밀을 공개한 사례도 없고 안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공정위에서도 이용자와 관계된 불공정 행위는 방통위에서 조사하도록 합의가 됐다"고 이중 규제 가능성을 일축했다.

미래부 '반격' 이후 다른 제조사와 통신사들은 말을 아꼈다. 배원복 LG전자 부사장은 "단말기 제조사로서 좋은 제품과 훌륭한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여과 없이 전달하는 게 이익"이라면서 "여러 오해가 있지만 영업비밀 자료 문제가 탄력적으로 해결된다면 기본적으로 찬성한다"고 정부 쪽에 힘을 실었다.

다만 박창진 팬택 부사장은 "단말기 유통법 취지와 목적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향후 논의 과정에서 우리 의견이 좀 더 반영됐으면 좋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통신3사는 모두 법안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형희 SK텔레콤 부사장은 "회사 안에도 찬성과 반대,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면서도 "의사결정시 이해관계자나 사업 범주에 따라 좋고 나쁜 게 있겠지만 소비자에게 좀 더 좋게 하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걸 반대하는 건 옳지 않다"며 사실상 정부 손을 들었다.

표현명 KT 대표이사 직무대행 역시 "통신사가 보조금 단속으로 처벌받고 있지만 통신사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여서 고민해 왔다"면서 "이번 법이 통과돼 단말기 보조금 경쟁이 아닌 서비스, 상품 품잘 경쟁이 가능해지길 바란다"고 환영했다.

다만 유필계 LG유플러스 부사장은 "이 법안은 과도한 마케팅으로 인해 피해를 본 이용자 보호 측면이 강하고 경쟁 활성화 측면은 덜 반영돼 있다"면서 "마케팅 활동이 제약돼 현재 5대 3대 2의 시장점유율이 고착되는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길 바란다"며 보완을 요구하기도 했다.

최문기 "이해관계자들 배려"... 이경재 "단말기 판매구조가 자유경쟁 위반"

이에 최문기 장관은 "오늘 단말기유통법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고 우려하는 부분은 법을 운영하는 데 조금 더 이해 관계자를 배려해 달라는 것으로 이해한다"면서 "모두가 윈윈 하는 제도를 만들려 노력해 100점짜리는 없어도 90점 이상 만들겠다"고 밝혔다.

다만 보조금 규제를 책임진 이경재 위원장은 "(보조금) 상한제 둔다든가 영업 비밀을 제공하는 경우가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통사와 제조사가 결합해서 (단말기 유통 시장을) 운영하는 데가 어디 있느냐"면서 "시장 자유경쟁 원리를 위반하는 판매 구조 자체가 문제여서 최대한 공정경쟁원리를 유지하는 게 이 법의 취지"라며 공세적 입장을 취했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이통사-제조사가 결합된 상황에서 이통사만 처벌하다보니 균형이 안 맞는다"면서 "어느 쪽 책임인지 알려면 보조금과 장려금을 얼마나 주는지 확인해야 해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단말기 유통법은 이통사와 판매점들이 보조금을 공시해 차별적인 보조금 지급을 막고,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할 때 단말기 보조금과 요금할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단말기 유통시장을 투명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방통위에서 보조금 차별 지급을 조사할 때 이통사뿐 아니라 단말기 제조사 장려금까지 포함시켜 제조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 발의로 국회 계류 중인 법안 통과에도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다.

이날 소비자를 대표해 나온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최근에 지방에서 80, 90만원에 산 단말기를 가까운 사람은 50만 원에 샀다고 해 대리점에 따졌더니 종업원 잘못이라며 깎아주더라"면서 "도대체 단말기 가격이 얼마냐는 소비자 불만이 많아 단말기유통법을 제안한 것"이라며 법안 통과에 무게를 실었다.

김홍철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 역시 "중저가 휴대폰을 원하는 가입자가 생각보다 많은데 국내 제조사들은 저가폰을 거의 생산하지 않아 없어서 못 파는 실정"이라면서 "지금은 통신사와 제조사 모두 보조금 규모만큼 통화요금과 휴대폰 가격을 높게 책정해야 하는 구조여서 보조금 없는 정상적인 가격에 판매돼야 휴대폰 가격이 점점 내려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태그:#단말기유통법, #삼성전자, #미래부, #최문기, #이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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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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