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 세상에 나 홀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연기설을 강조한 부처님의 설법이 주를 이룬다.
▲ 논픽션 붓다 '이 세상에 나 홀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연기설을 강조한 부처님의 설법이 주를 이룬다.
ⓒ 해누리 출판

관련사진보기


<논픽션 붓다>라는 책을 읽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비구니 승단의 탄생배경에서 비구와의 관계 정립에 관한 짧은 글이 뒤통수를 '땅' 때리고 맙니다. 유홍종 작가가 쓴 이 책은 석가모니 부처가 이 땅에 태어나 어떤 역경을 딛고 깨달음을 얻었나 하는 과정을 그린 책입니다.

총 375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석가모니라 불린 고타마싯다르타의 탄생과 출가, 보리수 아래서의 깨달음, 불교 승단 조직과 제자들 양성, 전생의 역사, 비구니 승단의 탄생의 비밀,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통한 윤회, 행복과 깨달음에 다다르는 길, 열반에 이르는 길을 풀어 놓은 책입니다.

저는 항상 이 책을 성경처럼 책상 위에 놓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가 치밀어 오를 때마다 책장을 열며 마음정리를 하곤 합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한 구절에 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어 잠깐 소개를 하고자 합니다.

100살 비구니도 비구에게 깍듯이 예의를 갖추라?

이 책의 다양한 부제 중 '비구니 승단의 탄생'을 보면 비구니는 18세에서 20세까지 사미니를 거친 후에 구족계를 받습니다. 하지만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후 자신의 왕국인 카필라 성에 왔을 때 석가족 여자들은 설법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이유인즉슨 석가족은 남녀가 함께 모이지 않는 관습이 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붓다는 이런 모순적인 관습을 타파하고자 부녀자들의 뜻을 받아들여 여자도 설법을 듣도록 허락합니다. 여기서부터 비구니 승단의 최초 탄생 배경이 시작됩니다. 결국 이를 통해 붓다의 친인척 여자와 아내인 야소다라, 이모인 파자파티와 함께 500여 명의 비구니 승단을 2000년 전에 최초로 조직하게 됩니다. 당시 붓다의 설법입니다.

"너희 몸이 어디가 예쁘고 어디는 밉게 타고났다고 불평하는 것을 들었다. 그러나 너희의 몸은 부모가 신으로부터 생명을 부여받을 때 세상에 나가서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다...(중략)...부모가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능력으로 너희 신체가 밉고 예쁜 것이 기준이 아니라 너희가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 조화를 목표로 둔 것이다"

붓다는 여기서 팔정도의 깨달음을 설법합니다. 즉 바르게 보고, 바르게 말하며, 바르게 일하고, 바르게 생활하며, 바르게 도에 정진하고, 바르게 생각하며, 바르게 목숨을 유지하고, 바르게 입정하는 팔정도의 실천을 비구니에게 강조합니다.

붓다는 여승인 비구니들은 비록 나이가 100살이 되더라도 남승인 비구를 맞이할 때는 깍듯이 예의를 갖추고 존경해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또 비구니들은 비구를 비방하지 말아야 하며 권위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비구니는 비구의 죄를 드러내지 못하며 비구가 하는 일을 막지 못한다고 설법합니다.

붓다는 또 비구는 비구니를 꾸짖을 수 있으나 비구니는 비구를 꾸짖지 못한다고 설법합니다. 비구니가 죄를 지으면 비구 승단과 비구니 승단으로부터 15일 동안 떨어져 있다가 참회를 하고 용서를 받으라고 주문합니다. 그리고 비구니는 15일마다 비구로부터 계율을 배우고 설법을 들어야 하며 비구가 없는 곳에서는 안거하지 말고 안거를 마치면 보고, 듣고, 의심한 죄를 비구로부터 검사 받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마지막으로 붓다는 이 8가지의 법을 존중하고 공경하면서 죽을 때까지 어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말을 들은 사미니 여승들은 "이 계율은 저희들의 머리를 감고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하듯 일생 동안 소중히 지킨다"고 맹세합니다.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단락은 여기까지입니다. 해석은 분분하겠지만 저는 참으로 이런 남녀 불평등 사상의 가르침이 어떻게 석가모니 부처에게 나왔는지 잘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더욱이 불평등을 강조한 이런 가르침이 2000년이나 지속되어 아직까지 불교계에 헌법처럼 자리 잡고 있다니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붓다가 여성의 출가 인정한 의미

승가운영에 나타난 비구니의 차별규정은 위에서 언급한 8정도의 정신으로 대표됩니다. 8정법은 붓다가 500명 사미승의 출가를 허락할 때 여성의 출가를 인정하는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것이며, 이것이 곧 비구니의 구족계를 대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이것은 비구니 승가의 비구 승가에의 종속성을 나타내는 것이며, 따라서 남녀차별의 성격을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비구니 승가의 비구 승가에의 종속성이 승가운영에 나타난 이유는 당시 인도인의 관습을 반영한 것으로, 남녀차별의 관습 자체가 '마누법전'에 나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참고로 '마누법전'은 BC 200∼AD 200년경에 만들어졌다는 인도 고대의 종교성전(宗敎聖典)으로 힌두인이 지켜야 할 법(다르마, DARMA)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인도사회에서 남녀차별의 배경은 여성이 가진 의존성과 심리적 특성으로 인해 그들을 통제하는 데 있으며, 그 통제의 본질은 여성의 보호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보호를 위해 여성을 남성에 종속시키지만 대신에 여성의 권리는 철저하게 보장했다고 합니다.

즉, 엄격한 업(카르마, KARMA) 이론에 기초한 인도의 사회제도는 업의 분화를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인 의무의 완성을 통한 구제의 길을 채택하고 있었으며, 여성에게도 아내의 규율과 모성의 의무를 다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당시 인도 여성들은 남성과 가족에의 의존성이 높고 조혼제도에 의해 교육받을 기회가 박탈되어 있었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뒷받침해줍니다.

그러나 인도인에게 이러한 권리 박탈은 자신의 의무의 완성과 관련된 측면이 많으며 그 자신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권리는 최대한 보장하는 데 그 특징이 있습니다. 이러한 토양을 바탕으로 해서 자라난 18세 이상의 여성들이 출가 생활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부정적인 점들이 석가모니가 설법한 율장에서 흔히 발견됐던 것입니다.

붓다가 여성의 출가를 인정했다는 것은 여성의 깨달음의 능력을 불신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여성의 출가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비구니 승가의 제도화가 필요했습니다. 즉 승가 운영에 있어서 승가의 질서를 유지하는 성격을 지닌 8정법은 그 제도화의 전제조건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8정법을 제도화의 입장에서 보면 사회적 의무라는 차원에서 비구니와 비구의 차별화된 법(다르마, dhamma)을 설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논픽션 붓다 - 초보자의 불교 읽기

유홍종 지음, 해누리기획(2006)


태그:#석가모니, #불교, #인도 카스트, #비구니, #비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