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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공사장 옆 강정바다에는 카약을 타며 평화활동을 하는 젊은이들이 넘쳐납니다.
▲ 강정 바다에서 해상 불법공사 감시중인 평화활동가 해군기지공사장 옆 강정바다에는 카약을 타며 평화활동을 하는 젊은이들이 넘쳐납니다.
ⓒ 박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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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수많은 주민, 평화활동가, 성직자들을 교도소에 가둬두고 제주해군기지 불법공사를 강행하고있습니다. 겉으로는 삼성, 대림, 경찰, 검찰, 법원의 압박에 잠시 평화 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주민, 평화활동가, 성직자들은 공사장 정문과 강정 바다에서 생명평화백배, 불법공사감시, 생명평화미사, 인간띠잇기, 해상활동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불법공사가 강행되고 있어도 해군기지를 막아내겠다는 평화활동의 기조는 변하지 않았고 파괴된 마을공동체를 복원하고 군사기지의 폐해를 줄이려는 활동들이 곳곳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작가들과 평화활동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평화책방'과 '강정책마을'은 다양한 문화 운동과 교육 활동을 하고 있고, 몇몇 평화활동가들은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어 올레꾼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정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 중에는 강정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미량네평화민박'을 통해 강정의 전통가옥에서의 소박한 잠자리를 제공하기도 하고, 기존의 평화상단은 '강정평화상단협동조합'으로 성장하면서 마을 주민들의 생산공동체를 연결하는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사가 강행되면서 활동과 운영이 힘들어졌던 '평화센터'에서는 촛불문화제가 다시 부활했고, 강정마을과 외부와의 소통을 위한 신문 <강정이야기>와 <gangjeong village story>는 내용이 풍부해지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강정마을에는 우리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생명평화의 기운들이 꿈틀대고 있습니다.

10년 동안 방치된 야산에 고구마를 심었습니다

평화활동가, 강정앓이, 올레꾼들이 어울려 살며 평화 활동을 하는 생명평화순례자의집입니다.
▲ 생명평화순례자의집 담벼락과 그림을 그린 만화가 평화활동가, 강정앓이, 올레꾼들이 어울려 살며 평화 활동을 하는 생명평화순례자의집입니다.
ⓒ 박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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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에 찾아오는 올레꾼 그리고 평화활동가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평화순례자의집'과 평화활동가들이 살고 있는 수많은 '평화활동가들의 집' 그리고 '강정가톨릭공소', '가톨릭디딤돌공동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무적인 것은 몇 분의 수녀님들이 '강정수녀의 집'에 터를 잡으시고 평생을 이곳에서 살기로 작정 하셨습니다. 신부님들 또한 이곳에서 평생을 살며 활동을 할 '강정천주교의 집'이 준비되면서 평화 활동의 큰 에너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올해는 강정마을에서 빌려주신 야산 2000평에 생명을 기르며 평화를 지킨다는 신념을 갖고 '강정생명농사공동체'를 만들어 고구마 농사도 시작했습니다. 농사 외에도 문화, 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는 새로운 공간들과 활동들이 자발적으로 준비되며 장기적인 평화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자발적인 평화의 기운들이 강정에 하나 둘 모여들고 있습니다.

'살자 살자. 강정 살자. 생명을 기르며 평화를 지키자'라는 목표로 '강정생명농사공동체'는 올해 5월부터 강정마을에서 빌려주신 생명의 밭에 고구마를 심었습니다. 모두들 농사짓는 것을 말릴 만큼 10년 동안 방치된 야산은 많은 풀, 나무, 칡뿌리들이 심어져 있었습니다. 제주도를 상징하는 돌은 캐고 캐내도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습니다.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칡뿌리와 나무입니다. 함께 나온 많은 돌들은 제주의 돌담이 됩니다.
▲ 강정생명의밭에서 쏟아져 나온 칡과 나무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칡뿌리와 나무입니다. 함께 나온 많은 돌들은 제주의 돌담이 됩니다.
ⓒ 박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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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생명의밭에서 울타리를 만들고 고구마를 심는 평화활동가들입니다.
▲ 울타리를 치고 농기구를 들고 웃는 평화활동가 강정 생명의밭에서 울타리를 만들고 고구마를 심는 평화활동가들입니다.
ⓒ 박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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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생명의 밭을 살펴보면 주변이 제주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마을 삼촌들께 농사 지으면서 돌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하니까 충고하십니다.

"용성아, 제주 사람들한테는 돌을 캐내고 돌담을 쌓는 것이 농사의 반이다. 백년을 골라내도 돌은 계속 나오니까 돌과 싸우지 말고 사이 좋게 지내라. 물도 붙잡아주고 바람도 막아주고 제주도 돌들은 꽤 쓸 만하다."

제주도의 논과 밭 그리고 집집마다 쌓여있는 돌담은 이렇게 땅에서 캐낸 돌들과 함께 살아온 제주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랍니다. 이 돌담은 거센 바람, 야생 동물과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제주의 농작물과 집, 마을을 지켜왔답니다.

초보 농사꾼은 이 작은 돌담에서 힘들고 척박한 화산섬을 일궈온 제주 사람들의 고단함과 생명이 넘치는 땅으로 만들어낸 자존감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해군기지로 이 소중한 생명의 땅에서 쫓겨나게 되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속 마음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경찰의 고백 "주민들께 너무 죄송하고 미안해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초보농사꾼에게 이제 강정마을은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그런 단순한 마을이 아닙니다. 한라산에서 흘러오는 맑은 물, 태평양에서 밀려오는 깨끗한 물, 하늘에서 쏟아지는 따뜻한 햇볕, 대지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이 만나는 곳입니다. 볕이 좋아 귤, 한라봉, 천혜향, 딸기, 토마토가 넘쳐나고 물이 넘쳐 쌀, 보리, 고구마, 마늘이 전국적으로도 유명하고 바다가 맑아 돔, 조기, 고등어, 전복, 소라가 풍성합니다. 햇볕과 물과 바람이 만나는 곳, 생명이 숨쉬는 강정마을입니다.

이렇게 살기 좋은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만든다면서 수백년 동안 살아온 마을 주민들을 생명의 땅과 바다에서 쫓아내려고 합니다. 8년 동안 주민들과 국민들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강정마을을 지켜내려는 핵심에는 생명이 넘치는 이 땅과 이 바다를 지키려는 마음이 있습니다. 전국에서 파견 나온 경찰들은 해군기지를 반대한다는이유로 주민, 지킴이, 성직자들을 불법으로 폭력, 연행합니다. 그 경찰 중에 젊은 친구가 휴가를 받고 강정마을에 머물렀던 적이 있었습니다. 생명평화순례자의집에 잠시 머물면서 농사도 도와주고 술도 한잔 하면서 고백했던 말이 기억이 납니다.

"강정을 다녀간 후로 자꾸 강정천, 은어, 한라봉, 범섬, 연산호가 생각이 납니다. 잠시 파견온 우리 경찰들한테도 이렇게 아름답고 살기 좋아 보이는데 마을 주민들이야 오죽하겠어요. 주민들께 너무 죄송하고 미안해서 왔어요. 이곳에 오지 않으면 살면서 후회할 것 같아서…."

평화활동가들과 국민들은 강정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이곳에 집을 짓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며 함께 마을을 지켜내려고 합니다. 해군과 삼성은 마을 공동체를 깨트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고 잠시 평화활동이 약해진 듯 보이지만 해군기지 공사를 막아내는 평화로운 활동을 어느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이 시간에도 평화활동가, 성직자 그리고 국민들은 강정마을에 하나 둘 몰려들어 강정 주민들과 함께 평화의울타리를 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파괴된 마을공동체를 복원하는 데 힘을 보태고 생명평화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갈 것입니다.

강정마을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 책 마을을 만든다는 것, 기도를 드린다는 것, 그림을 그린다는것, 노래를 한다는 것, 만화를 그린다는 것, 영화를 만든다는 것 모두가 생명의 씨앗을 뿌리는 것입니다. 삼성, 대림, 해군, 경찰, 검찰, 법원 그리고 정부는 강정마을의 땅과 바다에서 주민들을 쫓아내고 해군기지 반대활동을 할 때마다 이간질, 폭력, 연행, 구속, 벌금 등으로 협박합니다. 지쳐서 포기하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주민, 평화활동가, 성직자 그리고 국민들은 강정마을의 땅, 바다, 주민을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고구마를 절대 포기할 수 없듯이….

우리가 생명을 퍼주면 강정에 평화가 넘치겠지요

평화활동가들이 무성하게 자란 고구마 순을 수확하는 모습입니다.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반찬이 되었습니다.
▲ 고구마순을 따는 평화활동가 평화활동가들이 무성하게 자란 고구마 순을 수확하는 모습입니다.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반찬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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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자마자 노루가 새순을 따먹었고 평화활동가들은 밤새 울타리를 쳤습니다.
▲ 밤새 노루망을 치는 평화활동가 심자마자 노루가 새순을 따먹었고 평화활동가들은 밤새 울타리를 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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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고 생명을 기르며 파괴된 마을 공동체의 일원이 돼서 평화를 만들어 가려는 젊은이들이 강정마을로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평생을 살면서 강정 마을의 평화를 지키겠다는데 누가 이 힘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이번에 많은 평화활동가들이 척박한 야산을 개간하면서 흘린 눈물과 땀을 기억해주세요. 수많은 돌과 칡뿌리와 나무를 캐내면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려고 했던 그 마음을 기억해주세요.

50년 만에 찾아온 살인적인 폭염과 가뭄을 이겨내기 위해 밤낮없이 물을 뿌려주었던 그 손길을 기억해주세요. 고구마를 심자마자 노루와 꿩이 나타나서 밤새 그물망을 쳤던 그 정성을 기억해주세요. 한 번도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는 지킴이들이 생명을 기르면 평화가 올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고 시작한 생명의 농사를 기억해주세요.

처음으로 수확한 친환경 강정 전통 고구마는 좋은 것을 먼저 마을주민들과 나누었습니다. 강정 평화활동가, 성직자와 그들의 가족, 친구와 나누었고 강정마을에 온 분들과 도움을 주신 단체들과도 나누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애를 태웠던 시간들 그리고 땅을 만들고 기르는 비용에 비해 수익이 많지 않지만 내년에 필요한 농사 자금만 모으려고 합니다. 우리가 생명을 퍼주면 강정에 평화가 넘치겠지요. 여러분들도 콩 한쪽이라도, 작은 손길이라도, 소박한 발걸음이라도 함께 나눌 것이 있으면 강정과 나누어 주세요.

평화활동가들과 시민들이 땀과 애정으로 키운 친환경 강정 전통 고구마입니다.
▲ 고구마를 수확하는 평화활동가와 강정앓이 평화활동가들과 시민들이 땀과 애정으로 키운 친환경 강정 전통 고구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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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의 바람과 강정의 볕에서 숙성시킨 달달한 고구마는 주민,평화활동가,강정앓이들과 나누었습니다.
▲ 초보 농부가 처음으로 수확한 강정 전통 고구마 한라산의 바람과 강정의 볕에서 숙성시킨 달달한 고구마는 주민,평화활동가,강정앓이들과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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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더 많은 젊은이들이 강정생명농사공동체에서 생명의 농사를 짓기를 바랍니다. 강정마을에서 생명의 땅을 일구는 삶이 주민들과 행복하게 사는 길이고 우리가 바라는 평화를 위한 작은 발걸음이라는 것을 이번 고구마 농사를 통해서 배웠습니다. 온몸으로 배운 강정 생명의 농사를 젊은이들과도 나누려고 합니다. 생명을 기르는 우리들의 작은 손길과 땀방울이 강정마을을 풍요롭게 할 수 있습니다.

올 겨울, 눈이 오는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에서 고구마 함께 구워 먹으면 좋겠습니다.

강정생명농사공동체 슬로건 '살자살자 강정살자. 전쟁 대신 평화, 돈이 아닌 생명, 생명을 기르며 평화를 지키자.'
▲ 강정생명농사공동체 포스터 강정생명농사공동체 슬로건 '살자살자 강정살자. 전쟁 대신 평화, 돈이 아닌 생명, 생명을 기르며 평화를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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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강정생명농사공동체

주소 : 제주도 서귀포시 말질로150-54(강정동)
연락 : clientpark@hanmail.net

생명농사일기 : café.daum.net/pilgrimstory (생명평화순례자의집)



태그:#생명평화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결사반대, #생명평화순례자의집, #강정생명농사공동체, #강정못난이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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