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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 공무원 최영훈씨. 그는 남 모르게 봉사활동을 하면서 신안보육원 학생들 사이에서 '투명인간'으로 불리고 있다.
 신안군 공무원 최영훈씨. 그는 남 모르게 봉사활동을 하면서 신안보육원 학생들 사이에서 '투명인간'으로 불리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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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공무원을 얘기할 때 '안정된 직업'과 함께 '철밥통', '공직비리', '탁상행정' 등 부정적인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그는 이런 선입견과 거리가 멀다. 온갖 궂은 일을 앞장서 하고 발품을 팔아 현장을 찾아다닌다. 맡은 일 처리도 치열하다. 이웃을 위한 봉사도 밥 먹는 것보다 더 자주 한다.

그는 전라남도 신안군 종합민원실에 근무하는 최영훈(52·시설6급) 지적담당이다. 최 담당의 한발 앞선 노력과 직업정신이 민원인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있다. 최 담당한테 이런 말을 했더니 "그게 아니다"며 손사래를 친다. "맡은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이란다.

모든 행정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민원행정은 직접 발로 뛰어야 할 일이 많다. 하여, 늘 현장을 찾아다니는 최 담당이 눈에 띈다. 동료들은 그를 보고 "일에 열정적인 사람, 그래서 아름다운 사람", "일을 해도 즐겁게 하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안군 압해면에 있는 신안군 청사. 최영훈 씨가 근무하고 있는 곳이다.
 신안군 압해면에 있는 신안군 청사. 최영훈 씨가 근무하고 있는 곳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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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박한 웃음을 지닌 최영훈씨. 신안군청 종합민원실을 배경으로 얘기를 나누다 웃고 있는 모습이다.
 순박한 웃음을 지닌 최영훈씨. 신안군청 종합민원실을 배경으로 얘기를 나누다 웃고 있는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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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그가 일군 성과는 눈이 부실 정도다. 업무 특성도 있겠지만 주민의 불편을 없애준 시책이 많다. 실제 토지 이용 현황과 같지 않은 지역을 다 조사하고 이 가운데 419개 지구 3만8100필지를 맞춰 주었다. 1만1600필지에 대한 지적측량 검사에도 직접 참여해 220필지를 새로 등록했다. 지적공부 정리에도 나서 120필지를 새로 등록하는 등 분할, 합병, 지목변경, 등록사항 정정 등을 해주었다.

관할 구역이 섬으로만 이뤄져 있어 다른 지역보다 시간이 몇 배 더 걸리는 일이었다. 궂은 날과 맑은 날도, 낮과 밤도 가리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생활현장을 찾아다니며 주민 편에서 생각하고 일을 했다.

등기부와 토지대장의 소유권 표시사항 일치, 토지 표시 변경사항 등기촉탁, 미등록 도서 일제조사 등록 등도 그의 몫이었다. 이를 통해 주민들에 정확한 토지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틀을 다졌다. 토지의 경계 구분을 놓고 4년 동안 법정다툼을 해온 이웃간 분쟁에 직접 나서 재판부의 판결 전에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낸 건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과분한 칭찬이죠. 제 입장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일했을 뿐인데요. 다른 건 몰라도 제가 맡은 일만큼은 완벽하게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제 눈으로 직접 봐야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게 저의 단점이기도 한데요. 그것을 보완하면서 장점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서 듬직함이 묻어난다. 사실 어느 행정기관이든지 민원업무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긴 쉬운 일이 아니다. 찾아오는 사람 끊이지 않고, 고질적인 민원도 부지기수다. 말싸움이 잦고 걸핏하면 큰소리가 나온다. 담당공무원도 흠을 잡히지 않기 위해 민원인을 사무적으로 대하기 십상이다. 그의 일처리가 더욱 빛나는 이유다.

노인요양원을 찾은 최영훈 씨가 할머니를 보살피고 있다. 봉사활동이 담긴 모습을 얻고 싶다고 통사정을 해서 어렵사리 얻은 사진이다.
 노인요양원을 찾은 최영훈 씨가 할머니를 보살피고 있다. 봉사활동이 담긴 모습을 얻고 싶다고 통사정을 해서 어렵사리 얻은 사진이다.
ⓒ 최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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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모르게 해온 최 담당의 사회봉사 활동도 '알토란' 같다. 1991년 공직생활과 함께 시작된 어린이재단 기부가 적극적인 봉사활동으로 변화했다.

신안보육원을 찾아 청소, 세탁 등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벌써 10년도 넘었다. 이런 그를 두고 보육원 학생들 사이에선 '투명인간'으로 불린다. 주로 생활자들이 자리에 없거나, 생활자들도 모르는 사이에 가만히 왔다가 티 내지 않고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신안군 노인전문요양원에서는 청소와 세탁은 물론 말벗이 돼주고 식사 수발까지 한다. 전문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 빼고 자신의 손과 발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다하는 셈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그를 자식처럼 반갑게 맞아준다.

고향 마을의 어려운 이웃과 자매결연, 불우이웃 돕기, 장애인복지회 기부, 외딴 섬 학교에 신문 보내기 등 크고 작은 봉사도 해오고 있다. 쉬는 날마다 하는 봉사활동이 그의 존재이유가 됐을 정도다. 휴일에 이뤄지는 신앙생활을 접은 것도 봉사활동에 지장을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봉사활동을 일상으로 여기고 있는 최영훈 씨가 최근 '민원봉사대상'을 받았다. 그가 상패를 앞에 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봉사활동을 일상으로 여기고 있는 최영훈 씨가 최근 '민원봉사대상'을 받았다. 그가 상패를 앞에 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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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에게 최근 '민원봉사대상'이 수여됐다. 행정안전부와 SBS가 주는 민원봉사대상은 민원담당 공무원으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 훈격의 표창이다. 이에 따른 상금이 500만 원, 해외연수 특전도 주어졌다.

"저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동료들에 미안할 따름이죠.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상을 받고 나니 책임감도 더 크고 무거워진 것 같네요."

외모에서 풍기는 순박함이 말끝마다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는 민원봉사대상 수상으로 받은 상금(세금 빼고 390만 원)을 모두 어려운 이웃에 내놓았다. 신안보육원에 현금 200만 원을 전달하고 신안군 노인전문요양원에는 100만 원 상당의 난로를 선물했다. 나머지 상금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쪼개 썼다.

"내 스스로 마음 편하고 행복하기 때문에 하는 일인데요. 앞으로도 가장 낮은 곳에서 이웃과 더불어 살고 싶어요. 거기서 누리는 기쁨은 그곳에 있는 사람만이 알 수 있거든요."

최 담당이 내일도 봉사활동에 나서려는 이유다.

최영훈 씨가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작업을 하고 있다. 최 씨는 신안군청 종합민원봉사실에 근무하고 있다.
 최영훈 씨가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작업을 하고 있다. 최 씨는 신안군청 종합민원봉사실에 근무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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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최영훈, #신안군청, #민원봉사대상, #신안보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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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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