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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 7명에 대한 6차 공판이 열린 21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인 가족들이 모여 검찰이 프락치 공작을 펼치고 있다며 구속자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6차 공판은 'RO 비밀모임'의 제보자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 내란음모 구속자 가족 "내란음모 조작이다"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 7명에 대한 6차 공판이 열린 21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인 가족들이 모여 검찰이 프락치 공작을 펼치고 있다며 구속자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6차 공판은 'RO 비밀모임'의 제보자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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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내란음모 사건' 국가정보원 제보자 이아무개씨에 대한 변호인단 반대신문이 25일로 마무리 됐다. 남아 있는 국정원 수사관 문아무개씨와 하는 대질신문은 주로 국정원의 증거수집 과정에서의 위법성을 따지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돼, RO(Revolution Organization, 혁명조직)와 관련된 이씨의 진술은 사실상 일단락 됐다고 할 수 있다.

이씨의 진술과 그가 제출한 녹취록은 이번 사건의 유·무죄를 가를 수 있는 '유일한 증거'로 주목을 받아 왔다.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RO의 실체를 규명하고 그 총책(총책임자)으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지목하려 애썼다. 반대로 변호인단은 RO라는 조직이 실재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씨의 증언에 구체성이 떨어지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21일 검찰의 주신문을 시작으로 이날 8차 공판까지 세 차례 출석한 이씨의 증언을 바탕으로 RO의 실체와 국정원이 확보한 녹취록의 증거채택 여부 등 이번 공판의 핵심 쟁점을 정리했다. 

[RO의 실체] 검찰 "이씨 활동 RO가 지시" vs. 변호인단 "본인의 생각일 뿐"

먼저 이씨는 지난 21일 검찰의 주신문에서 일명 RO의 지시에 의해 실제 활동했던 사례들을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2006년, 2010년 지방선거와 2008년 총선에서 RO가 민주노동당 수원 지역의 후보를 결정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씨는 "(2006년 경) 수원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례대표를 논의했는데, 조직(RO)에서 다른 사람을 비례대표로 뽑았다"고 말했다. 수원 지역의 활동가들이 합의해 결정한 비례후보 대신 RO가 다른 인사를 후보로 뽑았다는 의미다. 또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노동당 수원 지역 출마자를 RO의 조직인 세포모임에서 결정했다"며 "조직원들의 임무와 역할은 RO의 승인사항으로 수원시의원이 된다면 조직원으로서의 역할이 바뀌기 때문에 RO가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총선 당시 자신이 수원 권선구 민주노동당 후보로 나선 것도 "RO의 지시"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그는 자신의 지휘성원이라고 주장한 이상호 수원진보연대 고문이 지난 2010년 6월 지방선거 당시 "무상급식 공약을 쟁점화하기 위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중앙당사를 점거하라고 지시했다"며 "몸이 안 좋은 상태라 점거하면 구속이 예상돼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약속 시간 10분 후에 지시가 취소됐다. RO가 나를 시험에 들게 했다는 생각이 들어 며칠 동안 많이 괴로웠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RO의 총책으로 이석기 의원을 지목한 것과 관련해 이씨는 "지난 5월 총책이 누구인지 처음 알았다"며 "당시 세포모임에서 우리의 수(首)는 수령 한 명이고, 이석기 의원은 남쪽 정치지도자 역할이라고 들어 총책임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이 지난 5월 10일 곤지암 청소년수련원 모임에서 '바람처럼 모이라'고 지시할 때도 대단한 분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이러한 이씨의 주장에 구체성이 부족한 점을 파고들었다. 이씨 스스로 주장하는 RO가입 시기와 절차, 조직체계가 실체적 증거가 없는 '추측'이라는 것이다. 선거 출마 등 활동에서도 'RO의 지시'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점을 부각했다.

22일 진행된 반대신문에서 변호인단은 "RO의 지시로 지방선거, 국회 선거 출마 등의 활동을 해왔다"는 국정원 제보자 이아무개씨의 주장을 "RO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씨 스스로의 판단에 대한 해석의 차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RO 지휘성원이라고 하는 도아무개씨가 2008년 총선 후보 출마를 권유하면서 조직의 지시라고 명시적으로 밝힌 적이 있었나?"라고 물었고 이에 이씨는 "(조직의 지시를) 명시는 하지 않았지만 그 이전의 제안과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변호인단은 RO 가입 시기와 가입식 장소를 묻는 질문을 던졌고 이씨는 이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애초 이씨가 강원도 원주 치악산 인근 민박집이라고 지목했던 가입식 장소의 사진을 변호인단이 제시하자 그는 "미닫이 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여닫이인 것으로 봐서 아닐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RO에 중앙위원회가 존재한다는 조직체계와 관련된 진술도 2011년 왕재산 간첩 사건이 터졌을 때 피고인 홍순석이 '왕재산은 중앙위가 없는 허술한 조직'이라고 했다"며 "왕재산하고 다르지만 '우리는 있을 수 있겠구나' 하고 추측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내란음모 사건의 결정적 단서가 된 두 번의 RO모임의 주최자로 이석기 의원을 지목한 것 역시 "추측"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10일 있었던 곤지암 행사에서 주최자를 묻는 변호인단 질문에 이씨는 "'바람처럼 흩어지시라'라는 말을 듣고 이석기 의원이 대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어 변호인단이 "증인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 행사(곤지암 모임)의 주최가 이석기 의원이라는 얘기를 들어봤나?"라고 다시 묻자, 이씨는 "아니다, 추측이다"라고 대답했다.

[녹취록 증거 효력] 제보자 "국정원이 진술서 미리 작성해 왔다"

이씨가 국정원과 검찰에 제출한 RO모임 녹취록은 이번 사건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씨는 5월 10일 곤지암 모임과 12일 합정동 모임을 포함해 47개의 녹음 파일과 3개의 동영상 파일을 국정원에 넘겼다.

그러나 현재 8차 공판까지 이들 자료는 법정증거로 채택되고 있지 못하다. 변호인단 측에서 일부 녹취록이 수정된 점과 녹음파일 일부가 삭제된 점을 바탕으로 국정원이 수사과정에서 조작했을 가능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씨를 상대로 한 양측의 신문에서도 이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 계속됐다.

검찰은 우선 국정원이 녹취록을 일부 수정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사건의 결정적 자료인 5월 12일 합정동 모임 녹취록 내용 중 일부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해 '결전(決戰) 성지'를 '절두산 성지'로, '선전(宣戰) 수행'을 '성전(聖戰) 수행'으로, '전쟁에 관한 주제를 호소하고'를 '전쟁 반대 투쟁 호소' 등으로 수정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곤지암과 합정동 모임 합쳐서 272곳을 수정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와 관련해 변호인단은 의도적인 조작이라고 지적했지만 녹취록을 작성한 국정원 수사관 문씨는 검찰 신문에서 "피고인들이 조작했다는 주장이 있어서 사실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다"며 "수차례 반복해 정밀 청취를 해보니 피고인들의 주장이 맞아서 수정했다"고 말했다. 의도된 조작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에 검찰 측은 제보자 이씨를 신문하는 과정에서도 녹취파일 전체를 청취하도록 하는 등 '진정 성립' 절차를 진행하면서 증거의 효력을 입증하려 노력했다. 진정 성립은 증거물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를 입증하는 과정이다. 전체 파일을 청취한 이씨는 "수사관들과 함께 녹음 파일을 확인했다"며 "5월 12일 합정동 모임은 수도 없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녹취록 작성 과정에서 국정원의 조작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동시에 이씨에 대한 국정원 진술조서 과정의 부실성까지 지적했다. 녹취록뿐만 아니라 이씨의 진술도 증거효력이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23일 7차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지난 7월 17일 이씨가 국정원 수사관과 작성한 진술조서가 수사관이 미리 작성 부실한 진술조서라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이씨에게 들려준 녹음 파일은 총 10시간이 넘는데 실제 진술조서가 작성된 시간은 5시간 가량"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씨는 "녹음 여부를 확인하면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녹음 파일을 빨리 돌렸다"며 "녹취록의 진위여부는 법정에서 녹음 파일을 틀어 보면 된다"고 말했다.

25일 이씨의 증인 신문이 끝난 뒤에도 변호인들은 진술조서에 증거 능력을 부여하기 힘들다고 재판부에 의견을 제시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국정원 진술조서2와 진술조서4의 문제를 제기하며 "조서의 내용을 미리 타이핑 해와 방대한 분량을 짧은 시간에 작성한 허위 진술조서"라며 "증거능력이 입증되지 않는 녹취록이 진술조서에 우회 방식으로 들어가는 점에서 증거 능력을 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사 측은 "녹취록에는 시간이 표시돼 있고 그 도중에는 잡담 등 문답과는 무관한 것도 있어서 넘어간 것"이라며 "질문자가 진술사항을 미리 타이핑하고 진술 답변을 적는 것은 수사상의 관례"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녹취록과 진술조서의 증거채택 여부는 전적으로 재판부 판단에 달려있다.

한편, 26일 9차 공판에서는 오후 2시부터 재판부 직권에 의해 제보자 이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되고 오후 4시에는 이씨와 접촉한 국정원 수사관 문씨에 대한 신문이 이어진다. 앞서 오전 10시부터는 대검찰청 감정인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인에 대한 검찰 측 신문이 이어진다.


태그:#내란음모, #국정원, #이석기, #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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