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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니를 치약으로 닦으면 안 되는 이유 설명과 안전하게 닦는 방법 설명 중. 어르신들은 자신의 틀니를 닦아보는 중.
▲ 모두 모여 틀니 닦는 중 틀니를 치약으로 닦으면 안 되는 이유 설명과 안전하게 닦는 방법 설명 중. 어르신들은 자신의 틀니를 닦아보는 중.
ⓒ 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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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버들 사회복지사에게 좋은 칫솔의 모양을 알려주니 그런 칫솔을 구입해왔다. 어르신들에게 나눠 준 후, 칫솔이 왜 그렇게 생겼는지를 설명한다. 좋은 칫솔과 교체해야 할 칫솔, 칫솔 보관법까지... 칫솔은 소모품이니 너무 비싼 것보다는 차라리 시중에서 판매하는 올바른 모양의 저렴한 칫솔을 다량 구입하여 한 달에 한 번 새 칫솔로 교체하는 것이 낫다는 것과 나일론으로 만들어진 칫솔을 뜨거운 물에 삶으면 사용할 수 없다는 것. 입에 들어가는 것이니 락스로 헹구면 안 된다는 내용까지 빠짐없이 이야기하면, 어르신들의 집중도는 최고조다.

정말 깨끗한 상태라도 치아와 잇몸 경계 부분에 얇은 머리띠처럼 치면세균막이 착색되어 나타난다. 손전등으로 그 부분을 비추며 설명 하는 중
▲ 어느 곳에 물들었을까? 정말 깨끗한 상태라도 치아와 잇몸 경계 부분에 얇은 머리띠처럼 치면세균막이 착색되어 나타난다. 손전등으로 그 부분을 비추며 설명 하는 중
ⓒ 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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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없는 사람과 이가 있는 사람 모두 말없이 나를 보며 순서대로 이를 닦아나간다. 물을 묻히지 않은 마른 칫솔에 치약은 완두콩알만큼 묻혀 닦으니 거품이 조금씩 나면서 잘 닦여진다. 중간 중간 빈 컵에 침을 뱉으며 혹시 출혈이 있는지 확인한다. 출혈 상태의 타액이 보이면 그 부분을 한 번 더 꼼꼼하게 닦아줘야 한다고 말한다. 한 부분(칫솔로 한 번에 닦을 수 있는 치아 개수는 2~2개 반)에 보통 10번을 닦지만, 어르신들은 팔이 아프니 6~8번씩을 닦는다.

모두 닦은 후 거울로 확인한다. 아직도 착색이 남아있는 부분은 치아와 같은 방향으로 칫솔을 세워서 닦기도 하고, 어르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알려 드린다. 이것이 바로 경로당과 노인정에서 하는 맞춤교육인 셈이다. 치아 상태에 따라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를 닦는 것을 배우는 시간. 내가 가장 신경 쓰는 시간이다. 이를 닦으면서 서너 번 침을 뱉으면 이미 입 안에는 치약 거품이 별로 없다.

컵에 반 정도 물을 담아 나눠 드린 후 모두들 나를 따라 입 안을 헹구는 법을 배운다. 목을 뒤로 젖히고 가글하는 것은 혹 잘못하여 기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그 방법은 하지 않는다. 바른 자세로 한 모금 물을 입 안에 넣고, 치아 사이로 물이 왔다 갔다 하는 정도로 세게 가글을 10번 정도 양쪽 볼을 이용하여 한다. 뱉은 후 다시 한 모금 정도 입에 넣은 후 위 인중 부분 입술과 치아 사이로도 헹굴 수 있게 위 아래로 10번 정도 가글 한다.

윗니 큰 어금니는 치아뿌리가 세 개나 된다. 나무뿌리가 땅 속 깊이 박혀있어야 튼튼한 것처럼 치아뿌리도 잇몸과 턱 뼈 속에 들어가 있어야 흔들리지 않는다.
▲ 치아는 어떻게 턱에 붙어있는 것일까? 윗니 큰 어금니는 치아뿌리가 세 개나 된다. 나무뿌리가 땅 속 깊이 박혀있어야 튼튼한 것처럼 치아뿌리도 잇몸과 턱 뼈 속에 들어가 있어야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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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법으로 두 서너 번 하면 워낙 적은 양의 치약을 사용했기에 입 안은 충분히 깨끗해졌다. 대부분 반응이 입 안이 개운한 느낌과 치아와 잇몸이 더 깨끗해 진 것 같다고 한다. 거울로 확인하면 어느 부분에도 착색이 남아 있지 않다.

이런 실습은 물 반 컵과 빈 컵만 있으면 양치 시설이 없는 어느 곳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문제는 그 상황에서 대상자들에게 맞는 안전한 교육을 하려면 구강보건교육을 할 줄 아는 치과위생사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료는 치과의사가 하는 일이라 환자는 그런 부분을 믿고 맡기면 되는 일이지만, 교육은 평상시 대상자가 배운 대로 매일 여러 번 하는 행위라 잘 못 알려줬다가는 도리어 병을 키우는 꼴이 된다. 

늦게 도착해서 내 뒤에 앉은 어르신조차 귀를 기울이며 듣는 중
▲ 구강보건교육에 집중 하는 어르신들 늦게 도착해서 내 뒤에 앉은 어르신조차 귀를 기울이며 듣는 중
ⓒ 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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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습이 끝나면, 틀니가 없는 어르신들은 잠시 일어나 칫솔을 헹구러 가고, 틀니 있는 어르신들만 내 앞으로 모여 가까이에서 직접 자신의 틀니를 올바로 닦는 법을 배운다. 틀니 닦는 칫솔을 따로 나눠주고 직접 배운 대로 그릇 닦는 세정제를 물로 희석한 용액으로 칫솔에 묻혀 닦은 후 물로 깨끗하게 헹궈서 컵에 보관한다. 이 때 틀니 관리법과 치약을 쓰면 안 되는 이유, 틀니 전문 세정제의 올바른 사용방법 등을 알려준다.

치아 문제로 많은 고생들을 하신 터라 정말 진지하게 경청 중인 어르신들
▲ 어르신들의 집중 치아 문제로 많은 고생들을 하신 터라 정말 진지하게 경청 중인 어르신들
ⓒ 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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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나서 경로당 안 바닥에 흘린 물을 닦거나, 자리 정돈을 하고 모든 어르신들이 다시 모여 구강기능 향상을 위한 입체조를 배운다. 주로 준비체조 후 침이 많이 나오는 입체조 두 가지를 알려주고 정리 체조를 한다. 중간에 '파타카라' 발음을 하며 '말하는 힘을 키우는 입체조'를 할 때는 닦아놓은 틀니를 낀 후 한다.

모든 실습은 한 분도 빠짐없이 하기 때문에 교육이 끝난 후 만족도가 아주 높다. 이 교육을 받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60분 동안이나 하느냐고 하지만, 20분 간격으로 세 가지 주제(충치와 치주병 예방에 중요한 올바른 잇솔질 방법과 잇몸마사지/틀니 관리법/입체조)로 진행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참여한다. 어르신들은 가끔 시간이 부족하니 더 자주 이런 기회를 달라고 한다.

2012년에 다녀온 후 2013년에 재방문한 경로당과 노인정에서는 작년 배운 내용에 하나를 더해서 심화된 내용으로 들어가니 더 좋아했다. 교육이 끝나면 그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두 손을 잡아주기도 하고, 삶아놓은 고구마를 싸 주기도 하고, 여러 가지 속상했던 입 안 이야기를 내게 털어놓기도 한다.

"지금 치과치료를 받으러 다니는데, 세상에 일곱 개나 빼야 한다네. 여기는 지난 주 뺐고, 또 빼러 가야해. 너무 억울해."

마스크를 벗으며 열심히 교육에 참여한 어느 어르신이 내게 하신 말씀이다. 그리고 나와 유 사회복지사에게 고마운 마음을 온몸으로 표현하신다. 좀 더 일찍 이런 교육을 세세하게 받았다면 지금보다 나은 입 안 환경을 만들었을 텐데, 듣는 나도 무척 안타깝다. 그럴 때면 '난 이 일을 계속하는 거야'라는 각오가 생긴다.

틀니를 닦을 때는 수건을 준비하고, 그릇에 물을 담아 그 위에서 닦는다. 유사회복지사는 미리 부탁한 대로 양푼 위에 비닐을 씌운 상태로 물을 받아 준비해 놓았다.
▲ 틀니 닦는 중 틀니를 닦을 때는 수건을 준비하고, 그릇에 물을 담아 그 위에서 닦는다. 유사회복지사는 미리 부탁한 대로 양푼 위에 비닐을 씌운 상태로 물을 받아 준비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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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사회복지사가 둘째의 엄마가 되는 예정일은 내년 1월 정도다. 그녀가 출산휴가를 받고나면 그 후에 나와 서울특별시립 도봉노인종합복지관의 관계가 지속될는지는 모르겠다. 구글 에릭 슈미트 회장이 지난 10월에 서울대에서 한 강연 '다음을 준비하는 방법'에서 이런 내용을 말했다. 프로그램 개발자들은 계속해서 개발에 몰두해야 한다고. 그런 개발자를 찾아서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사람은 바로 자기 같은 사람이라고.

나는 많은 구강보건교육 교수방법을 배운 후 현장에 맞게 프로그램을 만들어 여러 가지 매체를 이용하여 직접 교육을 한다. 같은 대상자에게 한 번으로 끝나기도 하고, 백 명이 넘는 인원을 동시에 교육할 때도 있고, 소수의 인원에게 여러 번 재교육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그 대상자들에게 맞는 교육을 만든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좋은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놓아도 현장에서 사용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이러한 교육을 보건소에서 하기도 하고, 여러 복지회관에서도 진행하는데,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준비된 교육자에게 교육을 의뢰하고 믿고 지원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교육의 질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재교육은 없어지는 것이고, 교육을 의뢰하는 곳에서 교육자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 불손하다면 내가 거절하면 된다. 그런 경우 없이 서로의 진심과 의지가 통하면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라도 '보람'이라는 커다란 나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유 사회복지사가 에릭 슈미트 회장처럼, 지역 어르신들에게 제공하는, 많은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는 강사들을 잘 섭외한다면, 강사들은 그 경로당에 맞는 교육들을 잘해 내어, 어르신들 삶의 질도 올라가고, 어린 연령대의 강사들과 어르신들이 어울리는 현장은 서로가 서로에게 보고 배우는 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신뢰하는 유사회복지사의 능력은 아주 탁월하고 사람도 좋아서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놓아 즐겁고 행복하게 어르신들을 만나고 왔다.

나를 차에 태워 쌍문역 버스 정류장까지 오는 길. 운전하는 그녀에게 올해는 그만 교육하고 싶으니 교육 관련 전화는 하지 말라고 했다. 그녀는 파안대소를 하며 알겠다고 하더니, 내년 출산 휴가가 끝나면 바로 전화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만일 유 사회복지사의 전화를 받으면 나는 할까 말까 망설이지 않고 일단 하자고 말 할 것 같다. 왜냐하면 그녀는 진짜 사회복지사 일을 하는 내 친구니까.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아주 여러 가지가 필요한데, 그 중에 제일은 사람 사이의 훈훈한 정 같은 사랑이다. 가족에게도 이웃에게도 꼭 필요한 것. 가방 속의 고구마와 유사회복지사의 웃음이 자원봉사자인 나를 행복하게 했다.

덧붙이는 글 | '시립도봉노인복지회관의 구강보건교육 재능기부 현장 1'과 연결되는 내용입니다.



태그:#노인 구강보건교육, #경로당 구강보건교육, #사회복지사, #치과위생사, #서울시립도봉노인종합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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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 구강건강교육 하는 치과위생사. 이웃들 이야기와 아이들 학교 교육, 책, 영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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