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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추수감사절에 장인, 장모, 아내가 쓴 감사 기도문 표지.  3년 후 추수감사절에 타임캡슐을 개봉하기로 약속해 지난 일요일에 열었다. 그러나 장인 장모님은 하늘나라로 가시고 안 계신다.
 2010년 추수감사절에 장인, 장모, 아내가 쓴 감사 기도문 표지. 3년 후 추수감사절에 타임캡슐을 개봉하기로 약속해 지난 일요일에 열었다. 그러나 장인 장모님은 하늘나라로 가시고 안 계신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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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이게 뭔지 알아? 엄마하고 아버지가 3년 전 추수감사절 예배할 때  남기신 글이야. 당시 교인들 모두가 3년 후에 펴보길 약속하며 자신이 감사하는 걸 카드에 쓴 건데 약속한 3년이 됐다고  교인들이 타임캡슐을 개봉해 내게 전해줬어. 그런데 예배 중 눈물이 나서 계속 울었어."

지난 일요일(17일)에 교회를 다녀온 아내가 눈물을 글썽인 채 예쁜 카드 3장을 보여주며 하는 말이다. '사는이야기'에 글을 쓰려고 했다가 여러 가지 바쁜 일이 생겨 깜박 잊어버렸는데 어젯밤 꿈에 장모님이 나타나셨다. 글을 써달라는 의미일까?

3년전 추수감사절에 장인, 장모, 아내가 쓴 감사기도문. "부부 건강주셨음을 감사합니다. 자손들에게 금년도 건강 주셨음을 감사 드립니다"라는 글귀의 주인들은 하늘나라에 계신다.
 3년전 추수감사절에 장인, 장모, 아내가 쓴 감사기도문. "부부 건강주셨음을 감사합니다. 자손들에게 금년도 건강 주셨음을 감사 드립니다"라는 글귀의 주인들은 하늘나라에 계신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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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에게 건강주셨음을 감사합니다."
"자손들에게 금년도 건강 주셨음을 감사드립니다."
"부모님 건강하심. 딸 윤나 취업 감사."

위로부터 차례대로 장인, 장모, 아내의 감사 기도문이다.

이인옥! 내겐 천사 같은 장모님이다. 독실한 기독교도였던 장모님은 대학 시절 시집가기를 포기했다. 수녀가 되어 소록도 나환자를 돌볼 계획이었는데 장인의 강권으로 결혼을 하셨다고 한다. 장인이 사업하다 아홉 번을 망해도 옷가게와 삼계탕 장사를 하며 집안을 살려냈다. 빚쟁이들의 빚 독촉과 욕설 섞인 수모를 몸으로 이겨냈다고 한다.

자신이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고 자식과 이웃들에게 베풀던 장모님은 글을 써놓은 지 1년 후 돌아가셨다. 2010년 당시 92세였던 장인은 100살까지 살겠다고 장담하셨는데 장모님이 가신 다음해인 작년에 돌아가셨다.

두 분이 돌아가시고 난 일 년 동안 처가인 여수 중앙동 앞을 지나가려면 가슴이 휑한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제라도 "오서방 왔는가? 피곤하지?" 하며 반겨줄 같은데….

아내는 "양가 어른들이 팔십 넘어 돌아가셨으니 장수를 해서 다행이지만 더 오래 사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말한다. 아내가 한마디 더한다.

"이제 더 보내드릴 어른이 안 계시니 우리 차례인가봐. 갈 때 가더라도 예쁘게 가야 하는데…."

3년 전에는 두 분이 건강하게 옆에 계셔서 감사드렸는데 3년이 지난 지금, 감사드릴 부모가 곁에 계시지 않는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허나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계실 줄 알았던 부모는 하늘나라로 가셨다.

살아계실 때 효도하라는 옛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타임캡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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