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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열린 울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천병태 의원이 반구대 암각화 카이네틱 댐 설치자리에 공룡발자국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 박석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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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 년간 보존방법을 두고 난항을 겪다 올해 6월 가까스로 합의된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법인 투명 재질 카이네틱 댐(Kinetic Dam) 설치를 위해서는 최근 발견된 1억 년 전의 공룡발자국 문화재에 쇠말뚝을 박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열린 울산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의 울산시 문화체육관광국 행정사무감사에서 천병태 시의원은 이같은 사실을 지적했고, 울산시도 이를 시인했다.
특히 울산시의 제방 설치안에 반대하며 댐 수위 조절안을 고수하다 카이네틱 댐 합의로 청와대와 갈등을 빚다 경질된 것으로 알려진 변영섭 전 문화재청장의 입장과도 맞물려 논란은 증폭될 전망이다.(관련기사:
<변영섭 문화재청장 전격 경질의 의미>)
21일 오전 진행된 울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천병태 의원은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카이네틱 댐 설치 장소에 공룡발자국이 발견됐다"며 "댐 설치에 앞서 문화적 가치와 보존방법을 먼저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울산시 문화체육관광국은 카이네틱 댐 설치 자리가 공룡발자국 자리가 맞다고 시인하고 "현재 반구대 암각화 주변 발굴조사가 90%가량 진행중이지만 이 때문에 일정이 한 달가량 연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화재위원회의 의견을 거친 뒤 카이네틱 댐 실시설계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울산시 문화체육관광국 "한 달 연기... 문화재위원회 의견 들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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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0월 29일 울산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에서 문화재청이 공룡발자국 발견 언론 설명회를 하고 있다 |
ⓒ 문화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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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8월 30일부터 진행된 반구대 암각화 주변 발굴 조사에서 1억년 전 공룡 발자국 |
ⓒ 문화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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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는 내년도 예산안에 '반구대 암각화 보전과 관련한 가변형 투명 물막이 설치'로 75억 원을 편성해 울산시의회의 심의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카이네틱 댐 설치가 반구대 암각화는 물론 주변 자연환경도 훼손할 것이라는 문화계의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카이네틱 댐 설치 합의 후 절차에 따라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 8월 30일 울산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암각화 주변 발굴조사에 착수해 약 1억 년 전의 백악기 초식 공룡발자국화석을 발견했다.
문화재청이 10월 29일 공개한 공룡발자국화석은 반구대 암각화 북동쪽 25~30m, 하상 암면(해발 48~49m, 반구대 암각화와 수직으로 5~6m)에 분포하고 있는데 모두 25개가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3일 후 17개를 더 발견해 모두 42개의 공룡발자국이 발견된 것.
문화재청은 "발자국의 형태로 볼 때 초식공룡인 용각류 또는 조각류의 것으로, 최소 5마리 이상의 공룡이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중 사족 공룡이 지나간 흔적인 보행렬 화석 2열이 발견됐는데, 발자국의 크기는 길이 25~50cm와 폭 29~54cm"라고 밝혔다.
울산에서는 이번 발견 외에도 공룡발자국이 다수 발견된 바 있다. 지금까지 울산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화석 산지는 모두 16곳으로 특히 반구대 암각화 주변인 대곡천 일대에 12곳이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이 중 2곳은 울산 울주군 문화재자료로 지정됐다.
문제는 이번에 발견된 공룡발자국이 카이네틱 댐이 설치되는 자리라는 것. 이 댐은 건축가 함인선 교수(한양대학교 건축학부)가 제시한 것으로, 투명한 재질의 보호막으로 된 소규모의 댐을 반구대 암각화 전면에 설치해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것을 막는 것이다.
함 교수는 <중앙일보>에 반구대 암각화 보존 대안으로 이 방법을 기고했고, 이후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를 환영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 구상안에 따르면 카이네틱 댐은 암각화를 중심으로 앞쪽에 철근(쇠말뚝)으로 기초공사를 한 후 약 30m 길이의 원형 제방을 쌓는 방식인데, 결국 공룡발자국이 발견된 지점에 댐을 고정하기 위한 쇠말뚝을 박아야 한다. 울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이 나온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