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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위한 매일 미사'가 마지막으로 열렸다.
 18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위한 매일 미사'가 마지막으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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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온도 -3.6°C, 급기야 하늘에서는 하얀 눈송이가 흩날렸다. 코가 빨갛게 변한 수녀들과 하얀 사제복 위 겨울옷을 껴입은 신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18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위한 매일 미사'의 모습이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주최로 열린 이날 미사에는 50여 명의 신부를 포함해 평소보다 많은 300여 명이 참석했다. 간이의자 외에 바닥에 깐 돗자리도 가득차 결국 60여 명은 서서 미사를 드려야 했다. 4월 8일부터 225일간 이어져 온 대한문 앞 매일 미사가 이날을 마지막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쌍용차범국민대책위는 지난 16일, 2009년 사측으로부터 해고당한 후 사망한 쌍용차노동자·가족 24명을 기리는 위령제를 지내면서 대한문 앞 분향소를 1년 7개월만에 경기도 평택 쌍용차 공장 앞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이제는 해고자 문제에 대해 사측이 답할 차례라는 이유에서다.  

18일 열린 대한문 앞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위한 매일 미사에는 수녀님들을 비롯해 평소보다 많은 300여명이 참석했다.
 18일 열린 대한문 앞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위한 매일 미사에는 수녀님들을 비롯해 평소보다 많은 3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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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에 참가한 유재선 쌍용차 해고노동자는 "그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저녁을 함께 해준 분들께 감사하다"며 "10년 넘게 아버지하고만 살면서 많이 외로웠는데 미사가 시작되면서 매일 여섯 시 반 저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앞으로도 가족들 눈에 눈물 나지 않도록 정말 열심히 싸우겠다"고 말했다.  

'희망의 빛' 마주한 225일... "비정규직 없는 세상 위해 계속 투쟁하겠다"

"지난 225일 간 미사에 함께하면서 진정으로 사람만이 희망임을 확인했습니다.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준 나승구 대표 신부님을 비롯해 함께해 준 분들의 희생과 헌신을 잊을 수 없을 겁니다. 반드시 공장으로 돌아가겠다는 확신과 희망을 가지고, 쌍용차 문제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더 당차게 웃으며 투쟁하겠습니다."

18일 마지막으로 열린 대한문 앞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위한 미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득중 지부장.
 18일 마지막으로 열린 대한문 앞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위한 미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득중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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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중 쌍용차 지부장은 발언을 통해 "매일 미사는 저희에게 든든한 희망이자 버팀목이었다"며 "반드시 공장으로 돌아가서 그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225일 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미사에 참석한 신도도 있었다. 세례명이 '엘리사벳'인 박종금(73)씨는 "뉴스에서 미사를 한다기에 여기 처음 왔었는데, 팔도강산에서 모이는 사람들과 멋진 신부님들을 보며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진짜 반해버렸다"고 말해 사람들의 웃음과 박수를 자아냈다.

마이크를 잡은 김안드레아 수녀는 미사에 참석하며 처음 마주한 것이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희망 없는 눈빛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사에 오면서 동료와 가족을 보내고 살아남은 자들,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상처를 지닌 이들과 함께 울 수 있었다"며 "시대에 광풍이 불어도 계속 함께 걸어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후 불법연행 등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이 더욱 심해졌다면서 정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오늘 끝나는 대한문 미사는 또 다른 기도의 시작"이라며 "박근혜 정권에 탄압당한 노동자뿐 아니라 진실과 공정에 헌신하는 모든 이의 연대로 다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18일 열린 대한문 미사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 수녀님들의 모습.
 18일 열린 대한문 미사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 수녀님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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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평택공장 앞 송전탑에 올라 문제해결을 촉구하며 고공 시위를 벌였던 한상균 전 지부장은 <오마이뉴스>와 만나 "쌍용차 해고노동자 등 국가 폭력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매일 미사'는 큰 힘이 됐다"며 "쌍용차 노동자들도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치유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김인국 신부는 "지난 225일 동안 서글프고 처량한 날도 많았지만 그래도 희망의 빛을 보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 아난드 회장은 지난 11일 은수미 민주당 의원 등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 3명을 만나 쌍용차 정리해고자의 복직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평택으로 넘어 간 쌍용차 노동자들의 '희망'이 사측의 결단으로 다시 빛을 보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18일 열린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위한 마지막 미사에서는 신부 50여명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18일 열린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위한 마지막 미사에서는 신부 50여명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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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을 위해 마지막 미사가 열린 뒤 참석자들이 서로 인사하며 껴안고 있는 모습.
 18일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을 위해 마지막 미사가 열린 뒤 참석자들이 서로 인사하며 껴안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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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쌍용차 사태, #분향소, #대한문 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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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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