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불법유출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검찰 포토라인에 선 김무성 의원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불법유출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문 입수 경로를 속칭 '찌라시' 즉 사설 정보지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및 불법 열람 의혹에 대한 검찰 조사를 받은 김 의원은 "하루에 수십 건 정도 보고서와 정보지가 난무했는데 찌라시 형태로 대화록 문건이 들어왔다"면서 "그 내용이 정문헌 의원이 얘기한 것과 각종 언론 및 블로그 등에 나와 있는 발표 등과 내용이 같았기 때문에 대화록 일부라 판단하고 연설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종의 그런(증권가 정보지) 것인데, 내용을 파악해서 보고서 형태로 온 것"이라며 "문건 일부가 수록된 것이고, 국정원에서 대화록 전문을 공개했을 때 내용을 파악했더니 훨씬 더 쇼킹한 내용이 있었다. 전문을 봤다면 더 넣어서 연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본 적이 없고, 정보지에 나와 있는 내용이라고 보고받고 회의록 내용이 맞다고 판단, 유세현장에서 발표했다'는 것이다.

'찌라시'라 천대받는 사설 정보지의 놀라운 취재력(?)에 충격을 받을만한 발언이다. 동시에 "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그 대화록을 다 입수해서 읽어봤다"(관련기사: 김무성 "지난 대선 때 이미 NLL 회의록 입수했다")고 호기롭게 말했던 데 비하면 '무대'(김무성 대장)라는 호쾌한 별명에 어울리지 않게 군색하다.

회의록 발췌본 아닌 원문이 사설 정보지에 실렸다는 건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이던 김 의원이 선거일 직전인 지난해 12월 14일 부산유세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에게 하는 말"이라며 발표한 내용에 대해 회의록 유출 및 불법 열람 의혹이 제기되는 건, 회의록 원문을 보지 않고는 발표할 수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같은 당의 정문헌 의원이 앞서 10월 8일 처음으로 회의록 내용을 언급했고, 이어 <월간 조선>이 같은해 12월호에 회의록을 본 사람들을 취재했다며 관련 내용을 보도했지만 이는 국정원이 만든 발췌본 등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런데, 김 의원의 유세 발언에는 회의록 발췌본에는 없고 원문전문에만 나오는 '저항감'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관련기사 : 김무성, 회의록 발췌본 말고 '전문' 봤나?). 김 의원은 문제의 유세발언에서 "나도 역사적으로 제국주의가 사실 세계인들에게 반성도 하지 않았고 오늘날도 패권적 야망을 절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인식도 갖고 있으며 '저항감'도 갖고 있습니다"라고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김 의원의 당시 발표 내용은 회의록 원문과 조사, 순서 등의 차이가 약간 있을 뿐 대부분 일치하며 원문의 8개 항목, 744자와 거의 같았다. 김 의원의 말대로라면, 사설 정보지가 국정원이 작성한 회의록 발췌본이 아니라 회의록 원문을 입수해 게재했다는 말이 된다.

김무성 새누리당이 2012년 12월 14일 부산 유세 때 소개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내용과 국정원이 공개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 비교
 김무성 새누리당이 2012년 12월 14일 부산 유세 때 소개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내용과 국정원이 공개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 비교
ⓒ 박소희

관련사진보기


회의록 원문이 사설 정보지에 유출됐고, 여당 대선 후보의 선거를 총괄하는 책임자가 수많은 군중 앞에서 한 중대 발표가 고작 사설 정보지 내용을 따다가 읽은 거라는 얘기는 신빙성이 떨어진다. 여권의 대선 후보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5선 의원이 아무리 위기상황이라 해도 탈출구를 '찌라시'로 잡은 것 자체가 충격적이다. 

그러나 만약 '찌라시 보고 한 얘기'라는 김 의원의 말을 검찰이 믿어준다면, 김 의원 본인과 보고서 작성에 관계된 새누리당 당직자들에 대한 회의록 유출 및 불법 열람 혐의는 간단하게 벗겨진다. 사설 정보지에 책임을 돌리면 누굴 수사해야 하는지부터 불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사설 정보지는 정기간행물로 등록된 몇 개를 빼놓곤 발행주체조차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등록된 사설 정보지라 해도 각 내용의 작성주체가 불분명하다.

회의록 보관은 국정원 1곳뿐, 유출 경위 대대적 수사 필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11월 30일 오전 부산 사상구 서부버스터미널 유세에서 김무성 당시 총괄선대본부장과 함께 유권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11월 30일 오전 부산 사상구 서부버스터미널 유세에서 김무성 당시 총괄선대본부장과 함께 유권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회의록 폐기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국가기록원에 이관된 참여정부 청와대 이지원 시스템에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말대로라면, 결국 회의록을 공식적으로 보관하고 있었던 건 국정원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중요 국가기밀 원문이 사설 정보지에 게재될 정도로 기밀관리가 안 됐다는 것이다.

또 그의 주장대로라면, 찌라시에까지 실리게 한 국정원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필요하다. 아니면 선거일 직전 수많은 군중 앞에서 당당하게 "대한민국 최초로 이 자리에서 공개하겠다"며 회의록 원문 내용을 발표(관련기사:"회의록 안 봤다"는 김무성 지난해 12월 14일 유세때는…)한 김 의원이 당당하게 다시 입수 출처를 밝힐 수밖에 없다.


태그:#김무성, #회의록, #정보지, #국정원
댓글1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