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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주민들이 안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기란 쉽지않다. 이른 아침부터 각 섬에서 모여든 주민과 이들을 친절하게 맞이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 진료를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선 주민들 섬 주민들이 안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기란 쉽지않다. 이른 아침부터 각 섬에서 모여든 주민과 이들을 친절하게 맞이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 이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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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낙도 주민들을 위한 안과 의료봉사가 펼쳐져 갑작스럽게 찾아온 동장군을 다시금 물러나게 만들었다. 지난 11월 11일 밝은광주안과 김재봉 원장을 비롯한 5명의 간호사 일행은 신안군 공무원 노조원 8명과 함께 신안군 팔금면 주민센터에서 인근 암태, 자은, 안좌도의 주민 150명을 상대로 안과 의료 봉사를 했다.

앞서 밝은광주안과는 올해 신안군 공무원 노조와 업무협약을 맺고 주기적인 낙도주민을 위한 의료봉사를 약속했다. 이번 의료봉사는 첫 행사로써, 섬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민·관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줘 삭막한 세상에 온기를 불어 넣어주었다는 평을 들었다.

특히 밝은광주안과는 지리적으로 신안군과 먼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원장을 비롯한 수술실 간호사들이 대거 동참했다. 신안군 공무원 노조원 8명은 출장이 아닌 개인적인 연가를 신청해 봉사에 함께 했다.

백내장 등 노인성 안과질환을 달고 사는 신안군 낙도 주민들은 전문의에게 안과진료를 받기가 쉽지 않다. 신안 각 섬에 보건소가 있기는 하지만 안과의사는 상주하지 않으며, 심각한 상태에 접어들어서야 인근 목포에 나가서 진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환경에서 광주의 대형안과전문병원에서 무료 진료봉사가 있다고 하자 이른 아침부터 인근 섬 주민들이 팔금면 주민 센터로 모여들었다.

원장님, 서둘러요, 배 놓치면 섬 못 나갑니다!

대부분 안과 질환을 가지고 있어 김재봉원장의 진료시간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음은 급하지만 한 분 한 분 신중히 진료하고 있다.
▲ 아무리 바빠도 진료는 신중하게! 대부분 안과 질환을 가지고 있어 김재봉원장의 진료시간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음은 급하지만 한 분 한 분 신중히 진료하고 있다.
ⓒ 이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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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이렇게 천천히 진료를 봐서는 배 시간에 맞춰 환자들을 다 볼 수가 없습니다. 좀 서둘러 주십시오."

신안군 공무원 노조 위원장의 재촉에도 김재봉 원장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안과 진료는 시간이 좀 걸립니다. 너무 재촉하지 마십시오. 한 분을 보더라도 제대로 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오늘 다 못하면 다음에 시간을 내어서 다시 오면 되죠.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진료를 받은 150여명의 주민들 중 4명은 심각한 상태였다. 김 원장은 이들에게 빨리 인근 도시로 나가 수술 받을 것을 권했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주민들이 안과질환을 가지고 있어서 병원에서 가져온 약품을 나누어 주고 지속적인 관리를 부탁했다.

이날 의료봉사에 참여한 공무원 노조원들 또한 권위적인 공무원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낙도 주민들을 자신의 부모를 대하듯 정성껏 모셨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얼굴에선 농사일에 찌든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의료진과 노조원들의 쉬지 않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50여명의 주민들이 진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갔다. 이것은 배 시간을 놓치면 섬을 나갈 수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짐을 싸야만 했기 때문이다. 짐을 싸는 의료진의 얼굴에는 진료를 받지 못한 주민들에 대한 미안함이 역력했다.

"주민 여러분, 조만간 꼭 시간을 내어서 다시 오겠습니다. 오늘 진료를 보지 못하신 분들 정말 죄송합니다. 내일 병원 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섬을 나가야만 합니다. 다시 한 번 다시 올 것을 약속드리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날 봉사하러 온 사람들의 모습은 여느 의료봉사활동과는 달랐다. 일회성 행사나 사진 찍기 위한 생색내기 행사가 아닌, 진정 히포크라테스 앞에서 의사로서의 마음가짐을 선서한 의료인과 국민의 종복이기를 선택한 공무원의 참 모습이었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신안 섬 출신인 난 밝은광주안과가 오늘의 약속을 꼭 지켜 매년 고향주민들을 위한 무료 진료를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보았다.

덧붙이는 글 | 신안 출향민으로서 이 번 봉사에 참여해 준 의료진과 공무원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태그:#광주밝은안과, #의료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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