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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부정선거는 '국기문란'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단 한 번도 국민 앞에 직접 사과한 적이 없다. 전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니 자신과는 관계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는 연속성이다. 이명박정권이 저지른 국정원 부정선거지만, 후임 정권인 박근혜정권이 사과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이란 단어를 붙일 수 없는 '유신헌법' 초안자이자, 1992년 대통령선거 '초원복국집 사건' 당사자인 김기춘을 대통령비서실장에 앉혔다. 김기춘 비서실장을 임명하자 '유신부활'을 우려하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국정원 부정선거 진실을 파헤치는 채동욱 검찰총장을 내쫓았고, 수사팀장인 윤석열 여주지청장까지 내쳤다. 새누리당까지 반대하는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헌정사장 초유의 사건이 터졌다. 원내 3당인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키겠다고 천명했다.

정부가 진보당 해산청구를 하면서 내세운 논리 중 하나가 '진보적 민주주의'를 당 최고 이념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이 단어는 북한 김일성 주석이 지난 1945년 '진보적 민주주의'를 주창해 북한 건국 이념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므로 진보당이 북한 지령을 받거나, 추종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보당 강령에는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없다. 김재연 의원은 5일 jtbc <뉴스9>에 출연해 "'진보적 민주주의' 단어, 김일성이 쓴 단어인데"라는 손석희 앵커 질문에 "우리가 담고 싶은 민주주의에 대해 '진보적 민주주의'라고 표현한 적은 있지만 당 강령에는 담지 않았다"며 "무관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진보당이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김일성 사상을 추종해 위헌 정당이라고 주장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높이 산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박 대통령은 지난 2002년 5월 11일부터 14일까지 3박 4일 동안 평양을 방북했었다(당시 박 의원은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한국미래연합 창당을 준비하고 있었음).

지난 2002년 5월 13일 오후 방북중이던 박근혜 당시 한국미래연합 대표가 평양 백화원초대소를 찾아온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하고 있다.
▲ 2002년 박근혜 방북, 김정일 면담 지난 2002년 5월 13일 오후 방북중이던 박근혜 당시 한국미래연합 대표가 평양 백화원초대소를 찾아온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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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이 평양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파격이었다. 박 의원은 베이징에서 고려항공 여객기를 기다리던 중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보낸 특별기를 타고 평양에 들어가,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때 김대중 대통령이 묵었던 백화원 영빈관에서 묵었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영빈관을 찾아 속기사만 두고, 한 시간 가량 단독 회담을 했다.

자서전인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화법과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터놓고 대화를 나누면 약속한 부분에 대해 지킬 것을 지키려 노력한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김정일 위원장을 평가했다(관련기사 : 김정일 단독 면담했던 박근혜... 조문 반대 왜?).

김정일이 누구인가? 국가보안법 상 반국가단체 '수괴'다. 반국가단체 수괴를 직접 만나 면담하고, 높이 평가했다. 1945년 김일성이 썼다는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진보당이 쓴다는 이유로 민주 정당을 해산하는 박근혜정권은 김정일을 높이 평가하는 대통령 발언과 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고 싶다.

무엇보다 김정일 위원장이 보내준 특별기까지 타고 평양에 들어가지 않았는가? 김정일이 직접 찾아 단독회담을 했다. 이 같은 파격을 받은 사람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만약 진보당 국회의원 중 한 사람이 이런 파격을 받았다면, 박근혜정권 논리대로면 이미 공중 분해됐을 것이다.

법은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사람과 단체에 따라 달리 적용되면 법은 존재 가치를 상실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다르게 법을 적용하면 신뢰를 잃는다. 박근혜정권이 바로 그 길을 가고 있다. 진보당이 북한이 쓰는 용어를 썼다는 이유를 들어 북한 지령을 받은 위헌정당으로 몰아세우면서 해산시키겠다고 한다.

무엇보다 김정일 위원장 특별대우를 받은 박근혜 대통령은 국내가 아니라 국외에서 민주 정당 해산 청구에 대해 전자결재를 했다. 민주 정당을 탄압한 정권치고 몰락하지 않은 정권이 없다. 2013년 우리 사회는 유신부활이 아니라 유신말기를 경험하고 있다.


태그:#진보당, #진보적민주주의, #박근혜, #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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