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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수(26)씨는 2012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청년세대의 고민을 담은 노래 '넥타이'로 대상을 수상했다.
 신문수(26)씨는 2012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청년세대의 고민을 담은 노래 '넥타이'로 대상을 수상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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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8일 MBC <대학가요제> 현장.  참가자 14팀 중 마지막 차례였다. 앞 순서의 공연을 볼 때마다, 두근거림은 조금씩 더 커졌다. 무대에 오르자 밝은 조명 탓인지, 긴장 때문인지 눈앞이 새하얬다. 눈을 질끈 감고, 노래를 시작했다. 목에 맨 넥타이가 익숙지 않아 자꾸 걸리적거렸다.

정신을 차리자 시상식이었고, 다른 참가자들 이름이 수상자로 하나씩 불리고 있었다. 8주 동안 본선 준비를 함께하며 친구가 된 이들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박수를 치고, 환호를 질렀다. 애당초 수상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 시상식이 끝나갈 즈음, 머릿속에서는 그동안 밀린 학교 과제들이 맴돌고 있었다.

"2012년 MBC <대학가요제> 영예의 대상을 발표하겠습니다. 수상자는 신문수입니다!"

대상 시상자로 나선 박칼린 심사위원장이 자신의 이름을 외쳤을 때, 신문수(26·광운대학교 영문학과 4학년)씨는 그저 얼떨떨했다. 쏟아지는 함성, 흩날리는 꽃비는 귀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 와중에도 '수상 소감을 말하게 되면 이름을 꼭 불러주겠다'고 한 친구들과의 약속이 떠올라 피식했다. 무대에서 내려오자 기자들이 몰려와 "지금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제야 신씨는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늦은 밤 산 속에서 노래... "현실로 금세 돌아왔어요"

지난 29일, 신문수씨를 만난 곳은 서울 도봉구 쌍문4동에 있는 한 등산로. 시간은 저녁 9시께를 넘어서는 중이었다. 등산로를 따라 드문드문 설치된 가로등 주변을 빼고는 온통 어두웠다. 이곳은 신씨의 녹음실이자, 연습실이다.
 지난 29일, 신문수씨를 만난 곳은 서울 도봉구 쌍문4동에 있는 한 등산로. 시간은 저녁 9시께를 넘어서는 중이었다. 등산로를 따라 드문드문 설치된 가로등 주변을 빼고는 온통 어두웠다. 이곳은 신씨의 녹음실이자, 연습실이다.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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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나쁘지 않죠? 낙엽도 떨어지고 말이에요. 연습실, 녹음실 대여료가 학생에게는 만만치 않거든요. 비싼 경우에는 한 시간에 몇 만 원도 넘으니까요. 그렇다고 집에서 하면, 이웃에 민폐잖아요. 꽤 헤매다가 집에서 5분 거리인 이곳을 찾았어요."

그로부터 1년이 조금 안 되는 지난 10월 29일, 신씨를 만난 곳은 서울 도봉구 쌍문4동에 있는 한 등산로. 시간은 오후 9시께를 넘어서는 중이었다. 등산로를 따라 드문드문 설치된 가로등 주변을 빼고는 온통 어두웠다. 이곳은 신씨의 녹음실이자, 연습실이다.

신씨는 기타 한 대, 마이크와 헤드폰 그리고 태블릿PC를 서로 연결하는 것만으로 준비를 마쳤다. 그는 "태블릿PC 아니었으면, 혼자서 녹음할 생각은 꿈에도 못했을 거다"라며 웃었다.

"대상을 타고 나서, 솔직히 아주 잠깐 동안은 '나도 가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를 하기도 했죠. 하지만 현실로 금세 돌아왔어요. 스스로가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음악은 제 꿈이지만, 당장은 학교에서 치를 시험과 과제도 급하고요. 제 노랫말처럼 저도 '학원 아님 도서관을 오가'는 평범한 학생이잖아요."

신씨가 <대학가요제>에서 부른 노래는 청년세대의 고민을 담은 '넥타이'다. 넥타이 매는법을 몰라, 아버지께 꾸중 들었던 경험이 계기가 됐다. 신씨는 노랫말을 통해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치열한 일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나의 또래들'의 이야기를 한다. 그는 "제 노래를 듣고 청년세대가 공감을 표현할 때 가장 기쁘다"며 "저 역시 취업준비생이기 때문에 부를 수 있었던 노래"라고 말했다.

"우연찮게 가수 유희열씨를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물론이고, 인생 선배로서 따뜻한 격려와 조언을 많이 해주셨죠. 꿈을 좇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 이후, 신씨에게 가수로서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몇몇 기획사에서 오디션을 보자고 연락도 왔다. 하지만 녹록지 않았다. 신씨는 "한 유명한 기획사에서는 대뜸 춤을 춰보라고 하더라"며 "당장 가수로서 준비가 된 것도 아닌데, 학교에서 내가 가진 가능성을 더 찾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학가요제> 폐지 아쉬워... "꼭 부활했으면"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은 요즈음이지만, 36년 동안 이어온 역사와 상징은 소중한 거잖아요. 오랫동안 청년 세대가 가진 문화와 고민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이기도 했고요. <대학가요제>가 폐지된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아쉬웠어요."

지난 7월, MBC는 "제작비 대비 시청률이 저조하다"며 <대학가요제> 폐지를 밝혔다. Mnet <슈퍼스타K>를 시작으로 방송가에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이 불자, 상대적으로 <대학가요제>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신씨는 "졸지에 제가 '마지막 대상 수상자'가 돼버렸다"며 "언젠가 꼭 부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가요제>는 첫걸음을 뗀 1977년부터 밴드 샌드페블즈의 '나 어떻게'를 시작으로 수많은 음악인을 배출해왔다. '그때 그 사람'을 부른 심수봉(1978년), '꿈에 대화' 한명훈·이범룡(1980년),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유열(1986년), '그대에게' 무한궤도(1988년)을 비롯하여 노사연, 배철수, 전람회 등이 <대학가요제>을 통해 등장했다.

한편 MBC가 <대학가요제> 폐지를 결정하자, 초기 수상자들을 중심으로 '대학가요제동창회'가 만들어졌다. 여기에는 샌드페블즈, 이명우, 노사연, 심수봉, 조정희, 원미연, 유열, 이정석, 무한궤도, 박칼린, 배기성, 익스 등 30여팀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 9월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대학가요제>의 방향성과 순수한 부활을 저희는 간절히 소원한다"고 밝혔다. '대학가요제동창회'는 지난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대학가요제 Forever'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꼭 가수가 되지 않더라도, 음악 함께 나누고 싶어"

신문수씨는 지난 7월부터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의 라디오 프로그램 <김남훈의 인파이팅>에 참여하는 중이다. 금요일 꼭지 ‘신문수의 불굴의 명곡’에서 70년대 심수봉부터, 2000년대 박효신에 이르기까지 명곡들을 재해석해 부른다.
 신문수씨는 지난 7월부터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의 라디오 프로그램 <김남훈의 인파이팅>에 참여하는 중이다. 금요일 꼭지 ‘신문수의 불굴의 명곡’에서 70년대 심수봉부터, 2000년대 박효신에 이르기까지 명곡들을 재해석해 부른다.
ⓒ 신문수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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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수가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분명한 건, 어떤 방식으로든 음악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거예요. 라디오 방송에 참여하게 된 계기도 그 때문이고요. 청년 세대가 지니고 있는 열정이나 고민을 담아낼 수 있는 그런 노래를 하겠습니다."

신씨는 지난 7월부터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의 라디오 프로그램 <김남훈의 인파이팅>에 출연하고 있다. '신문수의 불굴의 명곡' 코너에서 70년대 심수봉부터, 2000년대 박효신에 이르기까지 명곡들을 재해석해 부르는 것.

신씨의 목표는 자기 또래인 20대에게 옛 음악이 지닌 감수성과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것이다. 그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좋은 노래가 있었냐'며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명곡을 즐거운 마음으로 소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2012년 MBC <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상한 신문수씨의 노래 '넥타이'
ⓒ 장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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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MBC <대학가요제>, #신문수, #'넥타이', #국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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