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치즈와 피자, 찰떡 궁합입니다.
▲ 치즈와 피자 치즈와 피자, 찰떡 궁합입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넓게 폅니다. 피자 반죽은 손바닥 위에서 춤추며 넓어져야 제 맛인데 오늘은 참습니다. 넓게 펴진 반죽 위에 붉은 양념장을 골고루 문질러 바르고 양파와 소고기 그리고 햄 등 다양한 토핑을 올립니다. 끝으로 모차렐라 치즈를 듬뿍 뿌려줍니다. 피자 모양이 만들어졌습니다.

큰 애가 손수 만든 하얀 피자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십니다. 이제 적당한 불에 잘 익히면 맛있는 피자가 완성됩니다. 불에 달궈져 익게 될 피자를 생각하며 미소 짓는 아들을 쳐다보니 괜찮은 셰프 같습니다. 옆자리 두 동생은 뭐하냐고요? 녀석들은 밀가루 반죽으로 장난하느라 주변을 난장판 만들었습니다.

"아들이 엄마보다 잘 만드네요" 큰 애 손이 빨라졌다

지난 26일 오전, '곡성 섬진강 치즈 체험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전북 임실 치즈 마을이 전남 곡성에 체험 학교를 냈는데 세 아이들과 놀러 왔습니다. 이 학교에서는 치즈와 피자 만들기, 송아지 우유 주기, 레일 썰매 타기와 뻥튀기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체험 중 '피자 만들기'가 가장 인기 높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입에 들어갈 쫀득하고 달콤한 음식을 만드니까요. 아내와 세 아들은 가장 먼저 '피자 만들기'를 체험했습니다. 피자 만들기는 밀가루 반죽을 넓게 펴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큰 애가 둥근 나무 막대로 밀가루 반죽을 넓게 폅니다. 지나가던 선생님이 반죽 열심히 밀고 있는 큰애와 아내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한 마디 던집니다.

"아들이 엄마보다 더 잘 만드네요."

지난 26일 오전, ‘곡성섬진강치즈체험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전북 임실 치즈마을이 전남 곡성에 체험 학교를 냈는데 세 아이들과 놀러 왔습니다.
▲ 섬진강 치즈 체험학교 지난 26일 오전, ‘곡성섬진강치즈체험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전북 임실 치즈마을이 전남 곡성에 체험 학교를 냈는데 세 아이들과 놀러 왔습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피자 반죽은 손바닥 위에서 춤추며 넓어져야 제 맛인데 오늘은 참습니다.
▲ 밀가루 반죽 피자 반죽은 손바닥 위에서 춤추며 넓어져야 제 맛인데 오늘은 참습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넓게 펴진 반죽 위에 붉은 양념장을 골고루 문질러 바르고 양파와 소고기 그리고 햄 등 다양한 토핑을 올립니다. 끝으로 모차렐라 치즈를 듬뿍 뿌려줍니다. 피자 모양이 만들어졌습니다. 아직 먹으면 안됩니다.
▲ 미완성 넓게 펴진 반죽 위에 붉은 양념장을 골고루 문질러 바르고 양파와 소고기 그리고 햄 등 다양한 토핑을 올립니다. 끝으로 모차렐라 치즈를 듬뿍 뿌려줍니다. 피자 모양이 만들어졌습니다. 아직 먹으면 안됩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알맞은 불에 잘 익은 피자가 탄생했습니다. 큰애가 손수 만든 피자맛이 괜찮네요.
▲ 피자 알맞은 불에 잘 익은 피자가 탄생했습니다. 큰애가 손수 만든 피자맛이 괜찮네요.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그 말에 큰 애 손이 점점 빨라집니다. 아내와 나머지 두 아들은 열심히 밀가루 반죽 늘려 넓기는 한데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렸습니다. 아내 손이 보태졌는데도 모양이 엉망입니다. 두 아들과 아내는 피자 만드는 데 영 소질이 없습니다. 반면, 큰 애는 혼자서 슥슥 밀가루 반죽을 잘도 밀어댑니다.

큰 애가 정성들여 민 반죽, 제법 모양이 나왔네요. 둥글게 민 반죽이 얇고 넓습니다. 잠시 후, 넓게 펼쳐진 밀가루 판 위에 토핑을 얹습니다. 그리고 피자와 찰떡 궁합인 치즈를 맘껏 뿌렸습니다. 이 치즈 불에 닿으면 자신을 녹여 쫀득한 맛을 냅니다. 참 신기한 녀석이죠.

피자와 치즈의 고소한 맛만 되살아나면 그만

우리나라 된장처럼 서양에서는 많은 음식에 치즈가 들어갑니다. 서양 된장이 치즈인 셈이죠. 헌데 그날 곡성에서 뿌려댄 모차렐라 치즈에는 눈물 젖은 사연이 담겨 있더군요. 1960년대 우리나라는 보릿고개가 한창이었죠. 봄이되면 먹을거리가 없어 많은 사람들이 밥 굶기 일쑤였습니다.

전국에서 오지로 손꼽히는 전북 임실도 배고픔을 피하지 못했고요. 1958년 보릿고개로 굶주리던 곳에 벨기에 출신 지정환 신부가 선교사로 왔습니다. 그는 임실군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배고픔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치즈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치즈가 한국 최초 치즈인 '임실치즈'입니다.

풀밭을 신나게 내려가는 썰매에 몸을 싣고 괴성을 지르며 내달렸습니다. 세 아들보다 아내가 더 좋아합니다. 머리가 흐트러지도록 신나게 레일썰매 탔습니다.
▲ 레일썰매 풀밭을 신나게 내려가는 썰매에 몸을 싣고 괴성을 지르며 내달렸습니다. 세 아들보다 아내가 더 좋아합니다. 머리가 흐트러지도록 신나게 레일썰매 탔습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치즈스트레칭’ 참 재밌습니다. 잘게 자른 치즈 토막을 따듯한 물속에서 손아귀에 힘줘 열심히 주무릅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말랑한 치즈를 꺼내 온 가족이 힘껏 늘리는데 꼭 어릴 적 껌 늘리던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 치즈 ‘치즈스트레칭’ 참 재밌습니다. 잘게 자른 치즈 토막을 따듯한 물속에서 손아귀에 힘줘 열심히 주무릅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말랑한 치즈를 꺼내 온 가족이 힘껏 늘리는데 꼭 어릴 적 껌 늘리던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송아지에게 우유를 먹입니다. 우유통이 찌그러질 정도로 폭풍흡입하고 있습니다.
▲ 송아지 송아지에게 우유를 먹입니다. 우유통이 찌그러질 정도로 폭풍흡입하고 있습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보릿고개 이야기, 아이들이 굳이 알 필요 없습니다. 피자와 치즈의 고소한 맛만 추억하면 그만입니다.
▲ 모차렐라 치즈 보릿고개 이야기, 아이들이 굳이 알 필요 없습니다. 피자와 치즈의 고소한 맛만 추억하면 그만입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눈물 젖은 치즈가 지금은 사람을 모으는 맛있는 체험관광 상품이 됐습니다. 피자 만들기가 끝난 후, 세 아들과 아내는 잠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레일 썰매를 탔습니다. 풀밭을 신나게 내려가는 썰매에 몸을 싣고 괴성을 지르며 내달리는데 세 아들보다 아내가 더 좋아하더군요.

머리가 흩어지도록 신나게 레일 썰매를 탄 후, 모차렐라 치즈를 만들러 체험실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 1차 가공된 치즈가 놓여 있습니다. 아내와 세 아들은 적당한 크기로 치즈를 잘라 '스트레칭' 과정만 잘 마무리하면 쫄깃쫄깃한 모차렐라 치즈를 얻게됩니다.

헌데, '치즈 스트레칭' 참 재밌습니다. 잘게 자른 치즈 토막을 따듯한 물속에서 손아귀에 힘줘 열심히 주무릅니다. 그 다음,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말랑한 치즈를 꺼내 온 가족이 힘껏 늘리는데 꼭 어릴 적 껌 늘리던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온 가족이 말랑한 치즈를 늘리면서 환호성을 지르더군요.

그럴만도 합니다. 넓게 펴진 치즈가 끊어질 듯 이어져 있기 때문이죠. 이 과정을 세네 번 반복하면 쫀득한 치즈가 만들어집니다. 그날 곡성에서 많은 사연 담긴 치즈를 만들고 돌아왔습니다. 송아지에게 우유도 먹였고요.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치즈에 어떤 역사가 담겨 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보릿고개 이야기는 아이들이 굳이 알 필요가 없으니까요. 혹시, 보릿고개가 어디 있냐고 물으면 추억처럼 이야기해 줘야지요. 그날 체험에 대한 추억은 피자와 치즈의 고소한 맛만 되살아나면 그만입니다.


태그:#곡성섬진강치즈체험학교, #임실치즈, #지정환, #피자, #곡성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