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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청년서포터즈 벨레기 간세.
 제주올레 청년서포터즈 벨레기 간세.
ⓒ 벨레기 간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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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는 제게 '어머니 눈가의 늘어난 주름처럼, 그동안 몰라봐서 안타깝고 미안한 제주의 얼굴'이에요. 개발의 홍수 속에서, 있는 그대로 제주의 속살을 보여주는 올레 같은 관광문화가 뿌리내리면 좋겠어요."

홍인후(32. 제주시)씨는 제주도민과 여러 나라 사람이 함께 올레길에서 어울리는 모습을 자주 상상한다. 그는 요즘 주말이면 가방을 메고 올레를 걷는다.

'벨레기'를 아십니까

"친구 권유로 걷기 시작했는데, 제주도 토박이로 자란 내게 올레길은 단순히 익숙한 동네길이 아니에요. 걷기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올레길은 제 삶의 큰 부분이 되었네요."

홍씨는 제주 올레의 매력에 푹 빠졌다. 홍씨는 "올레는 렌트카와 관광버스 타고 제주를 누비던 관광객들을 차에서 내리게 만들고, 제주의 구석구석을 보게 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제주 올레를 극찬합니다. 지금 올레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못지않은 매력으로 세계적인 트레킹 명소로 자리잡고 있어요."

홍씨는 많은 이들이 자신처럼 올레를 사랑하길 바란다. 그는 "제주 올레의 건강한 가치를 알리고 지키기 위해 '벨레기 간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 올레 청년서포터즈 '벨레기 간세'는 올레를 사랑하는 전국 청년 25명의 모임이다. 벨레기 간세는 2012년 만들어졌고, 현재는 지난 3월 출범한 2기가 활동중이다. 이들은 제주 올레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주로 한다.

많은 사람이 '벨레기 간세' 뜻을 궁금해 한다. '벌레기'는 제주어로 청미래덩굴을 일컫는데, 주로 유별나게 똑똑하거나 잘난 척 하는 사람을 편히 부를 때 사용한다. '간세'는 많이 알려진 대로, 제주 올레의 상징인 조랑말을 뜻한다. 벌레기 간세는 '유별나게' 제주와 올레를 사랑하는 청년들의 모임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 이름은 서명숙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이 지었다. 

서명숙 이사장은 "'벨레기'와 '간세'에는 '게으름 핀다'는 부정적인 뜻도 있는데, 오히려 걸으며 여행할 때는 이런 자세가 필요하다"며 "청년서포터즈 벨레기 간세가 여유롭게 걸으며 여행하는 문화를 널리 알리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제주올레 청년서포터즈 벨레기 간세가 서울 광화문 등지에서 2013 제주올레걷기축제 홍보를 하고 있다.
▲ 2013 제주올레걷기축제 서울홍보 지난 8월 제주올레 청년서포터즈 벨레기 간세가 서울 광화문 등지에서 2013 제주올레걷기축제 홍보를 하고 있다.
ⓒ 벨레기 간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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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레기(벨레기 간세 회원을 줄여 부르는 말)'들은 한 달에 한 번 여러 사람과 함께 올레를 걷는다. 이들은 길을 걸으며 청소를 하고, 올레 시작점과 중간지점에 있는 나무간세 표식에 페인트 칠이나 리본 손질 등도 한다. 

벨레기 박병호(28. 창원)씨는 "제주 올레는 걷기 열풍을 일으켰지만, 그 열기는 언제든 시들 수 있다"며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는 등 좋은 올레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레의 가치, 널리 퍼지기를

홍씨를 비롯한 벨레기들의 목표는 더 많은 젊은이들이 올레를 걷는 것이다. 서울의 성곽길, 지리산 둘레길 등 다른 트레킹 코스를 걸어도 괜찮다. 궁극적으로 많은 사람이 두 발로 걷는 일의 즐거움을 누렸으면 한다.

지금 제주에서는 '제주올레걷기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다. 10월 31일에 개막한 올해 행사는 올레 14, 15, 16코스에서 진행된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에 따르면, 하루평균 1500~2000명이 축제에 참가하고 있다. 이번 걷기축제에서는 제주 전통굿과 전통놀이 체험, 제주 로컬푸드 시식회, 인형극과 그림자극, 지역주민들이 펼치는 공연 등도 즐길 수 있다.

벨레기들은 지금 올레축제 참가자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있다. 아침이 밝으면 걷기에 앞서 '올레댄스'를 추면서 참가자들의 몸을 풀게 하는 등 흥을 선사한다. 또 올레 코스 중간마다 카드섹션을 선보이고 참가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분위기를 띄운다. 이외에도 각종 레크리에이션으로 참가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벨레기 장규상(28. 서울)씨는 "가족 단위나 연인들이 함께 걷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과 중국, 싱가포르 등 외국인들이 함께 걸어 신기했다"며 "우리가 이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어 행복하고 보람차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제주올레 청년서포터즈 벨레기 간세가 제주시청일대에서 2013제주올레걷기축제 홍보를 하고 있다.
▲ 2013 제주올레걷기축제 홍보 지난 8월 제주올레 청년서포터즈 벨레기 간세가 제주시청일대에서 2013제주올레걷기축제 홍보를 하고 있다.
ⓒ 벨레기 간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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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레기 간세 현원주(29. 제주시) 단장은 "우리는 비영리단체의 서포터즈라서 재정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면서도 회원들의 순수함을 자랑했다.

"회원들 대부분이 학생이어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을 텐데도, 모두들 참 행복하게 일해요. 아마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거예요. 게다가 여러 벨레기들은 서울 등 육지에서 살아요. 당연히 제주를 오가면서 많은 지출을 할 수밖에 없죠. 우리 벨레기 간세의 장점이자 특징은 바로 순수함이라고 봐요."

홍인후씨는 "벨레기들의 순수함으로 올레를 더욱 잘 알리겠다"고 말했다.

"무언가 꾸미고 다듬어야만 관광지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야죠. 제주도민들이 사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어서 만든 올레의 가치를 주민, 여러 청년들,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벨레기들이 할 일이 많다고 봅니다."


태그:#제주올레, #제주올레걷기축제, #올레, #벨레기, #벨레기 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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