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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포 슬로시티 소식지 표지 윗부분
 나포 슬로시티 소식지 표지 윗부분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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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는 지역 고유의 자원·문화 등을 활용한 슬로푸드, 슬로산업, 슬로투어, 슬로공동체 구성을 통해 삶의 향상을 실현하고자 '전북형 슬로시티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예비지구 심사에서 군산시 나포면이 후보 지역으로 선정됐다. 그 후 나포 슬로시티 협의회가 발족하였고, 10월 28일 지역 소식지를 발간해서 화제다. 소식지 이름은 <나포 슬로시티>(Napo Slow City).

나포면은 군산에서 가장 높은 망해산(望海山: 230m)과 옹긋봉긋 솟아오른 새끼봉우리들이 마을을 감싸고, 앞으로는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 금강호(錦江湖)와 주민들의 식량 창고인 십자들녘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십자들녘에서 생산되는 쌀은 단백질 함량 6.5% 이하 최고품질의 '철새도래지 쌀'로 군산의 대표브랜드이기도 하다.

황금빛 물결의 나포 십자들녘
 황금빛 물결의 나포 십자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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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에 의하면 2007년 수출길에 올랐던 군산 쌀은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최근까지 영국, 호주, 러시아 등 24개국에 걸쳐 1800t을 수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양으로 군산은 쌀 수출의 메카로 그 명성을 유지해 가고 있다. 2013년산 쌀 수출도 500t을 목표로 하고 있단다. 이 모두가 농민들이 여름내 흘린 '땀의 결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가을의 마지막 절기 상강(霜降)이 지난 지 어언 일주일. 가을걷이를 끝낸 농부들은 한숨 돌리는 시기이다. 그럼에도 바쁜 사람들이 있다. 격월간으로 발행될 <나포 슬로시티>(발행인 노철희) 주민 기자단이다. 지난 9월 11일 여덟 명으로 출범한 주민 기자단은 진즉 창간호 기사를 송고하고 12월호 콘텐츠 회의와 기사 발굴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슬로시티'(Slowcity)는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국제운동

9월 11일 주민 기자단 모임에서 설명하는 노철희 발행인(왼쪽 끝)
 9월 11일 주민 기자단 모임에서 설명하는 노철희 발행인(왼쪽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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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철희 발행인은 '슬로시티'에 대해 "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전통문화와 자연을 보호하며 자유로운 옛 농경시대로 돌아가자는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국제운동"이라고 말한다. 그는 "기존의 농촌 개발 사업이나 주민 숙원사업과 같이 관 주도로 건물을 짓거나 생활환경을 정리하는 사업이 아니라 주민이 생활 속에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실천해나가는 주민운동이다"고 덧붙인다. 그는 '전북형 슬로시티'에 대해서도 부연한다.

"한마디로 삶의 방식을 바꾸는 면(읍) 만들기 공동체 사업입니다. 지역 고유의 자원·문화 등을 활용해서 '살기 좋은 슬로시티 전라북도'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사업이죠. 8월 말 현재 전북 13개 시군에 1개 면(읍)이 예비지구로 선정됐으며, 12월에 본 지구로 지정되면, 앞으로 3년간 지원을 받습니다. 군산에서는 지난 6월 '나포면'이 최종 후보 지역으로 선정돼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요. 나포 슬로시티 소식지도 전북형 슬로시티 사업의 하나입니다."

노 발행인은 "나포 슬로시티 소식지는 앞으로 지역 주민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마을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 주민들의 잔잔한 삶의 이야기 등을 담아 세상을 더욱 밝고 따뜻하게 하는 희망으로 전해질 것"이라며 "나포면을 사랑하는 사람 모두가 참여하고 머리를 맞대어 더 행복한 이야기로 채워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나포는 청정지역이고, 빨래를 햇볕에 말릴 수 있어 좋아요!"

부부 주민기자 김영기, 송현정 부부
 부부 주민기자 김영기, 송현정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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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빨래를 말리고 있는 모습
 마당에 빨래를 말리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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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여덟 명 중 60대 부부가 함께 참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김영기(65), 송현정(63) 부부. 남편은 금융계, 아내는 교사 출신으로 노후를 자연과 더불어 보내려고 10년 전 귀농했다 한다. 김씨는 "사계절 변화를 하루하루 피부로 느낄 수 있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정서에도 좋다"고 말한다. 송씨는 "아파트와 달리 빨래를 빨랫줄에 걸어놓고 햇볕에 말릴 수 있어 좋다"고 거든다. 나포초등학교에서 근무한 적도 있다는 송씨는 "옛사람도 만나고, 사진도 찍으면서 청정지역인 나포에 대해 배우고 널리 알리고 싶어 자청했다"고 덧붙인다.

타블로이드판 8면으로 발간된 <나포 슬로시티> 창간호는 발행인 인사말과 슬로시티 협의회 소식, 나포 주민이 함께 고민해야 할 현안 칼럼(환경위기와 에너지 절약), 이달의 인물, 귀촌 이야기, 사진 속 마을이야기, 우리 마을 자랑, 농사 이야기, 건강 이야기, 나포 작은 도서관 추천 도서, 초대 시(詩) 등 다양하게 꾸며졌다. 특히 환경오염 업체 입주를 반대하는 주민들 시위 사진이 눈길을 끈다.

주민설명회 여덟 차례, 다양한 의견 쏟아져

신방마을 주민설명회 광경(9월 15일)
 신방마을 주민설명회 광경(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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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포면 슬로시티 협의회는 지난 6월 예비지구로 선정되고 주민기자단 모집과 함께 아홉 번의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나포면 평균 연령은 60~70대로 면민 대부분 노인이다. 그럼에도 참석률이 가장 높았던 날은 신방마을 주민설명회(9월 15일)로 주민 25명 중 22명이 참석했다. 참석률만큼 열기도 뜨거웠다. 주민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듣고 자신의 의견도 개진했다.

편집을 맡은 전종민 간사는 "마을 안내방송 마이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하소연에서 마을 대표 작물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 어래산성과 공주산 전설을 하나로 묶으면 좋겠다는 의견, 이번에도 끼리끼리 해먹고 마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까지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수 있었으며 주민기자단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하게 느꼈다"면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10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만큼이나 많은 유물과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공주산을 예로 들었다. 정상에 오르면 충남과 금강호가 한눈에 들어오는 공주산은 마을주민 60여 명의 공동소유로 되어 있다고. 더구나 생존해 있는 소유주는 9명뿐이고 50여 명은 자녀들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상태여서 새롭게 가꿔보고 싶어도 도장을 일일이 받으러 다닐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한다는 주민들 얘기를 듣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는 것.

전 간사는 "지혜와 힘을 모아 원주민(토박이)과 이주민(귀농인)이 화합하고 상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주민들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도 나포 슬로시티 소식지가 풀어가야 할 숙제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군산시 나포면, #나포 슬로시티,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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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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