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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쓰기 전에 몇 번이고 망설였습니다. 우리들의 순수한 뜻이 왜곡되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었습니다. '스폰서'라는 용어가 연예인의 뒤를 봐주고 대가를 챙기는 음흉한 단어로 왜곡돼버린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자고 마음을 먹으니 용기가 났습니다.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의 도움을 구합니다.

엘 시스테마는 무엇?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에서 빈민가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면서 시작됐습니다. 악기 연주를 통해 공동체의식을 함양하고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운동으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이 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목포지역 청년들은 이미 2010년부터 신안 섬마을 아이들을 대상으로 엘시스테마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혹시 오마이뉴스 독자들 중 지난 8월 20일 치 기사 '섬마을 아이들이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서던 날'이라는 기사를 보신 분이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이들은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 단원들입니다. 오케스트라 명칭에 왜 '1004'라는 숫자가 들어 있는지 아세요? 그 이유는 전남 신안군에 있는 섬의 숫자가 무려 1004개나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오케스트라의 단장을 맡고 있습니다. 피아노조차 배우지 못한 제가 이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게 된 이유는 베네수엘라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엘 시스테마 운동을 국내서도 활성화시키고 싶어서였습니다.

지역 교육·문화 양극화 해소에 앞장선 청년들

지역의 교육과 문화 양극화 해소를 위해 2006년 설립된 한빛희망학교를 비롯하여 아디아윈드오케스트라,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는 청년들이 지금까지 땀 흘린 결과물들이다.
▲ 청년들의 꿈이 시작된 한빛희망학교 지역의 교육과 문화 양극화 해소를 위해 2006년 설립된 한빛희망학교를 비롯하여 아디아윈드오케스트라,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는 청년들이 지금까지 땀 흘린 결과물들이다.
ⓒ 이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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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운동을 저 혼자 시작한 건 아닙니다. 지역의 열악한 교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모인 멋진 청년들이 함께 하게 됐죠. 지난 2006년부터 시작한 우리들의 교육 운동은 목포지역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한빛희망학교'라는 무료 공부방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2008년에는 민간관악단인 '아디아윈드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음악인들이 마음 놓고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줬고, 매년 대형공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참 멋진 청년들이죠?

그나저나 이 기사의 주인공인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는 성인 악단인 '아디아윈드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단원들이 없었다면 창단이 불가능했답니다. 가난한 음악인이면서도 자신들이 받은 도움을 다시 돌려주고 싶다는 진심 어린 뜻이 모여 시작됐습니다. 이들은 섬 아이들의 선생님이 돼 자신들의 재능을 기부하고 있는 것이지요.

2010년 처음 창단을 시도할 때는 어려움도 참 많았습니다. 봉사하는 것도 쉽지가 않더군요. 우리는 먼저 단원들을 모으기 위해 휴가를 내고 각 섬의 초·중학교를 돌아다녔습니다. 어떤 학교 관계자들은 우리의 뜻을 전하자 '혹시 이 사람들이 악기를 팔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지역 교육청에서 나서서 해도 쉽지 않을 일을 민간 봉사단체에서 한다고 하니 믿기지가 않았겠죠. 나중에 알고 보니 아이들에게 '얼마 못 가서 그만둘 것이니 가입하지 말라'고 했던 학교도 있었답니다. 올해로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는 4년 차가 되면서 이제는 교육청과 각 학교에서 단원 모집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진심은 통하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아인슈타인도 못 푼다는 '돈 문제'

지난 8월 15일부터 시작한 총 24건의 기사 원고료를 우선 제2회 공연 비용으로 후원해야 할 것 같다. 10만인클럽 가입과 아내 가방 선물 계획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듯하다.
▲ 10만인클럽 가입은 잠시 미뤄야... 지난 8월 15일부터 시작한 총 24건의 기사 원고료를 우선 제2회 공연 비용으로 후원해야 할 것 같다. 10만인클럽 가입과 아내 가방 선물 계획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듯하다.
ⓒ 이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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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있다고 한다면 거침없이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를 창단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제게 이 일은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돈이었습니다. 아인슈타인도 못 푼다는 돈 문제, 정말 풀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60여명으로 구성된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는 매주 2회 각 섬에서 배를 타고 모인 아이들이 압해초등학교 강당에 모여 10명의 강사로부터 각 파트별로 지도를 받습니다. 모든 악기와 강습이 무료기 때문에 악기 구입비나 강사들의 교통비 등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강사들에게 무한정 무료 봉사만을 요구할 수 없어 소액의 교통비를 지급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넉넉하지 않아 지휘자와 단무장 등은 무료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농어촌희망재단과 신안교육청의 후원은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만, 청년들이 내는 후원금은 한빛희망학교와 아디아윈드오케스트라 연습실 유지비 등으로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전적으로 섬 아이들을 위해서만 쓸 수도 없는 형편입니다.

단장으로서 제가 할 일이 바로 후원금을 받아오는 일입니다. 이 일을 하면서 염치도 많이 없어지더군요. 여기저기 손을 벌리며 다니는데 요즘은 경기가 어려워 도저히 입을 떼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실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면서 원고료 10만 원이 되면 10만인클럽에 가입하고, 다시 100만 원 될 때까지 원고료를 모아 집 사람에게 가방을 선물하려고 했는데, 안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 계획하고 있는 오케스트라 정기공연 후원금으로 원고료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2회 정기공연을 계획하다

지난해 압해초 강당에서 열린 제1회 정기공연도 성공리에 마쳤지만 올 해는 최고의 무대에서 제2회 공연을 할 수 있도록 계획 중이다.
▲ 제1회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 공연 모습 지난해 압해초 강당에서 열린 제1회 정기공연도 성공리에 마쳤지만 올 해는 최고의 무대에서 제2회 공연을 할 수 있도록 계획 중이다.
ⓒ 이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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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섬 아이들에게 멋진 무대를 제공해주고 싶어 올 12월 14일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 제2회 정기공연을 열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해 열린 제1회 공연은 연습장인 압해초등학교 강당에서 학부모님을 모시고 진행했습니다. 

우리는 공연에서 수준 높은 실력이 나오기 위해서는 그만큼 수준 높은 무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지난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무대서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우리 아이들도 강당이 아니라 제대로 된 무대에서 공연을 하게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아이들은 그날을 위해서 부지런히 배우고 또 배우고 있습니다.

오케스트라는 어떤 공연보다도 꾸준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또한 단체의 호흡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지난 3년 간 맞춰온 우리 아이들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돼야 할텐데 솔직히 걱정이 앞섭니다. 저는 아이들이 잘 해내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걱정이 있습니다. 바로 공연날 바다의 날씨입니다. 만약 태풍주의보가 내려져 배가 뜨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가 영원할 수 있도록

인근 마을 노인회관 게이트볼장에서 악기 연주를 하고 있는 암태중 아이들.
 인근 마을 노인회관 게이트볼장에서 악기 연주를 하고 있는 암태중 아이들.
ⓒ 이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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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상 복지 시리즈로 공교육에서 학생들을 위해서 해주는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신안군의 지리적 특성상 각 섬에 있는 아이들만으로는 대형 오케스트라를 만들기가 불가능합니다.

저는 지난 3년 간 이 오케스트라를 지켜보면서 아이들이 변해 가는 과정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악기를 다루는 게 아니라 합주를 통한 공동체의식의 형성, 자기계발을 통한 자신감 형성 그리고 고립된 섬에서 매주 탈출해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면서 생기는 꿈의 발전 등이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계속해서 마음껏 악기를 다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우리의 능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자체·교육청·농어촌희망재단 같은 공공기관과 뜻 있는 민간단체 그리고 후원자가 힘을 합칠 때 섬마을 아이들의 악기 소리가 바닷가에 영원히 울려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아이들이 제2회 정기공연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태그:#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 #한빛희망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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