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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우리 회사 사무실에 주차한 외제차들. 하나같이 연락처가 없었다.
 오늘 아침 우리 회사 사무실에 주차한 외제차들. 하나같이 연락처가 없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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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이나 주차 진입로 같은 곳에서 떡하니 차량을 막고 있는 차들 때문에 불편함을 경험한 이들이 있을 터이다. 그러나, 휴대전화의 보급으로 차량 내부에 비치된 연락처로 전화하면 대부분 문제는 해결된다. 아주 간혹, 전화를 받지 않아 애를 먹기도 하지만, 대체로 다른 차량의 진출입에 방해를 줄 것 같은 곳에 주차하면 연락처를 남기는 것은 기본 예절이다.

간혹 연락처가 없는 차 때문에 곤란할 때도 있는데, 불가피한 경우 공공기관의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공기관에서도 운전자가 오기 전까지는 견인 등을 꺼리는 차종이 있는데 외제차나 중대형 자동차 같은 것들이 거기에 속한다. 혹시 견인하다 문제가 생기면 곤란하기 때문에 값비싼 외제차나 대형 자동차는 견인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라고 한다.

오늘 아침에 사무실에 출근해 보니 비어 있어야 할 주차장에 외제차와 중대형 자가용 다섯 대가 주차돼 있다. 모두 우리 사무실과는 무관한 차량이었다. 마침, 업무 때문에 차량이 출입해야 하는데 그 차들 때문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BMW 두 대와 렉서스, 볼보, 에쿠스. 그러나 아무리 차량을 살펴봐도 연락처가 없다. 다섯 대 모두 '블랙박스'만 반짝일 뿐이다. 그러니까, '건들기만 해봐라!', 뭐 이런 심보가 아닌가? 마음 같아서는 진입로를 막아 버리고, 나갈 때 한 마디씩 해주고 싶었지만, 기본예절도 없는 이들과 말씨름을 해봤자 입만 피곤할 것 같다. 그러나 심히 불쾌하다.

연락처 없는 외제차들... 범죄 악용될까 안 남긴다?

차량 주변을 왔다갔다 하니 누군가가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주차한 차량과 관계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주차 요원인데 자기네 건물에 온 차들인데 주차장이 비좁아서 잠시 주차를 시켰다는 것이다. 전화번호도 없는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는 항의에 "요즘 외제차는 연락처가 없는 게 대세인가 봐요. 정말 죄송합니다. 5분 안에 빼드릴게요"한다. 주차 요원에게 싫은 소리 해봐야 무슨 소용이겠으며, 차량 소유주가 직접 주차한 차도 아닌데 까다롭게 따지면 주차 요원만 곤란해질 터이니 그 정도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차량 진입로를 막고 있거나 무단주차해 불편을 끼치는 차 중에서 외제차나 중대형 자가용들은 전화번호 없는 차량이 많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공교롭게도 연락처가 없는 다섯 대의 차량을 경험하고 나니 궁금해졌다.

사무실 위편에는 제법 큰 주차장이 있고, 주차장은 근처의 사립초등학교를 등하교시키는 학부모들의 차량으로 늘 붐빈다. 제법 부잣집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라 그런지 등하교 시간이면 외제차와 중대형 자동차가 넘쳐난다. 주차장에 올라가 주차 관리인에게 물어보니 외제차는 대부분 전화번호가 없단다. 이유는, 주로 여성들이 아이들 등하교시키는 데 사용하는데 연락처가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다. 또 다른 이유는 외제 차를 끌고 다닐 정도면 개인주차장이나 개별 주차공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락처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오늘 아침 사무실 주차장과 같은 상황이나 차량 진입을 막으면서 주차한 경우다. 그럴 때에는 반드시 연락처를 남겨 두는 게 기본예절 아닌가? 배 째라는 식으로, 건들기만 해보라는 식으로 막무가내식으로 주차하고, 연락처도 남기지 않는 것은 무슨 심보인가?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차량의 종류에 따라, 크기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후진적인 경향이 남아 있다. 그래서 너도나도 큰 차나 외제차를 소유하려고 할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됐든 중·대형차나 외제차를 소유할 정도의 재력만큼 기본예절의 수준도 높아야 하지 않겠는가?


태그:#외제차, #중대형차,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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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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