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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 노무현재단에서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대통령 리더십과 민주주의'란 제목으로 강연했다.
 23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 노무현재단에서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대통령 리더십과 민주주의'란 제목으로 강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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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하기 조심스럽습니다만, 지금 시점에서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대선 불복을 내걸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봅니다. 민주주의는 결과에 승복해야 하는 건데 불복은 여기에 반하는 것이고, 그런 모습을 국민들은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물론 요즘에 나오는 뉴스 보면 국민들도 대선에 문제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민주당 불복 선언이 나오면 분명히 민심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겁니다."

강연이 끝나갈 무렵 한 참석자가 던진 질문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내놓은 대답이었다. 윤 전 장관은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들의 대선개입 논란과 관련해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고 말한 것에 대해 "당의 의사로 발표되는 것과 의원들 개개인의 의견이 발표되는 것은 다른 의미"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23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신수동 노무현재단에서 열린 '대통령 리더십과 민주주의' 강연을 통해 최근 현안들과 역대 대통령들에 대해 평가하면서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들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노무현재단 회원과 관심있는 일반 시민 150여명이 함께 했다.

"박 대통령,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 낮아서 그런 것 같다"

윤 전 장관은 강연 서두에서 국가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가져야할 통치능력 여섯 가지를 강조했다. ▲비전제시 ▲정책구현 ▲제도관리 ▲인사 ▲외교 ▲북한관리 등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이 먼저 '투철한 공인의식'과 '민주적 태도'를 기본 소양으로 갖춰야 한다며, "공직자로서의 자세를 고민하는 공인의식을 위해서는 먼저 공공성, 즉 국민 전체를 위한 일이 무엇인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대통령이 '투철한 공인의식'과 '민주적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대통령이 '투철한 공인의식'과 '민주적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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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생산성과 효율성만을 생각하는 'CEO 마인드'만 강조하다 민주적 절차를 무시했다"며 "국민과 전문가들이 반대한 4대강을 그렇게 밀어붙인 이유가 뭔가, 이 분은 공공성 자체가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공과 과'를 동시에 지적했다. 윤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이 국민들 가슴에 평등이란 가치를 심어줬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권위주의를 타파하려다가 그 과정에서 권위 자체가 망가졌다"고 말했다. 또한 소수의 참모에 의존해 국정을 운영한 것도 아쉬운 점이라고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현직인 만큼 많은 시간을 할애해 이야기했다. 윤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이 현재 권위적인 리더십을 보이고 있는데 민주주의 이해도가 낮아서 그런 것 같다"며 "민주공화국이 어떤 것인지, 공공성은 무엇인지를 충분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가 볼 때 박 대통령은 어딘가 당당하지가 않습니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뭔가 꼼수를 쓰는 것 같아 보여요. 사과 할 게 없으면 없다고 딱 부러지게 밝히면 되지, 뭐가 무서워서 미루고 미루다가 야당 대표를 만났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권위적인 리더십 탓에 요즘 학자들은 박 대통령을 '선출된 군주'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가면 국가도 국민도 불행해진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은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 입장에 있어야 하는데도 박 대통령의 취임 후 모습은 딱 '박정희 모델'이었다"며 "그러나 반공·성장주의가 먹히던 예전과 지금은 엄청나게 다르다, 얼마 전 말한 '제2 새마을 운동'도 그걸 통해 국민의식을 바꾼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민주주의가 '밥그릇' 크기 결정한다"

윤 전 장관은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했다는 평가를 듣는다며, 이런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국민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자주 입어 익숙해진 옷 같은' 민주주의를 다시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23일 노무현재단에서 열린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강연을 듣고 있는 참석자들 모습.
 23일 노무현재단에서 열린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강연을 듣고 있는 참석자들 모습.
ⓒ 노무현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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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재 민주당이 '민주주의 수호'를 걸고 장외 투쟁을 벌임에도 국민이 냉랭한 이유 또한 "더 이상 민주주의를 통해 팍팍한 삶이 나아지리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그러나 "민주주의가 밥을 직접 만들어주지는 않지만, 밥그릇을 크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며 "제도 뿐 아니라 실제로도 잘 돌아가는지, 대통령의 통치 방식이 정말 민주적인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연 말미에서 윤 전 장관은 차기 대통령의 핵심적인 과제로 '관료사회의 공공성 회복'을 들었다. 국가정보원 등 다수 국가기관이 정권에 따라 파벌·정실인사 등 논란에 휩싸이면서, 공직자들의 공인으로서의 자세가 크게 무너졌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정치도 하나의 상품인 만큼, 단지 학연이나 지연 때문에 투표하기보다 제대로 판단하고 또 선거로 심판해야 한다"면서 "민주주의가 우리 밥그릇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점, 나아가 삶을 결정한다는 것을 꼭 잊지 말아 달라"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태그:#윤여준, #박근혜, #이명박,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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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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