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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 청년회관에서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주최로 '2013년 한국 노동현실과 한국 천주교회- 누가 이들을 위해 울어줄 것인가?' 세미나가 열렸다.
 23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 청년회관에서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주최로 '2013년 한국 노동현실과 한국 천주교회- 누가 이들을 위해 울어줄 것인가?' 세미나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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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세미나 제목은 '누가 이들을 위해 울어줄 것인가'지만, 쌍용차 해고자들과 함께하는 시민들과 매일 열리는 대한문 미사를 보며 저는 모두가 함께 울어주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울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금속노조'라 새겨진 검은색 조끼를 입은 노동자들과 하얀 모자를 쓴 수녀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마이크를 잡은 한상균 전 쌍용자동차 지부장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도 시민사회와 노동단체, 종교계까지 함께한다면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23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 청년회관에서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용훈 주교) 주최로 '2013년 한국 노동현실과 한국 천주교회- 누가 이들을 위해 울어줄 것인가?'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사회 및 노동 문제에 관심 있는 천주교회 관계자들과 일반 시민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용훈 주교는 "오늘 세미나 제목은 교황 프란치스코가 지난 8월 한 난민 수용소에서 한 말로, 세상에 대한 교회의 성찰을 촉구하는 말"이라며 "신앙인도 사회인이기 때문에 소외계층과 함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전했다. 

23일 열린 '한국노동 현실과 한국 천주교회' 세미나에서 말하고 있는 이용훈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23일 열린 '한국노동 현실과 한국 천주교회' 세미나에서 말하고 있는 이용훈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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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해고노동자들 '살리는' 미사... "교회 안 노동위원회 만들어야"

이날 세미나는 관련 전문가들의 미시적·거시적인 관찰을 통한 주제발표와 실제 해고를 당한 해고노동자들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심리상담을 맡아 온 '와락센터'의 정혜신 박사는 자신이 상담 중에 느낀 것들을 공유했다. 정 박사는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들, 심지어 아이들마저도 큰 내상을 입은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지금 대한문 앞에 있는 사람들도 사실 죽을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인데 매일 함께하는 미사가 이들 목숨을 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쌍용차 노동자들의 생활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지만, '운디드 힐러(wounded healer)', 즉 상처 입은 노동자들이 다시 또 다른 노동자들을 치료하면서 긍정적인 상황이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한국 비정규노동센터 대표)는 거시적 관점에서 현 정권의 노동인권 상황을 지적했다. 조 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8월에는 공무원 노조를 설립 취소하더니 이번에는 전교조를 설립 취소하겠다고 협박한다"며 "이미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기초연금 공약 등이 후퇴했다, 박근혜 정부 5년간 노동 인권은 퇴행하고 노동자들의 삶은 더 고단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23일 열린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세미나에는 100여명의 천주교 관계자 및 시민들이 참석했다.
 23일 열린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세미나에는 100여명의 천주교 관계자 및 시민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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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천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는 2007년 4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돼 2457일째 복직투쟁 중이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그는 "저는 이 자리에 와서 새로운 희망을 봤다"면서 "종교인들도 이 문제를 해결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하는데, 노동자들이 오히려 여기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천주교 내에서 아예 노동문제와 관련된 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동화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은 "한국 사회의 노동 문제가 지나치게 심각한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먼저 주교회의 안에 노동사목위원회를 설립해 억울한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가톨릭 사회교리의 원리에서 보면, 국가는 개인과 시민사회에 대해 꼭 필요할 때에만 개입해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볼때 국가정보원의 불법 선거 개입은 이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한상욱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상임위원 또한 "노동현장의 악순환들을 교회가 제도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는 관련 위원회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 위원장의 말에 힘을 실었다. 현재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안에는 가정·교육·문화·생명 등을 다루는 관련 위원회가 30여 개 있지만 노동과 관련한 위원회는 없는 실정이다.

3시간 가량 이어진 세미나를 마친 참석자들은 미사를 드리기 위해 다 같이 서울시청 쪽으로 이동했다. 매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쌍용차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미사가 이날로 199일째 열리고 있다.


태그:#쌍용차,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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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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