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내년 6월이면 제 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립니다. 민의를 대변하고 봉사자로서 소양을 갖춰 국민들에게 선택을 받는 선량(選良)들이면 얼마나 좋겠는가만 실제 현실정치권은 권모술수, 마타도어, 흑색선전과 네거티브에 충실한, 그야말로 '개판'인 선거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꼭 그렇게 해야만 할까? 저는 1998년부터 2010년까지 정치컨설턴트로 활동을 하면서 참 많이 아쉬웠습니다. 동시에 고민도 되었지요. 그래서 그런 부정한 선거방법이 아닌, 정직하게 선거운동을 해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선거전략'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몇 회나 연재하게 될지 모르지만, 예비후보자는 영감을, 착한 시민(유권자)에게는 선택의 기준을 제공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기자말

Triangulation? 중간층 다가서기? 헤겔의 정반합? 뭐야?

딕 모리스가 '파워게임의 법칙'에 소개할 때는 번역 상 '이슈의 선점․해결'의 법칙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삼각주의(Triangulation)라고도 하고 중간층 다가서기, 헤겔의 삼각형 등으로도 이야기 할 수 있지요. 그림으로 설명해 드릴게요.

중도층 다가서기(Triangulation)란?
중간층다가서기 전략이란 득표의 극대화를 위해 중간층 유권자들이 거부감을 갖는 양 극단(골수 좌파와 골수 우파)의 가운데 위치(중도층)해서 양쪽의 아젠다를 버무려 중간의 입장을 취하는 전략을 말한다. 삼각형 밑변의 양 꼭지점을 좌우로 보고, 위쪽 꼭지점처럼 양쪽의 장점만 취하는 노선이라고 해서 ‘삼각주의(triangulation)’이라고도 한다.
▲ 트라이앵글레이션 중간층다가서기 전략이란 득표의 극대화를 위해 중간층 유권자들이 거부감을 갖는 양 극단(골수 좌파와 골수 우파)의 가운데 위치(중도층)해서 양쪽의 아젠다를 버무려 중간의 입장을 취하는 전략을 말한다. 삼각형 밑변의 양 꼭지점을 좌우로 보고, 위쪽 꼭지점처럼 양쪽의 장점만 취하는 노선이라고 해서 ‘삼각주의(triangulation)’이라고도 한다.
ⓒ 최요한

관련사진보기


딕 모리스는 이슈의 선점과 해결을 위해서 세 가지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1. 상대측의 문제를 해결한다.
 2. 그렇게 하기 위해 양쪽의 해결방안을 활용한다.
 3. 자신의 이슈 아젠다에 계속 포커스를 맞춘다.

딕 모리스는 후보자의 득표를 극대화하기 위해 중간층에 있는 유권자들이 거부감을 갖는 양 극단, 보통 우리가 골수 좌파와 골수 우파라고 부르는(때로는 가슴 아프게도 종북좌빨이니 수구꼴통이니 하면서 '딱지 붙이기'를 하죠), 양 극단의 가운데에 후보자의 노선을 위치시켜서 양쪽의 아젠다를 버무려서 중간의 입장을 취하는 전략을 의미한다고 주장합니다. 삼각형 밑변의 양 꼭지점을 좌우로 보고, 위쪽 꼭지점처럼 양쪽의 장점만 취하는 노선이라고 해서 '삼각주의(Triangulation)'라고도 부른다는 것이죠. 잘 보니까 헤겔이 변증법에서 이야기 했던 정반합(正反合)의 원리와 같잖아요?

정리해 보면, 삼각주의라고도 불리고 중도층 다가서기라고도 불리는 이 강력한 전략은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중도층을 견인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왼쪽과 오른쪽의 극단의 주장을 지양하고 양쪽의 장점만 취해서 적당하게 얼버무리는, 그래서 썩 흡족하지는 않으나 양쪽의 유권자를 적당히 무마하면서 가운데 많이 포진되어 있는 유권자를 자신의 지지로 돌리는 겁니다.

우리나라 사례를 하나 들어보죠. 지난 대선에 그렇게 많이 이야기 되었지만 지금은 어디에 꼭꼭 숨었는지 알 수 없는, 네! 경제민주화 이야깁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경제민주화를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경제민주화가 아젠다가 되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동안 한국경제는 민주화가 되지 않았다는 소리죠. 따라서 정치의 민주화 못지않게 경제의 민주화도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게 되었고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할 것 없이 열을 올렸습니다.

이참에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사항을 한 번 살펴볼까요?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상대적으로 문재인 후보보다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하였다.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상대적으로 문재인 후보보다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하였다.
ⓒ 최요한

관련사진보기


경제민주화 카테고리에 다섯 개 항목이 배치되어 있고 그 아래에는 세부사항으로 23개의 작은 항목이 줄줄이 매달려 있습니다.

이에 비해서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후보와는 별로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경제민주화 공약 20개를 발표한 바 있지요.

문제인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그동안 야당을 비롯한 민주진보진영이 계속 주장했던 것이다. 20개의 공약을 원칙대로 적시했다.
 문제인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그동안 야당을 비롯한 민주진보진영이 계속 주장했던 것이다. 20개의 공약을 원칙대로 적시했다.
ⓒ 최요한

관련사진보기


사실 박근혜 후보 측이나 문재인 후보 측이나 공약사항에 대한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박근혜 후보 측에서 일반 유권자들이 보기 좋게 분류해서 세세하게 묶어 설명한 차이만 있을 뿐이죠.

자신의 언어․자신의 정체성으로 승부한다

다시 딕 모리스의 이슈 선점·해결의 원칙을 상기해서 생각해 봅시다. 

1. 상대측의 문제를 해결한다.
: 위의 경제민주화 이슈들은 그동안 야당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사안들입니다. 예를 들어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에 대해 박근혜 후보 측은 신규순환 출자를 금지한다는 약속을 했고 문재인 후보 측은 순환출자를 금지하되 기존의 출자도 3년 내에 해소한다는 약속을 한 것이죠. 어찌 되었든 박근혜 후보 측이 '순환출자'라는, 기존에 계속 야당이나 시민단체에 의해 요구되었던(상대 측의) 문제를 해결합니다.

2. 그렇게 하기 위해 양쪽의 해결방안을 활용한다.
: 양쪽의 해결방안을 활용한다는 것은 포지션을 가운데로 맞춘다는 것입니다. 완전하게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것도 아니고 순환출자 금지를 포기하는 것도 아닌, 왼쪽도 아니고 오른쪽도 아닌,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닌,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지만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는 수준, 대기업의 '신규순환출자'를 금지하는 수준으로 정리를 하는 것입니다. 절묘한 것이죠.

3. 자신의 이슈 아젠다에 계속 포커스를 맞춘다.
: 그런데 여기에서 '자신의 이슈 아젠다'에 계속 포커스를 맞춘다는 것은 좀 설명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포커스를 맞춘다는 것은 두 가지로 이야기 할 수 있는데, 한 가지는 상대방의 문제를 자신이 해결하더라도 자기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서 설명하고 승부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문제를 자신이 해결하더라도 자신의 아이덴티티(색깔․정체성)를 벗어나지 않는 범주 내에서 주의주장을 한다는 것입니다.

아쉬운 것은 위에 보신 표에 나타난 것만으로는 '경제민주화'에 관한 한 박근혜 후보 측이 내세운 언명은 이 두 가지(자신의 언어, Identity) 모두 맞지 않다는 것이죠. 문재인 후보 측의 주장이나 박근혜 후보 측의 주장이나 대동소이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선점과 해결 전략은 이렇게 적용이 되었고 선거에서 톡톡히 효자노릇을 했습니다. 물론 선거 끝나고 나서 김종인 전 국민행복특위위원장과 함께 사라진 것이 안타깝지만 말이죠.

이에 대한 언급을 조지레이코프 교수는 그의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나 <프레임전쟁>에서 아들 부시가 '감세'를 '세금구제'로, '상속세'를 '사망세'로, '유전발굴'을 '에너지 탐사'로, '범죄퇴치'를 '공공안전'으로 표현한 점을 승리의 이유로도 꼽습니다. 보수적 가치가 중도적 유권자들에게 쉽게 이해되고 다가가도록 했다는 것이죠. (조지레이코프 교수의 '중도층은 중도에 있지 않다'라는 주장이 미국에서는 충분히 이유 있는 설명이 되지만, 한국에서는 합리적인 설명이 되지 않는 이유도 보수적 언명과 진보적 언명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한국 특유의 정서와 정치적 환경의 탓으로 이해가 됩니다.)

그럼에도 딕 모리스말은 한국에 적용이 되지 않는다

딕 모리스는 지난 2000년 10월 7일, ㈜이프레지던트의 초청으로 고려대학교에서 '미국대선과 전자정치(E-politics)'를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딕 모리스는 '인터넷 통해 글로벌 민주주의 실현'이라든지 '미래에는 인간 DNA 완전 해독'이라든지 하는 정치컨설턴트가 아닌 미래학자와 같은 이야길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서두에 꺼낸 이른바 'Triangulation'이었지요. 김대중 대통령, 그리고 북한의 문제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좀 길더라도 그대로 인용하겠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있는 삼각형은 헤겔의 삼각형 또는 "트라이앵글레이션"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제가 미국 정치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한 것입니다만, 제 이론은 아닙니다. 헤겔의 이론이죠. 정말 민주주의는 이 이론처럼 발전해왔습니다. 한국이 새 문제에 직면했다고 가정할 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어떻게 반대할 것인지를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문제를 해결할 때 창의력을 발휘하거나 자신만의 의견을 개진해 나가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정치적 의사를 결정할 때 이미지나 인기, 슬로건에 휩쓸리지 마십시오. 오로지 토론이나 논쟁을 통해서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해보십시오. 모든 토론이 끝나고, 한국인들이 결론에 도달한 게 분명해 보일 때 "합"이 도출되는 것입니다.

한국은 지금 이런 상황에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을 폐쇄사회에서 끌어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북한도 변화를 원하고 새로운 국가로 거듭나고 싶어한다고 말합니다. 가난하고 굶주린 북한을 원조하고 우호관계를 맺어나가면 궁극적으로 통일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다시 한 형제 자매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북한은 남한을 속이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 주장에 따르면, 북한은 군사력을 계속 유지하고, 핵무기 개발에 온 힘을 기울일 것이며, 남한에서 받은 재정원조금을 남한을 배신하는 데 사용할 것입니다. 북한으로부터 확실한 약속도 받아내지 않고 북한과 협력하는 김대중 대통령은 한마디로 매우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거죠.

이 상반된 두 견해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오고갈 것입니다. 이것은 건전하고도 참 좋은 현상입니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이기 때문입니다. 6개월이나 1~2년 동안 이에 대한 논쟁이 이뤄진 뒤, 결론에 도달할 것입니다. 아마도 우파는 북한으로부터 안전에 대한 확약을 받고 싶어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 동포임을 감안해 북한이 원조를 계속 받길 바랄 것입니다. 그렇게 합의점에 도달하면,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할 것입니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는가 하는 것입니다.

제가 감히 딕 모리스와 같은 세계적인 정치컨설턴트의 말이 한국사회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유는 한국적 상황을 모르는 딕 모리스의 순진함 때문입니다. 상반된 두 견해를 두고 뜨겁게 논쟁이 되고 이 건전하고 좋은 현상은 결국 결론으로 수렴된다는... 참 어이없고 허무한 결론인데요, 이 강연을 한 것이 2000년이니까 13년이 지난 2013년,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논쟁의 장은 한 치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에 딕 모리스는 경악을 할 것입니다. 건전하고 뜨거운 논쟁의 장이 아니라 일방을 죽이고 제거하고 없애려는 음모의 장이 계속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지금의 공안정국까지 이어지는 것이죠.

총정리 : 이슈삭감․해결 전략은 매우 강력한 전략이나 깊이 숙고해야 한다

앞선 글에서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자꾸 외국에 나가는 까닭은?'이라는 글을 통해 프랑수아 미테랑의 이슈삭감을 설명했고 오늘 글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이슈삭감과 해결전략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이 전략은 매우 공격적이고 강력한 전략이기는 하나 깊이 숙고해야 합니다. 왜냐면 한국의 정치상황은 상대방의 이슈를 삭감하고 해결한다는 단순한 이 전략이 치명적으로 자신들의 아이덴티티와 관련이 되면 곧 못 지킬 약속이 된다는 것이죠. 지지그룹으로부터의 이탈 혹은 내부붕괴가 되기 쉬운 이념적 '유리잔'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쨍'하고 깨지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아마 많은 한국의 정치인들이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만들면서 약속을 어기거나(경제민주화․기초노령연금) 다음에 설명드릴 '갈라치기 전략'을 자주 구사하나봅니다.

어머나! 다음 주제를 벌써 공개했네요? 네! 맞습니다. 이슈삭감․해결전략과 맞먹는 파급력을 가진 갈라치기 전략입니다. 맛보기만 선보입니다.

민감한 이슈(쟁점)에 대해 선명한 입장을 취해서 지지자들이 이슈(쟁점)에 대해 극렬하게 대립하도록 하며, 지지자들을 흥분시켜 더 많이 투표장에 끌어내도록 하는 전략이다. 칼 로브는 공화당 지지자가 민주당 지지자보다 결집도가 더 높다고 판단했기에 이 전략을 사용했다고 한다.
▲ 갈라치기 전략 민감한 이슈(쟁점)에 대해 선명한 입장을 취해서 지지자들이 이슈(쟁점)에 대해 극렬하게 대립하도록 하며, 지지자들을 흥분시켜 더 많이 투표장에 끌어내도록 하는 전략이다. 칼 로브는 공화당 지지자가 민주당 지지자보다 결집도가 더 높다고 판단했기에 이 전략을 사용했다고 한다.
ⓒ 최요한

관련사진보기


이 전략은 아주 민감한 쟁점에 대해서 중간자적 입장을 취하는 이슈삭감·해결전략과는 정 반대로 아예 후보자가 일방의 편을 들는 것입니다. 왜 이것이 강력한 전략일까요?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태그:#딕모리스, #박근혜, #문재인, #경제민주화, #중도층다가서기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최요한, 1969년 서울 산(産), 2000년부터 방송에 관심 있어 주변을 맴돌다 2005년 우연히 얻어 걸린 라디오 전화인터뷰부터 시사평론 방송시작, 2014년부터는 경제 Agenda에 집중, 시사경제평론을 하면서 몇몇 경제채널 출연하고 있음, 어떻게 하면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종일 고민함.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