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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부안은 완전히 경제학적인 입장에서, 정부 세금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만든 법안으로 오히려 노후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한국의 노후보장체계를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어 아예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김연명 중앙대학교 교수)
"5년 전에는 10만 원이었던 기초연금을 이번에 20만 원 수준으로 올리게 된 것은 상당한 진전입니다. 정부가 내놓은 기초연금안은 어르신들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교수)

18일 오후 3시 '기초연금법 제정안' 입법 공청회가 은평구 불광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열렸다.
 18일 오후 3시 '기초연금법 제정안' 입법 공청회가 은평구 불광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열렸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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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달 25일 계획을 발표해 현재 입법예고 중인 '기초연금법 제정안(아래 기초연금안)'을 놓고, 입법 공청회가 18일 오후 3시께 은평구 불광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열렸다.

토론자로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번 안이) 예전보다 나아진 것으로 높이 평가할 만 하다"는 측과 "오히려 노후불안을 심화시킨다"는 반대 측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원식 건국대학교 교수는 "이번 공청회 한 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다양한 의견을 듣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20년 후 연금 반토막.. 태어나지 말았어야" vs "노인 생활여건 개선돼 긍정적"

공청회는 유주헌 보건복지부 기초노령연금과장이 기초연금안의 취지와 주요 내용을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는 소득 하위 70%의 노인에게 월 최대 20만 원의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지급하는 내용으로,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대선 당시 공약했던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 원'과는 달라 논란이 돼 왔다.

토론자들의 의견은 선명하게 갈렸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안이 오히려 기존의 연금체계를 흔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연금제도를 만든 이유는 국민의 생활수준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이번 기초연금안은 오히려 노후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노인들이 최소한의 품위도 지킬 수 없게 만들어진 이번 안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며 원점부터 다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도 뜻을 같이했다. 오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공약집을 통해 분명 기초연금을 A값의 10%로 지급하겠다고 했으나,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20년 후 A값의 5%로 반토막난다"며 "한 마디로 20년 후엔 기초연금이 반토막 나는 건데, 이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나서서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문가 지정토론에는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교수, 배준호 한신대학교 교수,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전문가들 의견은 찬반으로 갈렸다.
 이날 전문가 지정토론에는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교수, 배준호 한신대학교 교수,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전문가들 의견은 찬반으로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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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기초연금 제정안이 예전에 비해 낫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지금 정부안이 모든 사람에게 만족스러울 수는 없지만 예전에 비추면 상당한 진전이 있다"며 "어르신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고, 형평성에서 문제가 됐던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개선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원섭 고려대학교 교수 또한 이번 안에 일정한 성과가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이번 기초연금안은 상당한 논란을 야기했지만 최악의 대안은 아니다"라며 "무엇보다 기초연금 수급자의 범위가 65세 이상 노인의 70%나 그 이상으로 확정됐고, 급여수준의 상향이 2028년에서 2014년으로 앞당겨졌기 때문"이라고 성과를 언급했다.

"기초연금, 대통령과 정부 뜻에만 맡기지 말고 구체적으로 법안화해야"

김 교수는 다만 "물가를 연동한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방법들이 법안에 적시돼야 한다, 제가 알기로 핵심적인 산식을 법안에 넣지 않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물가 연동 부분은 정부 재량으로 조정 가능한 '시행령'으로만 지정돼 있다.

이런 지적은 자유토론에서도 이어졌다. 전문가 토론이 끝난 뒤 참석자들이 토론하는 자리에서, 참여연대 복지노동팀장인 김남희 변호사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 법안 중요한 모든 기준이 대통령에게 위임돼 있다는 것으로, 실제로 기초연금법 제정안 중 기준연금액이나 부가연금액 사항을 보면 모든 걸 정부 재량에만 맡겨 놨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기엔 정부의 예산과 재정에 따라 마음껏 조정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으며, 이는 국민이 마땅히 받아야 할 연금에 대한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토론에서 배준호 한신대학교 교수 또한 "(기초연금안)은 그야말로 경제학자가 해낼 만한, 정치적 고려까지 반영된 안"이라면서 "국민의 백년대계인 연금을 바꾸면서 어떻게 행복연금위원회와 인수위 등 소수의 사람들만 모여 결정하느냐, 이건 민주주의적 절차가 무시된 것으로 국민들에게는 굉장한 횡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초연금 제정안 공청회가 열리기 전, 공청회장 앞에서 노년유니온 등 시민단체 관계자 20여명이 '박근혜 정부는 공약대로 기초연금을 도입하라'고 외쳤다.
 기초연금 제정안 공청회가 열리기 전, 공청회장 앞에서 노년유니온 등 시민단체 관계자 20여명이 '박근혜 정부는 공약대로 기초연금을 도입하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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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공청회가 시작되기 30분 전, 참여연대·노년유니온 등 20여명은 공청회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기초연금 정부안에 반대했다. 이경우 공공운수노조연맹 국민연금 정책위원장은 "국민의 여론을 듣는 자리라는데 전문가로 참석한 10명 중 국민연금 가입자는 단 1명 뿐이다, 공청회를 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이들은 공청회가 진행된 3시간 내내 토론자들 뒤에서 '국민연금 가입자는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을 반대합니다'라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었다. 이에 유주헌 복지부 기초노령연금과장은 "지적하신 부분들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하며 공청회를 마쳤다.


태그:#기초연금, #입법 공청회, #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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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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