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허인철 이마트 대표이사(왼쪽)가 15일 오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허인철 이마트 대표이사(왼쪽)가 15일 오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제가 답변할 일이 아니다." (허인철 이마트 대표)
"그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불러라." (강창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국정감사 현장에서 추가증인으로 채택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아무도 예기치 못한 상황이다. 정 부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국감에는 참석하지 않았다가 올해 법원으로부터 벌금형까지 받은 그였다.

정 부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은 이날 산업위 증인으로 나선 허인철 이마트 대표의 답변 태도 때문이다. 신세계 그룹이 운영하는 '이마트에브리데이'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대해 여야 의원들이 허 대표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모르쇠로 일관한 것.

이강후 새누리당 의원이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변종 기업형 슈퍼마켓(SSM)사업을 통해 골목 상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허 대표는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이마트 에브리데이 대표이사는 따로 있어 제가 답변할 일이 아닌 것 같다", "SSM 사업은 아는 바가 없다"는 등 책임 회피성 발언만 되풀이한 것.

이어 오영식 민주당 의원은 "이마트와 신세계푸드가 협력업체의 즉석조리 제품 제조기술을 빼돌렸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에 허 대표는 "기술 탈취는 과장된 해석"이라며 "제조법을 빼낸 게 아니라 제품의 성분 함량을 물어본 것"이라고 부인했다.

그러자 여당에서 먼저 허 대표의 태도를 문제삼기 시작했다.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은 "엉뚱한 대답만 늘어놓고 있다"며 허 대표의 태도를 비판했다. 강창일 산업위 위원장도 "허 대표의 태도는 국회에 대한 모독"이라며 "귀하를 잘못 불렀고 정용진 부회장을 부르겠다"고 질타했다. 여야 의원들은 결국 정 부회장을 다음달 1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부르기로 합의했다.

손영철 아모레퍼시픽 사장도 무성의 답변... 의원들 "회장 부르자"

신세계뿐 아니라 아모레퍼시픽 경영진도 무성의한 답변으로 국정조사에서 의원들의 괘씸죄를 샀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손영철 아모레퍼시픽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손 사장은 최근 대리점주에 대한 욕설파문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대리점에 대한 불공정행위는 부인했다. 이에 여야 의원들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을 부르자"며 추가 증인 채택에 나선 것.

성완종 새누리당 의원은 "아모레퍼시픽이 대리점에 물품 밀어내기, 대리점 쪼개기, 일방적 계약해지 등 문제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에 손 사장은 "약정 기준에 의해 계약해지를 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막말 녹취록 사건만 해도 불공정 행위에 대한 명백한 증거인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문제"라며 "서경배 회장을 직접 불러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 의원도 "아무래도 손영철 사장을 잘못 부른 것 같다"며 "피해자들이 저렇게 많은데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합법적이란 말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서경배 회장 추가 증인 채택을 주장했다.

국감증인 기업인 200여명은 사상 최대... 유력 재벌총수는 거의 없어

신세계, 아모레퍼시픽을 포함해 이번 국감에 채택된 기업인 증인은 역대 최다인 200명. 2년 전 국감 때 기업인 증인이 8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5배 늘어난 수치다.

특히 정무위에서만 19명의 기업인이 증인으로 출두했다. 동양 사태와 관련해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 이승국 전 동양증권 사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또한 수천억 원을 탈세한 혐의로 검찰이 최근 본격 수사에 착수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김용덕 효성캐피털 대표이사도 줄줄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이밖에 백남육 삼성전자 부사장, 이정호 롯데피에스넷 대표, 박재구 CU대표,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 조준호 LG그룹 사장, 배영호 배상면주가 대표, 김충호 현대자동차 대표, 손영철 아모레퍼시픽 대표,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 등이다.

현재현과 조석래 회장 등 일부 재벌총수들이 국감 증인으로 나서지만, 유력 그룹의 총수들은 거의 없다.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대기업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삼성 등 일부 재벌 총수의 증인 채택을 놓고 공방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재계 일부에선 정용진 부회장의 증인 채택을 두고 '국회의 과도한 기업 간섭'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또 주요 그룹에서는 증인으로 나갈 계열사 CEO들의 답변으로 자칫 그룹 오너가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부분 기업들의 경우 각자 독립적인 경영체제가 세워져 있다"면서 "일부 정치인들이 국감에 맞춰 너무 정치적으로 증인을 채택하려고 하는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룹 오너 역시 계열사의 세세한 경영 상황을 모두 알기는 어렵지 않은가"라며 "1분, 1초가 바쁜 기업인들 입장에선 소모적인 정쟁에 휘말리는 것 자체가 안타까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태그:#국감 증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