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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동센터 등 단체급식에서 제공되는 음식과 급식카드로 편의점에서 주로 사먹는 삼각김밥과 가공우유.
▲ 당신의 아이라면? 단체급식 vs. 편의점 급식 지역아동센터 등 단체급식에서 제공되는 음식과 급식카드로 편의점에서 주로 사먹는 삼각김밥과 가공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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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식아동을 지원하는 아동급식 프로그램에 빨간 불이 켜진 채 방치되고 있다.

결식아동은 소년소녀가정, 한부모가정, 저소득층 등 보호자가 식사를 제공하기 어려워 결식 우려가 있는 아동을 일컫는다. 지난 2005년 아동급식사업이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 이양된 후 중앙정부는 이 문제에서 손을 뗐고, 지자체는 각각의 재정 여건에 따라 지원 금액이 천차만별이다. 또, 지원도 체계적이지 않고, 재정, 아동급식 방식, 먹거리 안전, 질 관리 등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아동급식이 먹거리에서 소외된 일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사회적인 관심은 무척 낮다. 결식아동은 일반 아이들보다 더 돌봄이 필요한데 도리어 방치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에 소외된 아이들의 먹거리 정책을 살펴보려 한다(자료의 한계 때문에 서울지역에 한해 살핌을 양해 바란다).

편의점이 아동급식 일등공신? 이대로는 안 된다

서울의 결식아동은 약 5만1000명이다. 아동급식은 몇 가지 유형이 있는데 ▲ 지역아동센터 등 단체급식소 ▲ 전자급식카드(서울은 '꿈나무카드')를 이용하는 일반음식점 ▲ 도시락 배달 ▲ 쌀 등 부식 공급이 있다.

단체급식소를 이용하는 아동은 21%으로 비율이 그리 높지 않다. 결식아동의 절반이 넘는 67%의 아이들은 전자급식카드를 이용해 편의점과 음식점 등에서 한끼를 해결한다. 구별로 살펴보면 강남(전자급식카드 이용률 93%), 구로(80%), 도봉(80%), 동대문(82.5%), 서대문(86.1%), 영등포구(83.5%) 등이 특히 단체급식 이용률이 낮다.

그나마 단체급식은 음식의 질과 안전을 관리할 수 있다. 아이들의 낙인감 문제이긴 하지만, 초등학생의 경우 지역아동센터 같은 단체급식 이용을 선호한다. 만약 낙인감 문제를 해소하려 한다면 결식아동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다른 방과후 돌봄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편의점에서 아동급식사업으로 한해 70억의 추가 매출이 발생했다.
 편의점에서 아동급식사업으로 한해 70억의 추가 매출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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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급식카드 이용 실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전자급식카드(꿈나무 카드)의 총 집행액은 199억3100만 원으로, 이중 편의점 사용액이 69억3000만 원으로 35%나 된다. 서울시는 4개 편의점과 제휴해 아동급식을 제공하는데, 아이들의 접근성, 낙인감 해소, 아이들의 선택권 부여 등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런데, 편의점에서 전자급식카드로 살 수 있는 제품을 보면 한끼 식사로 적합한 상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기존에 팔고 있는 제품을 '아동급식 대상 제품'으로 팔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경기, 부산, 인천 등이 일반음식점 비율이 높다.
▲ 2012년 시도별 아동급식 유형별 이용 현황 지역별로 보면 서울, 경기, 부산, 인천 등이 일반음식점 비율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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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을 이용한 아동급식은 어떨까. 서울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를 보면 전자카드급식 가맹점은 한식의 비율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중식, 제과점, 분식 순으로 나타났다. 가맹점 목록을 살펴보면 00김밥, 김밥00 등 분식 프랜차이즈업체 상당수가 한식으로 분류돼 있다. 또, 00도시락 등 도시락업체도 한식으로 분류돼 통계자료를 신뢰하기 어려웠다.

이에, '00김밥'처럼 상호상 분식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을 조정해서 다시 통계를 내봤다. 결과는 중식과 분식의 비중이 60% 수준이었고, 한식은 20%, 제과점은 16%였다. 통계만 보더라도 아동급식의 질이 상당히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구별 가맹점 현황 자료를 살펴보니 상당히 많은 분식집이 한식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구별 가맹점 현황 자료를 살펴보니 상당히 많은 분식집이 한식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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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명에서 '분식'으로 확인 가능한 것을 수정해서 다시 통계를 냈다.
 상호명에서 '분식'으로 확인 가능한 것을 수정해서 다시 통계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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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 간 결식아동들, 삼각김밥으로 끼니 때운다

다음으로 '편의점 급식'을 살펴보자.

최근 편의점 먹거리와 관련한 2가지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바로 지난 16일 환경운동단체 환경정의가 발표한 '편의점 아동급식 먹거리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와 9월 24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편의점 삼각김밥에 대한 영양조사 결과다. 우선 두 기관의 발표 내용부터 살펴보자.

환경정의는 어린이 기호식품 신호등표시제를 기준으로 8개 제품군 179개 제품을 모니터링한 결과 66%가 빨간신호등, 황색신홍등은 32%였으며 녹색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환경정의는 어린이 기호식품 신호등표시제를 기준으로 8개 제품군 179개 제품을 모니터링한 결과 66%가 빨간신호등, 황색신홍등은 32%였으며 녹색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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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정의의 조사에 따르면, 편의점 아동급식 먹거리 179개 제품 중 118개 제품(66%)이 영양성분 함량에 따른 신호등 분류에서 '빨간 신호등' 판정을 받았다.

이는 '먹거리에 대한 신호등 표시제'에 따른 것이다.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상 어린이 기호식품 등의 영양성분 표시기준에 따라 당류, 지방, 나트륨의 함량기준을 초과여부에 따라 녹색, 황색, 적색 신호등으로 표기한다. 영양성분을 보고 일일이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일종의 먹거리 안전 지수인 것이다.

과체음료, 가공유 등은 당의 함량이 높아 빨간 신호등이 많았으며, 식사류는 주로 나트륨과 지방의 문제였다. 핫바의 경우 조사대상 100%가 빨간 신호등인데 이는 나트륨 기준 초과 때문이었다.
▲ 편의점 아동급식 제품 신호등표시제 적용 세부 결과 과체음료, 가공유 등은 당의 함량이 높아 빨간 신호등이 많았으며, 식사류는 주로 나트륨과 지방의 문제였다. 핫바의 경우 조사대상 100%가 빨간 신호등인데 이는 나트륨 기준 초과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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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정의에 따르면 편의점 아동급식 먹거리의 상당 부분이 '나쁜 식품(정크푸드)'이라 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조사대상 중 '녹색 신호등(안전한 식품)'은 하나로 없었다는 점이다. 비록 환경정의 조사가 8개 제품군 179개 제품에 한정된 간이조사라는 한계가 있지만 편의점 아동급식의 단면을 보여주는 조사결과라 할 수 있다. 

아동급식 대상 아이들이 편의점에서 전자급식카드로 가장 많이 구입하는 품목은 무엇일까? 정확한 정보는 기업의 영업비밀이라 접근이 어렵고, 지자체는 관련 정보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최근 서울대 한 연구팀의 논문에서 한 편의점의 내부 자료를 분석한 바 있다. 그 자료에 따르면 전자급식카드로 아이들이 가장 많이 구입한 품목은 식사류에서는 삼각김밥이 20% 내외로 가장 높고, 음료류에서는 바나나우유, 초코우유 등 가공우유가 33%로 가장 높았다.

2011년 최해림 등의 논문에 의하면 삼각김밥과 가공우유가 가장 많이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남.
 2011년 최해림 등의 논문에 의하면 삼각김밥과 가공우유가 가장 많이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남.
ⓒ 최해림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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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한국소비자원의 삼각김밥 조사결과를 살펴보자.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삼각김밥 1개는 평균적으로 한 끼 영양성분의 20~32%를 포함한 반면, 나트륨은 36~77%로 함유량이 높았다. 즉, 삼각김밥은 한끼 식사용으로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혹자는 "그럼 한 번에 2~3개 먹으면 한끼 식사가 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 아이들이 한 번에 삼각김밥을 3개씩 먹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닐 뿐더러, 그렇다 해도 여전히 영양성분은 충족하지 못하고 나트륨만 과다섭취하게 될 것이다. 도대체 아이들에게 무엇을 주는 것인가?

지난 9월 24일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삼각김밥의 영양성분은 한끼 식사의 20~32%에 불과하고 나트륨은 36~77%로 높아 한끼 식사로 충분하지 않음을 보고했다.
 지난 9월 24일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삼각김밥의 영양성분은 한끼 식사의 20~32%에 불과하고 나트륨은 36~77%로 높아 한끼 식사로 충분하지 않음을 보고했다.
ⓒ 한국소비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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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2개 제품 중 5개 제품에서 합성보존료인 '소르빈산'이 검춤되었다.
 총 12개 제품 중 5개 제품에서 합성보존료인 '소르빈산'이 검춤되었다.
ⓒ 한국소비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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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총 12개 제품 중 5개 삼각김밥에서 '소르빈산'이라는 합성보존료가 검출됐다. 소르빈산은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이 지정하는 '어린이기호식품 품질인증제품'에 사용금지 식품첨가물 중에 하나다.

이상을 종합하면, '결식아동들이 배가 고파 정부에서 지원하는 전자급식카드를 들고 편의점에 많이 간다→ 결식아동들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가장 많이 사먹는다→ 하지만 삼각김밥은 영양면에서 매우 좋지 않고, 나트륨은 과다하고, 합성보존료까지 들어 있다'는 것이다. 굶주린 아이들에게 돈 줘서 이런 음식을 사먹도록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급식정책이라 할 수 있을까?

밥 굶는 사람은 없지만... 영양 부족한 사람들은 여전

성장기의 아이들을 이 삼각김밥을 먹고 한끼를 떼워서야...
 성장기의 아이들을 이 삼각김밥을 먹고 한끼를 떼워서야...
ⓒ 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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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영양조사(2011년)에 따르면 권장량보다 섭취량이 낮은 영양섭취부족자(에너지 섭취량이 필요량의 75% 미만이면서, 칼슘, 철, 비타민A, 리보플라빈의 섭취량이 평균필요량 미만)는 남성보다 여성이 2배 가량 많았다. 세대별로는 10대, 20대, 60대가 상대적으로 많았으며,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영양섭취부족자의 비율이 높아 '소득에 따른 먹거리 불평등' 양상이 나타났다. 현재 소득별 결식률의 차이는 없는데 먹는 질(영양측면)에서는 가난할수록 질이 낮음이 통계적으로도 확인된다.

식품군별로 살펴보면 저소득층은 탄수화물의 주요 공급처인 백미 등 곡류를 제외하면 어패류, 두류, 채소류, 과일류 등의 섭취가 낮았다. 특히, 신선식품인 채소류, 과일류, 어패류 등에서 소득간 차이가 뚜렷이 나타났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소득간 영양섭취부족비율의 격차와도 동일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어 소득이 낮을수록 먹거리의 질이 떨어짐을 짐작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정책당국은 취약계층을 위한 아동급식정책에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결식아동의 67%가 먹거리 질이 담보되지 않는 편의점, 중식 및 분식 등 음식점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편의점의 경우 앞서 두 기관의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영양은 낮고, 당, 나트륨 과다, 합성보존료 첨가 등 먹거리 질이 관리되지 않고 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거리의 중요성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욱이, 소득에 따른 영양섭취의 불평등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단순한 끼니 제공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영양과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편의점 등에 의존하는 현재의 아동급식정책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정책당국은 더 이상 이 아이들을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고정근 기자는 환경정의 활동가입니다.



태그:#결식아동, #아동급식, #꿈나무카드, #환경정의, #먹거리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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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여성, 어린이, 저소득층 및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나타나는 환경불평등문제를 다룹니다. 더불어 국가간 인종간 환경불평등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정의(justice)의 시각에서 환경문제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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