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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예술가 협동조합인 룰루랄라예술협동조합(이사장 전미영) 조합원이 되고 나서 제 삶에 활력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전시회가 열리고 다양한 공부모임으로 행복한 시간들을 갖고 있지요. 10월 9일과 10일에는 남원의 귀정사에서 '대중 속에 살아남는 아트샵 문화강좌'로 탐방과 글쓰기 강좌가 열려 많은 것을 배우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귀정사는 백제 무녕왕때 세운 절인데 한 때 스님들만 200여 분이 계시던 커다란 절이었는데 6·25한국전쟁 때 공비토벌로 인근마을과 함께 쑥대밭이 되어 많이 위축된 상태라고 하네요. 그 곳에 여러 분들이 사회연대치유공간 인드라망을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합니다.

한의사 윤성현 님과 송경동 시인의 탐방 강좌
▲ 룰루랄라예술협동조합 모꼬지 담방강좌 한의사 윤성현 님과 송경동 시인의 탐방 강좌
ⓒ 룰루랄라예술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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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탐방 강좌에서 의술 문화활동을 추구하는 한의사 윤성현님은 '사회연대 치유공간 인드라망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삶 속에서 조화와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려주시고 삶과 예술의 원리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했습니다.

한편, 윤성현님의 강의가 끝나고 나서는 조합원들의 간단한 의료상담이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오른손가락과 왼손바닥의 통증이 있던 저는 그것이 평소 자주 쓰는 부위로 '직업병'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씀을 듣고 예술가들의 건강에 대한 문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날 오전에 계속된 강좌에서 송경동 시인은 '발상과 표현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작가 자신의 경험에 우러나오는 시창작의 태도와 고민들 그리고 자신의 삶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솔직담백한 이야기로 작가정신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고 배우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주변 산길과 계곡의 개울가를 가볍게 산책한 후 점심 공양을 맛있게 먹고 귀정사의 산방에 문패를 달아주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처음에는 대부분 고즈넉한 산사 분위기에 취해 "작업은 무슨 작업이냐? 우리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치유를 하고 가자"며 따로 따로 산사를 거닐던 작가 조합원들이 굼뜨게 어슬렁거리다가 하나 둘 작업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어슬렁거리다가 스케치 북을 꺼냈습니다. 오전에 개와 고양이가 느긋하게 잠자는 모습을 스케치해 놨던 것을 슬슬 색을 넣으며 마무리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절에서 득도를 한 까닭일까요? 사이가 무척 좋은 귀정사의 개와 고양이가 평화롭게 잠을 자고 있습니다.
▲ 귀정사의 개와 고양이 절에서 득도를 한 까닭일까요? 사이가 무척 좋은 귀정사의 개와 고양이가 평화롭게 잠을 자고 있습니다.
ⓒ 이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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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나무를 가져오고, 그 사이 어떤 이름으로 지을 지 깔깔거리며 이야기하다가 우리 꽃으로 산방의 이름을 쓰기로 정하고 슬슬 준비한 나무판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글씨에 나름 솜씨가 있는 작가가 글씨를 쓰기 시작했고, 한 켠에서는 색칠을 하고 그림을 그려넣었습니다.

어슬렁 거리던 작가들이 슬슬 움직이더니 하나 둘 모여들어 작업을 하기 시작합니다
▲ 산방 문패 작업 중인 작가들 어슬렁 거리던 작가들이 슬슬 움직이더니 하나 둘 모여들어 작업을 하기 시작합니다
ⓒ 이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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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슬렁 어슬렁 굼뜨게 작업했던 작가들이 함께 작업을 해 나가면서 서로 격려하고 감탄하면서 슬슬 신명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웃음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면서 우연히 그곳에서 만나 작업모습을 구경하던 노조활동가와 인권활동가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함께 작업에 참여하였습니다.

흥이 오른 작가들과 노조활동가 그리고 인권활동가가 함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신명과 협동의 작업 흥이 오른 작가들과 노조활동가 그리고 인권활동가가 함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이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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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이 더해 갈수록 '깔깔' '호호' 웃음꽃은 더 많아지면서 신명이 오른 작가들 틈에서 노조활동가와 인권활동가 두 분이 산방의 예쁜 꽃이름은 좀 식상한 것 아니냐며 다른 생각을 말했습니다. 인연을 나누는 곳이라는 뜻으로 '연분'을 제안하며 작업하던 작가들이 이를 받아서 정을 나누는 '정분', 그러면 빼놓을 수 없는 '그분'하면서 처음 작업하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이름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어슬렁거리던 작가들이 슬슬 달려들어 작업을 하였습니다. 신명과 협동으로 어우러지자 웃음꽃이 마구 피어납니다.
▲ 작가들이 어슬렁거리며 만든 산방 문패들 어슬렁거리던 작가들이 슬슬 달려들어 작업을 하였습니다. 신명과 협동으로 어우러지자 웃음꽃이 마구 피어납니다.
ⓒ 이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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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신명이 한껏 오른 작가들은 처음에 댓 개만 작업하기로 했을 때만 해도 너무 많다며 궁시렁대던 모습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고 계속 나무를 가져다가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려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산방 문패를 마치고 나더니 이제 주변에 이런 저런 안내판들이 필요하다며 스스로 일을 만들어 작업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 작가의 작업을 멈추게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신명과 협동으로 작업열기가 뜨겁게 타오르고 작가들은 계획했던 작업량과 관계없이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 신명과 협동으로 작업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작업은 끝날 줄 모릅니다 신명과 협동으로 작업열기가 뜨겁게 타오르고 작가들은 계획했던 작업량과 관계없이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 이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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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 문패 작업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작업을 한 결과물들.
▲ 신명과 협동으로 넘쳐나는 작업 산방 문패 작업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작업을 한 결과물들.
ⓒ 이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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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기로 예정됐던 시간이 몇 번 연기되기까지 하다가 마침내 선약이 있는 작가 한 명이 이러다가는 도저히 오늘 중에 갈 수 없겠다 싶어서 그만하자며 붓을 내려놓고 나서야 다른 작가들도 하나 둘 작업을 멈췄습니다.

집에 돌아와 그 시간들을 곱씹으며 아직도 꿈결같이 남아 있는 기쁨의 기운을 은근히 조금씩 즐기며 아침산책 때 스케치 해둔 개울가 그림을 마무리했습니다. 부디 작가들이 그리고 국민들이 '자발적인 신명과 협동'으로 삶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그런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정부의 관료들이 진심으로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귀정사 뒷 산과 개울가를 산책하며 명상과 수다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모습을 스케치 했다가 나중에 완성한 그림
▲ 귀정사 개울가 귀정사 뒷 산과 개울가를 산책하며 명상과 수다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모습을 스케치 했다가 나중에 완성한 그림
ⓒ 이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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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룰루랄라, #예술협동조합, #귀정사, #인드라망, #신명과 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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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작은책에 이동슈의 삼삼한 삶 연재중. 정신장애인 당사자 인터넷신문 '마인드포스트'에 만평 연재중. 레알로망캐리커처(찐멋인물풍자화),현장크로키. 캐릭터,만화만평,만화교육 중. *문화노동경제에 관심. 또한 현장속 살아있는 창작활동을 위해 '부르면 달려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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