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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세계 제일의 기술대국 일본의 원전 사고를 목격하고 시민들은 원전을 폐기할 것을 대규모 시위로 요구하였고, 정부는 시민위원회를 구성하여 논의하는 절차를 거쳐 원전 폐기를 결정하였다. 이러한 민주적 과정이 참 부럽다.

당장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우리나라 정부와 국민들의 생각이 비교된다. 원전 8기를 동시폐기하고 나머지 9기를 곧 폐기할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경제적 호황을 누리고 있다. 원전을 폐기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박종권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이 강조했다. 박 의장은 요즘 '탈핵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인터넷 블로그 '원자력발전소 없는 세상 만들기'를 만들어 다양한 정보를 올리기도 하고, 강연뿐만 아니라 '탈핵 행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박종권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공동의장.
 박종권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공동의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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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나라 예비전력정책이 문제라 지적했다. 그는 "전기가 부족할 것 같으면 전기를 많이 쓰는 곳에 절전을 요구해야지 많이 쓰지도 않는 가정이나 공공기관에 절전을 강요하고 냉방까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오버행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400만kw 예비전력은 굉장히 높은 것이고, 100만kw짜리 원전 2기가 동시에 고장 날 확률도 어려운데 4기가 동시에 멈출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며 "미국은 150만kw 예비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권 의장은 "미국에선 예비력이 부족하겠다 싶으면 우리처럼 텔레비전에 방송도 안 하고 '최우선 고객' 리스트대로 전력 구매자에게 미리 얘기해서 전력 공급을 차단하는 대신 기본요금 같은 고정비를 탕감해 준다"고 소개했다.

중소기업은행 마산지점장을 지낸 박종권 의장은 은행에 근무할 때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았고, 서울시정 모니터위원(1997년)과 환경운동연합 지도위원 등을 지냈다. 다음은 6일 박종권 의장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동강댐, 새만금, 4대강 싸움은 핵발전소와 비교하면 낭만적"

- 핵 문제에 언제부터 어떻게 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안면도 핵폐기장 사건, 굴업도 핵폐기장 싸움 때부터 관여해서 관심이 있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고 결정적으로 핵발전소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되었다. 일본 히로세 다카시 선생의 <원전을 멈춰라>라는 책을 읽고 핵발전소는 정말 인간과 공존할 수 없구나,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핵발전소만은 반드시 막아야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이 책을 두 번 더 읽었다.

거의 30년 가까이 환경운동연합과 인연이 되어 환경운동을 해 왔고 그동안 동강댐 문제, 새만금 문제, 4대강 싸움 등 수많은 환경사안들이 있었지만, 핵발전소에 비교하면 그런 운동은 낭만적이었다고 생각될 만큼 심각한 환경문제이면서 생명과 평화에 관한 문제임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핵발전소 반대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 대개 사람들은 '설마'하는 생각을 하고, 원전 사고가 다른 나라에는 일어나더라도 우리나라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가 났을 때 핵발전소 보유국들이 모두 우리나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체르노빌 사고가 났을 때도 일본이나 우리나라는 체르노빌과 원자로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 지난번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났을 때 우리나라는 후쿠시마는 경수로이고 우리나라는 가압경수로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홍보했다. 사고 나기 전에는 항상 사고확률 1000만분의 1, 100만분의 1이라는 식으로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은 말했다.

우리나라 고리핵발전소를 가보면 그곳에 근무하는 기술자들은 전혀 대형사고 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기야 35년 동안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있었지만, 원자로가 녹아 내리는 대형 사고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그게 매너리즘이라는 것 아니겠나. 그러니까 모조 부품, 불량 부품을 사용하기도 하고 근무자가 마약을 하기도 하는 것 아니겠나? 그리고 비상발전기가 고장이 나 전원이 상실되는 사고가 나도 숨기기에 바쁘고, 급기야는 시험성적서를 위조하기도 하는 막장 비리까지 간 것 같다.

지난 9월 초에는 비상발전기 2대가 모두 18시간 동안 가동이 중단되는 사고를 저지르기도 했다. 담당자 말이 외부전원이 모두 살아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식이었다. 그렇다면 수백억 원의 비상발전기를 왜 2대나 준비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우리 핵발전소는 대형 사고가 절대로 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었다. 안전 불감증이다.

그래서 방재대책이라는 것도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을 전제로 방재대책을 만들었다고 지적하기도 하다. 일본 역시 방재대책은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을 전제로 만들었기 때문에 지난번 후쿠시마 사고 때도 방재대책은 허술했고 피폭을 어는 정도 피할 수 있었지만, 대응을 잘못하여 많은 사람들이 피폭당했다. 바람의 방향만 제대로 알려주어 반대로 대피하게 했다면 대량피폭을 피할 수 있었는데 거꾸로 대피하여 많은 사람들이 생각 없이 피폭당했다."

"후쿠시마원전, 아무리 완벽하게 대비해도 사고 피할 수 없다는 교훈"

-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우리한테 주는 교훈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한마디로 우리나라도 대형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핵발전소 세계 3위의 강국이고 또 기술도 우수하고 안전에 대한 인식도 세계 최고급이었다. 그러나 대형사고로 원자로 4기가 동시에 사고를 당했다. 사고가 난 이후의 방재 대책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어떤 사람은 일본은 지진이 잦아서, 또 쓰나미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일본은 원래 지진이 잦고 쓰나미도 발생하는 것이 당연한 국가다. 그리고 이에 대해 대비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사고를 당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아무리 완벽한 대비를 하여도 사고는 피할 수 없다는 교훈을 주었고 한번 사고나 나면 세계적 재앙이 된다는 교훈을 주었다. 그리고 핵발전소는 반드시 대형사고가 난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다. 또 하나 핵발전소 개수가 많은 나라에서 사고가 난다는 사실도 배웠다. 스리마일, 러시아, 일본 모두 핵발전소가 많은 나라다. 다수 보유국 중 사고 안 난 나라는 프랑스와 한국밖에 없다.

-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비롯해 러시아-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원전사고가 났지만, 우리 정부의 정책은 달라지지 않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것은 국민의 수준 차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옆 국가에서 세계적인 재앙 수준의 원전 사고를 목격하고도 정부의 정책이 변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발전소 반대 집회를 시청 광장에서 했는데 고작 5000명이 모였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독일에서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연일 수십만 명이 데모했다.

우리 국민들은 핵발전소가 없으면 전기를 쓰지 못하는 줄 알고 있다. 독일은 전기를 쓰지 못하나? 사고 후 54기 원전 중 단 2기만 가동 중인 일본은 암흑천지가 되었으니까? 제가 작년 12월에 후쿠오카에 갔는데 거리는 여전히 조명불빛으로 찬란했다. 며칠 전 도쿄를 다녀오신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조명이 좀 어두워졌다고 하더라. 그동안 매년 백억 원 이상 돈을 쏟아 부으면서 원자력의 안전과 경제성을 거짓 홍보해 온 원전업계의 탓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국민들의 생각이 변하지 않으니까 정부의 정책이 바뀔 리가 없다. 

박종권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공동의장이 9월 26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박종권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공동의장이 9월 26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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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일본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이 우리 식탁에 오를 수 있다는 위험성이 제기되었는데,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국무총리는 이런 문제 제기와 국민들의 우려를 괴담이라고 몰아붙이고 유포자를 처벌하겠다고 했다. 아주 잘못된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라면 괴담의 진위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그랬다면 대부분의 괴담이 진실이었음을 알았을 것 아니냐까? 그리고 이웃 나라에 알리지도 않고 방사성 물질을 바다로 유출한 일본정부에 항의하고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어야 한다. 뒤늦게 8개현으로 수입 금지 지역을 확대하긴 했지만 뒷북 행정이 되어 버렸다. 괴담 유포자 처벌은커녕 국무총리가 비난 받는 꼴이 되었다.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우리 수산업계만 큰 타격을 받았다."

- 일반 국민들은 일본 수산물에 대한 위험성을 그렇게 높게 보지 않는 것 같은데,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지.
"처음에는 위험성을 높게 보지 않았지만 일본 정부의 방사능 오염수를 하루에 300톤씩 바다로 유출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바다가 오염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위험성을 알게 되었다. 학교 급식에 방사능 식자재를 사용 하지 않도록 촉구하기도 하고 방사능 식자재 규제를 위한 조례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성장기의 아이들은 어른보다 방사능에 훨씬 민감하다. 피해 정도가 어른의 4-8배에 이른다. 그러므로 당분간 일본 수산물은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정부에서는 허용치이하는 안전하다고 하지만 아무리 적은 양의 방사성물질도 인체에 해를 끼친다."

- 특히 수명이 다 되었지만 연장 가동되고 있는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위험성이 높은데, 어떻게 보는지.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반드시 폐기해야한다. 1차로 10년 연장했는데 또 10년 더 연장하려고 한다. 고리1호기는 1978년에 준공된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로다. 58만 kw 원자로인데 요즘 140만 급에  비하면 3분의 1수준이다. 우리나라 전력의 0.8% 정도 차지한다.

위험성을 열거하면 무척 많다. 먼저 35년 전 기술력이 부족한 때 건설한 원자로이고, 원자로를 3 조각으로 용접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용접부위가 취약하다. 또 1999년 고리1호기 감시 시편을 꺼내 조사한 결과 가압력 충격온도가 142.33도(섭씨)에 근접하자 시험 방법을 변경하여 126.66도로 조작하였다. 쪼 최대충격흡수 에너지가 54.9J로 최저 기준치인 68J을 만족시키지 못했다(J(주울)은 1kg의 물체를 초속 1m로 가속하여 1m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

그리고 그동안 크고 작은 사고가 129회나 있었다. 이는 공개된 사고만 그렇고 공개되지 않은 사고는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짝퉁 부품 비리,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불량부품 사용, 비상발전기 2대 18시간 멈춘 사고 등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들이 많았던 원자로다. 하나의 기계를 고온(320도), 고압력(150기압) 상태에서 35년이나 쉼 없이 가동했다. 마지막으로 30km 이내 340만 명의 시민이 항상 위험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정도의 위험성을 가진 원자로는 당연히 폐기해야 하지 않겠나?"

"자동차 부품이 짝퉁이었다면 ..."

- 최근 원전에 들어가는 '짝퉁 부품' 사건이 터졌지만, 일반 국민들은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은데.
"자기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에 짝퉁 부품이 사용되었다면 심각하게 생각하고 당장 정품으로 교체할 것이다. 짝퉁 부품을 사용한 정비업소를 고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자동차 기사의 말이 생각난다. '핵발전소 사고 나면 내만 죽나요. 모두 다 죽고 말지요 머.' 이는 군중 심리다. 나 혼자만 죽는다면 참지 못하지만 다 같이 죽거나 병든다고 생각하면 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심리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그럴 수 없다. 자동차는 사고 나도 자신과 몇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다. 자식 대대로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핵발전소는 한번 사고 나면 3대, 4대에게까지 유전질환을 물러준다. 1945년 히로시마 원자폭탄 때문에 60년이 지난 지금도 고통 속에 살고 있고 그 자식들까지 피해를 주고 있지 않느냐?"

-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뒤, 유럽을 비롯한 외국의 정책 가운데 우리가 모범으로 삼을 만한 게 있다면.
"당연히 독일을 모델로 삼고 싶다. 독일은 일본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17기 원전 중 8기를 폐기했다. 그리고 연일 수 십만 명의 시민들이 핵발전소 반대 집회를 했다. 핵발전소 찬성론자인 메르켈 총리는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17인 윤리위원회'를 구성하여 핵발전소에 대한 논의를 하게 하였다.

과학자, 사회학자, 시민단체, 대 주교 등을 포함시킨 위원회는  8주 동안 논의했다. 100회가 넘는 회의를 하였고 과학자, 시민단체, 원전업계, 에너지기업을 만났다. TV 생중계 토론을 여러 번 했다. 원자력기술위원회는 안전하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17인윤리위원회는 '과학자들은 십중팔구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재앙은 발생했다. 과학의 진리는 독단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사회와 융합하며 정착한다. 원전에너지는 기술의 문지가 아니라 삶의 문제이다. 원전이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생각했다.'

그리하여 원전을 2021년까지 폐기할 것을 결정했고 메르켈은 국무회의에서 2022년까지 모두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세계 제일의 기술대국 일본의 원전 사고를 목격하고 시민들은 원전을 폐기할 것을 대규모 시위로 요구하였고 정부는 시민위원회를 구성하여 논의하는 절차를 거쳐 원전 폐기를 결정하였다. 저는 이러한 민주적 과정이 참 부럽다. 당장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우리나라 정부와 국민들의 생각이 비교된다. 원전 8기를 동시폐기하고 나머지 9기를 곧 폐기할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경제적 호황을 누리고 있다. 원전을 폐기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 후쿠시마 사고 뒤 일본의 원전 정책도 달라졌고, 일본 국민들도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일본의 원전 정책이 달라지지 않았다. 요즘 고이즈미 전 총리가 연일 아베 총리를 향해 탈원전을 요구하고 있다. 방사능 오염수를 300톤씩 매일 바다로 내 보내고 있다는 사실에 많은 일본인과 전 세계인들이 충격을 받은 것 같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핀란드 고준위 핵폐기장 건설 현장을 다녀와서 더욱 탈 원전을 생각했다고 한다.

암반을 400미터 뚫고 그 속에 고준위 핵폐기물을 묻고 10만년을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지진 많은 섬나라 일본은 400미터 팔 암반도 없고 10만년을 관리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진 소굴 아니냐? 도쿄 여자 아이 소변에서 세슘이 검출되고 이바라키현(후쿠시마현 인접) 18세 어린이 170%가 소변에서 세슘134,137이 검출되었다는 소식, 가고시마 생선에서도 세슘이 검출되었다는 소식에 많은 일본인들이 놀랐을 것이다."

"정부가 오히려 대형 시스템 냉난방기 수요 늘리는 정책 펴"

- 우리 정부는 전력 부족 때문에 원전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데, 실제는 어떻다고 보시는지.
"급격하게 늘어나는 대형 시스템 냉난방기의 수요를 제어하고 타 에너지원으로 냉난방기기를 분산했어야 할 정부는 2008년부터 4년 동안 190억 원의 보조금을 주면서 시스템 에어컨 설치를 장려했다. 때문에 산업현장 뿐만 아니라 학교, 공공건물, 상업용 대형 건물에 이르기까지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시스템 냉난방기 설치가 유행처럼 번졌다.

그런데도 정부와 한국전력공사는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하고 중단된 송전탑 공사를 재개하지 않으면 블랙아웃이 현실화된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2월 7일 이명박정부 때 지식경제부와 전력거래소는 2027년까지의 전력 수요 전망과 발전소 건설 계획을 담은 '6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 공청회'를 열었는데, 전력 수급 계획안에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18기의 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발전소 18기 중 12기를 SK건설, 삼성물산 등 대기업이 참여하는 민자 발전소로 지을 계획을 담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전력이 부족하지 않다. 그 이유는 이렇다. 몇 십 년만의 무더위 속에서도 우리는 정전 없이 보냈다. 봄에는 이번 여름 정전사태가 올 것처럼 위기를 조장했다. 그러나 전기 과소비 기업부터 차례로 정전하는 긴급절전까지도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전력예비율이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제가 조사해 보니 올해 가장 예비전력이 낮았던 날은 8월 9일 오후 5시 20분이 예비전력이 326만kw이었다. 그 외 400만 이하가 된 날은 불과 8일이었다. 지난 여름에는 100만kw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대부분 400kw이상 유지했다. 에너지 담당부서의 예측이 이렇게 빗나가서야 어떻게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수 있겠나?

그리고 전기가 부족할 것 같으면 전기를 많이 쓰는 곳에 절전을 요구해야지 많이 쓰지도 않는 가정이나 공공기관에 절전을 강요하고 냉방까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오버행정이다. 핵발전소 반대하는 측을 비난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400만kw 예비전력은 굉장히 높은 것이다. 100만kw짜리 원전 2기가 동시에 고장 날 확률도 어려운데 4기가 동시에 멈출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미국은 150만kw 예비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명박정권 때 예비력을 300만으로 변경하려고 하다 무산된 적이 있다. 지난 여름 원전 10기가 부정부패 때문에 멈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소비전력은 1.9% 늘었다. 원전 10기 가동중단에 전력소비 1.9% 증가에도 불구하고 긴급절전(예비력 300만 이하가 되면  전기다소비 기업체와 사전 계약을 체결하고 절전에 참여하고 절전 약정의 60% 달성하면 보상금 지급하고 50% 못 미치면 위약금을 냄)까지 가지도 않았다. 미국에선 예비력이 부족하겠다 싶으면 우리처럼 텔레비전에 방송도 안하고 '최우선 고객' 리스트대로 전력 구매자에게 미리 얘기해서 전력 공급을 차단하는 대신 기본요금 같은 고정비를 탕감해 준다."

세계 환경의 날을 하루 앞둔 6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환경 위기와 위험에 노출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날 이들은 최근 원자력발전소의 원전 부품비리와 4대강 녹조 피해 발생, 유전자변형 밀 국내 반입, 화학물질 누출사고 등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세계 환경의 날을 하루 앞둔 6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환경 위기와 위험에 노출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날 이들은 최근 원자력발전소의 원전 부품비리와 4대강 녹조 피해 발생, 유전자변형 밀 국내 반입, 화학물질 누출사고 등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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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요금이 싸기 때문에 소비가 심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당연하다. 종전에는 기름보일러나 나무 보일러 등으로 냉난방을 하였는데 전기요금이 싸니까 모두들 전기보일러로 바꾸었다. 석유로 전기를 만들면 석유보다 전기가 월등히 비싸야 맞는데 오히려 석유보다 전기가 더 싸다. 또 원전 전기는 밤낮없이 가동 헤야 하니까 심야에 남는 전기를 소비해야하므로 싼 심야요금을 적용하고 모든 동력기나 냉난방구조를 전기로 바꾸게 되고 전기소비는 급속도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가격으로 통제해야 한다.

안전벨트는 아무리 홍보해도 소용없었지만 벌금 1만원으로 해결하였다. 가격이 싸면 아무리 절약을 호소해도 소용없다. 가격을 올리면 저절로 절약을 한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원가비중에서 전기요금은 1.3%에 불과하다. 전기요금 비중이 이렇게 낮으니 절약할 의지가 안 생기고 절약하는 기술을 돈 주고 도입할 필요가 없다. 기업은 항상 경제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상식이다."

"70년대 부모들은 전기세 많이 나온다고 밤늦게 공부 못하게 해"

- 기업체 전기요금이 낮게 책정돼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는지.
"2012년 기준 원가회수율이 88.4%이다. 원가 이하로 전기요금을 공급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나. 우리나라가 아프리카 후진국가이냐? 6~70년대에는 우리나라도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을 했다. 발전원가와의 차액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쉽게 말하면 가난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대기업의 임원에게 연봉을 40억원을 주는 것이다."

- 전기 절약을 위해 강조하고 싶은 말씀은.
"독일 가정에서는 전기절약을 아주 잘한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유학생이 독일가면 독일 사람들로부터 처음에 전기 절약하지 않으면 혼난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물론 에너지를 절약하는 기본 정신은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전기요금이 비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70년대에는 부모님들이 전기세 많이 나온다고 밤늦도록 공부도 못하게 했다. 그 당시 소득에 비해 전기요금이 부담이 컸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가정경제에서 소득에 비해 전기요금 비중이 아주 낮다. 그래서 전등을 켜놓고 자거나 전기를 아껴야 한다는 부모님 잔소리가 없는 것이다."

- 밤에 쓰는 전기는 남는 전력인 '심야전력'을 사용하기에 괜찮다는 생각을 하는데 실제 그런지.
"심야전기를 싸게 공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전은 밤낮없이 전기를 생산해내기 때문에 전기를 소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심야에도 전기를 사용하게 하고 모든 구조를 전기를 많이 쓰는 구조로 바꾸게 한 것이다. 그래서 전력 피크 때도 전기를 쓰게 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필요할 때만 전기를 생산하면 되기 때문에 낭비가 없는 것이다.

- 재생에너지 발전 가능성이 높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 보이는데 어떻게 보는지.
"핵발전소에 대한 폐해가 밝혀지고 있으니 자연히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다. 발전 가능성은 이미 독일 같은 나라에서 증명이 되었다. 2010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381기가와트로 원자력 375 가가와트를 앞질렀다. 아이슬란드는 재생에너지로 100% 전기를 공급하고 노르웨이는 96%가 재생에너지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비율이 22%를 넘었고, 2020년까지 35%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너무나 미약하다. 2012년 태양광 설치규모는 0.25기가와트에 불과하다. 독일은 7.6기가와트로 우리의 30배가 넘는다. 일본은 2013년에 벌써 5.3 기가와트의 태양광발전을 설치했다. 원전 5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전 세계 태양광 설치량은 2011년도에 30 기가였다. 이렇게 전 세계가 자연에너지로 급속도로 나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계속 핵발전을 고집하고 있다. 빨리 자연에너지로 전환하여야 한다.

자연에너지는 원료비가 들지 않는다. 자연에너지는 수 만년동안 쓸 수 있는 무궁무진한 자원이다. 석유나 가스처럼 국가별 쟁탈전이 없다. 앞으로 석유 등의 에너지확보를 위한 전쟁은 사라질 것이다. 자연에너지는 세계 평화에 크게 기여한다."


태그:#마창진환경연합, #핵박전소, #후쿠시마 원전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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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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