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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성인 10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서 ±3.1%p) 결과를 보면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도는 2주 연속 하락했고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취임 후 처음으로 30%를 넘어섰습니다.

이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56%, 부정평가는 34%로 나타났습니다. 2주간 추세를 보면 긍정평가는 전 주에 7%p 하락한데 이어 이번 주에도 4%p가 빠지면서 50%대로 주저 앉았습니다.

60%대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도가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기초연금 등 복지공약 후퇴 후폭풍 때문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번 조사에서 직무 수행 부정 평가자(351명)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부정 평가의 이유는 '공약 실천 미흡·공약에 대한 입장 바뀜'(36%)이었습니다. 또 '국민 소통 미흡·너무 비공개·투명하지 않다'(10%), '인사 잘못함·검증되지 않은 인사 등용'(10%) 등도 부정 평가의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7일 오후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회견을 마친뒤 환한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7일 오후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회견을 마친뒤 환한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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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 거듭하고 있는 박 대통령 지지율

특히 공약 실천 미흡은 9월 두번째 주 8%에서 네번째 주 25%로 17%포인트 늘었고, 10월 첫째주 들어서는 36%로 11%포인트 더 느는 등 박 대통령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사 문제에 대한 지적도 지난 주 2%에서 10%로 늘어나는 등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사퇴 파문과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발목잡은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국면 전환 카드가 절실한 상황인데요. 박 대통령이 기댈 언덕이 없지는 않습니다. 우선 외치입니다. 박 대통령은 내치에서 까먹은 점수를 외치에서 만회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박 대통령은 오는 6일 골치 아픈 국내 정치 상황을 뒤로하고 순방길에 오릅니다.

박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발리와 브루나이에서 차례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및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합니다. 이어 곧바로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합니다. 이번 순방은 지난달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베트남 순방에 이은 두번째 '세일즈 외교' 행보입니다.

기초연금 등 복지공약 후퇴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녹록하지 않은 국내 정치상황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셈입니다. 당분간 언론에도 박 대통령의 화려한 정상외교 행보가 집중 부각되겠지요. 박 대통령은 휴일이었던 3일 개천절에 이어 4일도 별다른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순방 준비에 전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대통령이 어느 정도의 정상 외교 성과를 가지고 귀국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복지공약 후퇴, 진영 사퇴, 채동욱 찍어내기 논란 등 지지율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슈에서 벗어나 박 대통령이 세계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국면 전환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수남 수원지검 검사장이 지난달 26일 경기도 수원지방검찰청 대회의실에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사건' 혐의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수남 수원지검 검사장이 지난달 26일 경기도 수원지방검찰청 대회의실에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사건' 혐의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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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 출국... 맹활약 예고한 검찰

그런가 하면 박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 국내에서는 검찰이 맹활약을 예고했습니다. 기초연금 등 복지공약 후퇴와 진영 장관의 사퇴 파문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 난맥상이 부각되자 검찰은 지난 2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런 행보였습니다. 검찰이 행동을 개시하자 청와대가 즉각 "사초 실종은 국기문란"이라고 맞장구를 쳤고 새누리당도 융단폭격을 가하고 나섰습니다.

'왕실장'으로 불리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여당 원내대표단이 회동한 지 하루 뒤 전격적인 중간 수사결과가 발표된 것도 뒷말을 낳고있습니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김광수 공안2부장은 이중희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식 사실 관련 자료를 공유했다는 의혹이 야당으로부터 제기된 바 있습니다.

검찰의 갑작스런 중간수사결과 발표, 청와대와 여당의 즉각적인 야당 때리기 등 상황이 톱니 물리듯 돌아가는 것을 보면 보이지 않는 손이 일사분란하게 상황을 이끌어 가고 있다는 의심도 생깁니다.

물론 청와대와 당사자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펄쩍 뛰지만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이 반복될 때 음모론은 고개를 들게 돼 있습니다. 검찰은 이미 여러차례 청와대가 수세에 몰릴 때마다 국면전환용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새로운 이슈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지난 달 26일 박 대통령이 기초연금 후퇴에 대해 사과하자 이날 이석기 의원 등 통합진보당 관계자를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기소했고 혐의 사실은 다시 한번 언론에 크게 실렸습니다. 27일에는 법무부가 나섰습니다. 진영 전 장관의 항명성 사퇴로 논란이 커지자 법무부는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자식 의혹에 대한 부실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죠. 어디선가 청와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김 없이 검찰이 전면에 나타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죠.

다음 주 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참여정부 관계자들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삭제된 경위를 파악 목적으로 검찰에 줄소환 될 것이고 관련 소식은 언론의 전면을 장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권 입장에서 껄끄러웠던 이슈들은 박 대통령의 순방 소식과 검찰 소환 조사 소식에 자취를 감추거나 뒤로 밀려날 가능성이 큽니다. 청와대로서는 밖에서는 대통령의 정상외교, 안에서는 검찰 수사를 활용해 국면전환에 나설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게 되는 셈입니다.

국면 전환 꼼수의 결말은?

청와대의 의도가 맞아 떨어질 수도 있고 예상치 못했던 다른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검찰의 맹활약이 반복될 수록 청와대와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있어 정공법이 아니라 꼼수를 쓴다는 인상을 주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김기춘 비서실장 기용 후 이석기 내란 음모사건, 채동욱 총장 찍어내기 논란 등 음산한 정치공작 냄새가 풍기는 사건들이 연이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새 정부에 퇴행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는 데 일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죠.

이미 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 후퇴로 신뢰의 이미지에 생채기가 났습니다. 여기에 검찰을 활용한 국면 전환 꼼수가 계속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박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의 거의 전부인 '원칙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 마저 잃어버리지 않을까요?


태그:#박근혜,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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