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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정원 내란음모 정치공작의 문제점과 한국사회' 긴급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죄 혐의 등을 계기로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9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정원 내란음모 정치공작의 문제점과 한국사회' 긴급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죄 혐의 등을 계기로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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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 모인 사람들은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국정원 내란음모정치공작 공안탄압규탄대책위원회'가 이곳에서 주최한 긴급토론회에서 발표자들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죄 혐의 사건으로 한국은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당하고, '다른' 이야기는 꺼내기 힘든 사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때에 이르기 전에 시민사회와 언론, 정치권이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도 거듭 강조했다.

김민웅 성공회대 사회과학정책대학원 교수는 "애초에 국정원이 대선개입 사건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 대대적 반격을 하리라고 생각했다"며 "(공안통으로 알려진)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나오고, 종편 등으로 언론환경이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대대적인 여론 몰이가 가능한 환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냉전 정치'와 '대중 파시즘'의 확대·재생산을 낳으리란 게 그의 전망이다. 김 교수는 "일단 권력이 답을 내린 것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반대를 표시하는 일만으로도 위험해진다, 민주주의의 근본 위기를 몰고 올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국정원은 민주당 등 일부 진보·야당세력이 '통합진보당과 이석기 의원 등이 진짜 종북'이라며 고립시키도록 만들면서 우리 사회에서 어느 누구도 넘을 수 없는 '터부'를 만드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체제에 이의 제기하는 나쁜 놈은 국정원이 앞장서서 막을 테니 나머지 공간에서 자유롭게 놀아라'는 담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한국이 '토론이 힘든 나라'로 가고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국정원의 이러한 전략은) 사회를 이분법으로 나눈다는 점에서 주먹보다 훨씬 더 강력한 폭력이다. 새로운 권위주의 체제로 회귀하는 것 아닌가. 북한이 나쁜 나라라고 말할 수 있다면, 좋은 나라라고도 말할 수 있어야 토론이 가능하다. 좋은 나라라고 할 수 없다면, 나쁜 나라라고 할 수도 없다. 누군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해선 토론을 할 수 없다. (이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국정원은 헌법과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침해하고 있다."

토론 주제는 자연스레 '분단'이란 현실로 이어졌다. 정록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이번 사건을 두고 국정원이 왜 지금 터뜨렸는가, 내란음모죄 적용이 가능하냐 등을 말하다가도 '근데 녹취록에 나오는 모임 내용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로 다 정리된다"며 '종북' 논란 앞에선 인권과 민주주의 등을 다른 화두를 꺼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짚었다. 북한과 분단체제를 더 면밀하고 냉정하게 살펴보지 않는다면 표현의 자유 등을 말하고 실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는 "이 현실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실천할 수 있는 결론을 낸 뒤 맞서지 않으면 계속 (제 자리에서) 맴돌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보언론은 '종북' 딜레마 빠져", "진보당 대응도 문제... 반성해야"

내란예비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지난 4일 오후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굳은 표정으로 동료의원들과 함께 국회를 나서고 있다.
▲ 체포동의안 가결에 굳은 표정 짓는 이석기 의원 내란예비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지난 4일 오후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굳은 표정으로 동료의원들과 함께 국회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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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 <미디어스> 기자는 언론 역시 '종북' 논란에 갇힌 채 이석기 의원 사건을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정원이 국가보안법이 아닌 '내란음모죄'를 적용하고, 여기에 지하혁명조직 등 몇 가지 키워드가 보태지면서 굉장히 선정적인 사건이 됐다"며 "진보언론들은 '이게 무슨 혁명이냐, 간첩이냐'고 하면 '너는 종북이다'라고 들어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었다"고 말했다. 공안사건 특성상 국정원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한몫했다.

김 기자는 이제라도 "국정원이 이 사건을 터뜨린 시기, 녹취록과 감청 등의 법률적 문제, 표현의 자유 등을 차분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면서도 "언론이 이 문제를 끌고 갈 수 있을지 회의가 든다"고 걱정했다.

"왜 국정원이 '내란음모죄 혐의로 공소권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란 이야기가 있는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진행했을까? '이 사건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고, 우리에게 유리한 매체가 많은데다 진보진영은 분열한 상황이다'란 자신감이 있는 것이다. 이 '기울어진 공론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번 일은 권력이 만들어낸 모든 사건에 영향을 미친다."

김민웅 교수는 "진보당도 이번에 철저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진보당이 '녹취록은 날조, 5월 모임에서 오고간 이야기는 농담' 등이라고 해명하면서 오히려 대중이 등을 돌리고, 시민사회가 대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말이었다. 그는 "이정희 대표가 '농담으로 할 얘기가 아니었죠'라고 질타하고, 국민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는 게 맞았다"며 "당 내부에서도 매섭게 이런 문제를 제기하고,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회가 서둘러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면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에 있어서 (범죄 여부를 확증하는 데에 필요한) 원칙을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 중간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 소식이 알려졌다. 사회를 맡은 박래군 '인권중심 사람' 소장은 "우려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국정원에게 주도권을 뺏기고, 계속 끌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청중은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원이 아닌 모든 사람은 적이 되는 체제, 총과 칼만 안 들었을 뿐 사실상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사회"라며 "파시즘이 도래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태그:#이석기,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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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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