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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 둘째가 갑자기 부담으로 다가오네요."

무상보육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으면서, 부모들의 불안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결국 빚을 내어 무상보육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결정도 단기 효과로 그칠 수밖에 없다. 지금의 무상보육 중단 위기를 6개월 뒤로 연장했을 뿐이다.

무상보육 중단, 6개월 뒤로 연장했을 뿐

박원순 서울시장이 5일 오후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단위기에 처한 "0~5세 우리 아이들 무상보육을 위해 서울시가 지방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 정부의 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기재부장관은 만남조차 허락하지 않았다"며 "돈이 없어 쩔쩔 매고 추경은 커녕 감추경이라도 해야 하는 어려운 사정을 뻔히 알면서 추경하면 돈 주겠다는 중앙정부의 태도에 서울시는 커다란 절망의 벽을 느꼈다. 서울시가 이 정도인데, 말도 못한 채 끙끙 앓고 있는 다른 시,도 지자체들의 심정은 오죽하겠냐"며 정부의 태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 박원순 "빚내서라도 무상보육 책임지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5일 오후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단위기에 처한 "0~5세 우리 아이들 무상보육을 위해 서울시가 지방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 정부의 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기재부장관은 만남조차 허락하지 않았다"며 "돈이 없어 쩔쩔 매고 추경은 커녕 감추경이라도 해야 하는 어려운 사정을 뻔히 알면서 추경하면 돈 주겠다는 중앙정부의 태도에 서울시는 커다란 절망의 벽을 느꼈다. 서울시가 이 정도인데, 말도 못한 채 끙끙 앓고 있는 다른 시,도 지자체들의 심정은 오죽하겠냐"며 정부의 태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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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어려운 결단에도, 내년을 장담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서울시는 올해 부족한 무상보육 재원 3700억원 중 2000억 원을 지방채로 발행하고, 정부로부터 1350억원을 지원받아 중단 없이 이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무상보육 광고, 이어진 새누리당의 서울시 고발 등 일련의 논란에도, 무상보육 재원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최근 현오석 부총리가 국고보조율을 개정안의 40%가 아닌 30%로 제의했으나, 서울시는 원안을 고수하면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따져보면, 지자체의 무상보육 재정 문제는 정치권의 무책임에서 비롯되었다. 시작부터가 그렇다. 새누리당이 총선을 앞두고 2011년 연말에 만0-2세 무상보육 안을 급작스럽게 통과시키면서 촉발되었다. 준비되지 않은 무상보육 공약에, 예상치 못하게 늘어난 보육 수요가 더해지면서 지자체의 재정 압박은 커지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무상보육 중단 책임론에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 역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엄연히 무상보육은 재정 책임까지 포함해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이 국민 앞에 한 약속이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은 '국가 책임 보육'을 내걸며, 무상보육을 전면에 내세웠다.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 공약집 "워킹맘이 당당해집니다"를 통해 ▲만0-5세 보육비 지원, ▲5세 누리과정 교육단가 현실화, ▲만0-5세 전 계층에 양육비 지원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최정은, "무상보육의 한계와 정당별 정책 평가", 새사연 브리핑, 2012.4.6). 박 대통령 역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대선 기치로, 보육료지원과 양육수당을 약속했다.

그러나 무상보육을 둘러싸고 당 안팎에서의 불협화음과 공약을 현실화할 재원 마련은 명확치 않아 실현 가능성 면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한계들로 인해 무상보육 공약의 진정성 면에서 의심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은 지난해 이명박 정부의 무상보육 중단 사태를 크게 비판하면서, 동시에 재정 마련을 자신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직후 대전을 방문해 이 같은 말을 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가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소득과 관계없이 보육료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것으로 이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양육비와 보육비 둘 중에 하나를 지원하기로 한 것도 재정을 계산해서 자신 있게 내놓은 정책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안심해도 된다"고 설명했다(<베이비뉴스> "대선주자 박근혜의 아이 부모 공약은?" 2012.7.16).

대선을 앞둔 새누리당의 대응도 민첩했다. 무상보육 중단에 박 대통령의 책임론이 일자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런 상황까지 간데 대해 정부가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하루빨리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아야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국회, 무상보육 재앙 불러놓고 정부 탓", 2012.7.8)

정부와 여당 태도 돌변, '무책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012년 9월 25일 강원도 양구군 동면 월운리 21사단 유해발굴현장을 둘러보고 나서 여군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박근혜 대선 후보는 이날 정부가 '0∼2세 유아에 대한 전면 무상보육' 정책을 폐기한다고 밝히자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약속한 대로 지켜져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012년 9월 25일 강원도 양구군 동면 월운리 21사단 유해발굴현장을 둘러보고 나서 여군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박근혜 대선 후보는 이날 정부가 '0∼2세 유아에 대한 전면 무상보육' 정책을 폐기한다고 밝히자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약속한 대로 지켜져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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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은 무상보육을 약속하면서 선별 복지를 해온 이명박 정부와도 분명히 선을 그었다. 동시에 이반된 2030세대들의 민심도 끌어오면서 정권 재창출에도 덕을 본 측면이 있다.    

그런데 새 정부의 태도는 어떤가? 올해 무상보육 사태에 임하는 여당과 정부의 태도는 지난해와 180도 다르다. 무상보육을 책임지겠다던 정부와 새누리당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서울시가 정부의 재정 책임을 높여달라고 하자 오히려 서울시 책임으로 전가하며, 박원순 시장 때리기에만 바쁘다.

이번 사건을 통해 선거 때만 진정성을 강조하고, 이후로는 나몰라하는 현 정부의 무책임성만 드러났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면 누가 정부를 믿겠는가. 정부와 여당은 서울시와의 정쟁을 멈추고, 사안의 본질에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재원 마련보다는 아예 무상보육 중단을 제안해 또다른 파장을 낳고 있다. 심 의원은 무상보육을 소득하위 70%이하로 후퇴시키고,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이용을 제한하자고 했다.(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주요내용 보도자료, 2013.9.9).

여당과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를 하겠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이 같은 파열음은 계속 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바라는 신뢰의 정치는 약속한 공약을 이행하고, 잘못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최정은 새사연 연구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이 기사는 새사연(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무상보육, #새누리당,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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