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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측이 강연장 대관을 불허해 논란이 됐던 '표창원·박주민 초청 캠퍼스 순회강연회'가 9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성북구 고려대 학생회관앞 야외 민주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되고 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정의'를 설명하며 고려대의 교훈을 언급하고 있다.
▲ "고려대의 진리,자유,정의를 교훈으로 하고있다" 고려대 측이 강연장 대관을 불허해 논란이 됐던 '표창원·박주민 초청 캠퍼스 순회강연회'가 9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성북구 고려대 학생회관앞 야외 민주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되고 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정의'를 설명하며 고려대의 교훈을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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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9일 오후 9시 58분]

"오히려 강연 소식이 더 많이 알려져 이렇게 기자도 많이 오고, 저희로선 고맙죠(웃음)."

'강연자의 편향성'을 이유로 고려대 측이 강연장 대관을 불허해 논란이 됐던 '표창원·박주민 초청 캠퍼스 순회강연회'가 예정대로 9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열렸다. 강연 장소만 실내인 4·18기념관에서 야외에 있는 민주광장으로 바뀌었다.

고려대의 대관 불허와 관련해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이번 대관 불허는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방해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며 "고려대가 그런 멍에를 뒤집어 쓴 게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강연자의 편향성을 두고는 이솝우화의 '사자와 아이'의 이야기를 빌어 고려대를 비판했다.

"돈 많은 부자가 '아이를 낳으면 사자를 조심해야 한다'는 점쟁이의 말을 듣고 아이를 가둬놓고 길렀다. 그러나 아이는 답답함에 벽에 있는 사자 그림을 손으로 때리다 가시에 찔려 파상풍으로 죽고 말았다. 고려대가 학생을 정말 아끼고 사랑한다면 저처럼 극단적이고 편향적인 사람의 말도 듣고 비판할 수 있게 해줘야지, 가둬놓기만 하면 우화의 아이와 부자처럼 모두를 불행하게 하는 것이다."

이날 강연엔 학생과 시민을 포함해 200여명이 모였으며, 취재진도 30여명이 참석했다. 

9일 오후 고려대 학생회관앞 민주광장에서 '표창원·박주민 초청 캠퍼스 순회강연회'가 열리고 있다.
▲ "인간의 뇌는 정의롭게 살때 행복하게 한다" 9일 오후 고려대 학생회관앞 민주광장에서 '표창원·박주민 초청 캠퍼스 순회강연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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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원세훈의 매카시즘 광풍, 보수·진보 전쟁 일으켜"

'국정원 사건을 통해 진실과 정의를 말하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강연회에서 표 전 교수는 고려대 교훈인 자유, 정의, 진리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자유'와 관련해서 그는 "목적이 좋다고 해서 모든 수단이 다 허용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1950년대 미국의 '매카시즘'을 설명한 표 전 교수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공산주의로부터 자유를 지키겠다는 목적을 갖고 활동한 4년, 그 매카시즘 광풍의 끝은 대한민국이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져 전쟁을 하고 있는 모습을 남겼다"며 "자유를 지키고 싶다면 자유의 범위 내에서 방법과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를 포함한 일련의 사태를 두고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자유에 대한 인식의 미성숙"을 들어 비판했다. 표 전 교수는 "이 의원은 자신의 생각을 생각으로만 머물지 않고 현행법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표출했다"면서도 "다만 그 정도를 두고 법적인 쟁점이 발생할텐데 이 의원은 이미 내란범으로 몰려 여론재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의원을 지지하거나 (이 의원의 죄를 두고 벌어지는) 법적인 쟁점, 절차를 이야기하면 종북세력으로 의심받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들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정의'와 관련해서는 이번 국정원 사건을 수사한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예로 들며 "권 과장과 반대로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14명의 서울경찰청 직원들은 왜 한 명도 옳은 말을 하지 못했을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표 전 교수는 "우리 사회는 어려서부터 '나서지 마라',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등의 교육을 하고 실제로 이를 경험하게 해 준다"라며 "우리 사회가 정의롭지 않은 이유는 살아오는 과정 중 받게 된 교육, 훈련, 경험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뇌의 선조체라는 곳을 자극하면 기쁨을 느끼는데 모든 인간의 선조체가 공통적으로 반응하는 조건이 바로 공정하다, 혹은 정의롭다는 느낌이다. 이것이 곧 인간의 본성이다"라며 "과거 학습과 우리에게 강요된 교육의 한계를 벗어던질 때 인간으로서의 본성을 되찾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표 전 교수는 '진리'를 두고는 "무작정 믿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에 진리를 두고 한 종교인과 토론을 한 적이 있는데 결국 마지막엔 나를 마음이 닫힌 자로 규정하고 진리는 의심하고 비판하는 게 아니라더라"며 "진리를 찾기 위해서 우리는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고, 비판·토론·논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화면발'에 반대하는 게 국정원 역할?"

 '강연자의 편향성'을 이유로 고려대 측이 강연장 대관을 불허해 논란이 됐던 '표창원·박주민 초청 캠퍼스 순회강연회'가 예정대로 9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성북구 고려대 민주광장에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강의에 앞서 박주민 민변 변호사가 강의가 열렸다.
 '강연자의 편향성'을 이유로 고려대 측이 강연장 대관을 불허해 논란이 됐던 '표창원·박주민 초청 캠퍼스 순회강연회'가 예정대로 9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성북구 고려대 민주광장에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강의에 앞서 박주민 민변 변호사가 강의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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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전 교수에 앞서 강연을 한 박주민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처장은 "국정원은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침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이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 과정에 영향을 미쳤고, 권력을 감시·비판하려는 국민의 활동에 지속적으로 개입해 방해했다"며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정원의 활동이 정상적 대북 활동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검찰 조사로 밝혀진 그 활동을 보면 '문재인 후보의 얼굴이 텔레비전 화면에 잘 받는다'라는 글에 '반대'를 누르는 행위 같은 것이다"라며 "'문재인의 화면발'이 어떻게 북한의 위협과 관련이 되고 국정원의 업무라 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강연 말미엔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자신을 '전직 일베충'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도 그리고 지금 여기 와 있는 사람도 모두 애국자라고 생각한다"며 "싸움으로 보기보다 정쟁이나 협동으로 보면 좋지 않겠나"고 물었다.

이에 표 전 교수는 "상당히 의미 있는 이야기이지만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의 경우엔 자신이 했던 일을 부인하고 있다"며 "이는 자신이 한 행동을 정당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이어 "자신들이 국가를 위해 한 일이라면 지금이라도 '대한민국의 반은 종북이라고 확신에 차 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국민도 방법은 낡았고, 시대착오적이지만 의도는 순수하고 애국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질문을 한 학생은 표 전 교수의 답변을 듣지 않고 곧장 강연장을 떠나 표 전 교수와 청중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자신을 '전직 일베충(일간베스트 회원)'으로 밝힌 한 학생이 자신의 주장을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앞에서 펼치고 있다.
▲ "저는 전직 일베충입니다" 자신을 '전직 일베충(일간베스트 회원)'으로 밝힌 한 학생이 자신의 주장을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앞에서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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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민주광장에서 열린'표창원·박주민 초청 캠퍼스 순회강연회' 질의 응답 시간 중 자신을 '전직 일베충(일간베스트 회원)'으로 밝힌 한 학생이, 자신의 주장을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앞에서 밝힌 뒤 대답을 듣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표 전 교수는 "대답을 해주겠다"고 하였으나. 해당 학생은 손을 들어보이기만 했다.
▲ 표 교수 답변 듣지 않고 떠나는 '전 일베 회원' 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민주광장에서 열린'표창원·박주민 초청 캠퍼스 순회강연회' 질의 응답 시간 중 자신을 '전직 일베충(일간베스트 회원)'으로 밝힌 한 학생이, 자신의 주장을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앞에서 밝힌 뒤 대답을 듣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표 전 교수는 "대답을 해주겠다"고 하였으나. 해당 학생은 손을 들어보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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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최예성(임상병리학과)씨의 "대학생의 입장에서 정의를 위해 어떤 것부터 실천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박 처장은 "2차대전 유태인 학살 후 그것을 분석한 한나 아렌트라는 철학자는 '악의 평범성'을 설명했다"며 "사고하지 않는 게으름을 악의 원천으로 꼽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생각하는대로 사는 게 아니라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며 "어른·학교·정부가 가르치는 주어진 현실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고민하고 탐구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라"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강연회를 주최한 고려대 정경대·이과대 학생회는 강연 시작 전 '고려대의 강연회 개최 불허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위협하는 행동을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고려대 정경대학, 이과대학 학생회 학생들이 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강연 내용에 대한 판단은 학생이!" 고려대 정경대학, 이과대학 학생회 학생들이 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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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정경대·이과대 학생회, '깅연회 개최 불허 규탄 기자회견' 전문

고려대학교 당국의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 시국강연회 개최 불허를 규탄한다

지난 여름방학부터 국정원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태를 비판하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활동해 온 이과대, 정경대 학생회 등 단체에서는 개강 이후 국정원 사태를 학우들에게 알려내기 위해 강연회를 준비하였습니다. 참여연대 측과 협의하여 표창우너 전 경찰대 교수와 민변에서 활동해 온 박주민 변호사를 섭외하여 9월 9일 "국정원 사건을 통해 진실과 정의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하기로 하였습니다.

학생들은 8월 30일 "시국강연회" 개최를 사용 목적으로 하여 학생처를 통해 4·18기념관 소강당 공간 예약을 정상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9월 4일 수요일 학생처 관계자로부터 장소를 불허한다는 전화통보를 받게 되었습니다. 대학 내에서 정치적 성향을 띄는 행사는 불허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는 점과 외부단체가 관여된 행사이므로 허가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당일 행사를 학생들이 강행할 경우 행사장소의 문을 잠가 놓겠다", "(대관해 줄 수 있는) 여지는 없다"는 등 일방적인 불허방침을 전달받아야 했습니다.

국정원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태는 여야가 합의하여 국정조사를 진행할 정도로 전 국민이 공감하고 있는 중대한 사회적 문제입니다.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가 위협받은 국정원 사태에 대해 학내에서 관련 행사를 하는 것에 대해 정치적 성향을 띄는 행사는 허가할 수 없다며 장소 대관을 취소하는 것은 명백한 학생자치 탄압입니다. 오히려 처음에는 아무 문제 없다고 강당 대관을 허가해 놓고 갑작스레 불허하는 모습이 석연치 않습니다.

학교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자치활동을 위협하는 행동을 중단하십시오.

학생들의 활동에 대해 학생처 직원 혹은 학교 당국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개최를 불허하느 stlr의 일이 반복된다면 학생자치가 위협받는 것은 물론 진리의 상아탑인 대하게서 학생들이 접할 수 있는 학문과 사상의 자유도 계속해서 축소될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책임 잇는 논의의 자리를 공식적으로 요청합니다. 학내 공간사용 기준 및 자치활동 보장에 관한 학생처장과의 공개면담을 제안합니다. 학교 측의 빠른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우리들은 이승만 정권의 3·15부정선거에 맞서 4월 18일 거리로 나섰던 선배님들을 따라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데 앞장 서 나갈 것입니다. 국정원 대선개입, 여론조작사태의 진실에 대해 더 많은 학생드로가 고민할 수 있도록 4·18기념관 소강당으로 예정되었던 강연회를 민주광장 야외 강연으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2013년 9월 9일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학생회, 이과대학 학생회



태그:#표창원, #박주민, #국정원, #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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