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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역에서 31일 오전 서울로 향하던 KTX 열차와 무궁화호 열차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경부선이 전면 통제됐다.
▲ 대구역 KTX-무궁화호 추돌사고 대구역에서 31일 오전 서울로 향하던 KTX 열차와 무궁화호 열차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경부선이 전면 통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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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전 대구역에서 발생한 KTX 열차와 무궁화호 열차의 추돌로 인한 탈선사고의 원인으로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출발신호를 확인하지 않고 출발한 기관사와 여객전무의 과실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코레일 등에 따르면 무궁화호 기관사는 KTX 신호등을 무궁화호 신호등으로 착각해 출발했고 여객전무는 신호기를 잘못 보고 출발 무전을 보냈다는 것이다. 이어 대구역 관제실의 관제사는 후속 열차를 대피시켜야 하는데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철도노조는 이미 예견된 사고였다고 주장했다. 2일 낮 철도노조 대구지부 사무실에서 만난 최익수 대구지부장은 "코레일이 민영화를 위해 구조조정을 하면서 철도의 사고는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기관사와 여객전무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최 지부장은 "과거에는 기관사와 보조기관사 2명이 탑승해 운행하면서 기관사가 실수하면 부기관사가 판단해 안전운전을 했지만 지금은 기관사 혼자 승무하기 때문에 실수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혼자서 신호를 확인하고 무전을 받고 스스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실수할 가능성이 더욱 많아진다는 것이다.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불과 몇 초 단위이기 때문에 운행하다가 정차해야겠다고 마음먹고도 역을 지나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최 지부장은 이어 철도 민영화가 된다면 이번 사고와 같은 대형사고가 더욱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민간업자는 수익을 더욱 챙겨가려 할 것이고 안전에 대한 투자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력이 더욱 줄어든다면 국민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철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코레일 안전불감증·인력감축·순환인사가 이번 사건 원인"

민주노총 철도운수노조 최익수 대구지부장
 민주노총 철도운수노조 최익수 대구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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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최익수 대구지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대구역에서의 열차 추돌사고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무궁화호 열차를 운행한 기관사와 여객전무의 실수 때문이기는 하지만 코레일의 안전불감증과 업무효율화를 빌미로 한 인력감축, 무리한 순환인사가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원인이다. 과거에는 기관사가 2명 탔다. 기관사가 실수하더라도 보조기관사가 판단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혼자 승무하다보니 실수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기관사는 달리면서 무전도 받아야 되고 신호도 봐야 하는데 이번 사고때와 같이 비상상황이 생기면 당황하게 된다."

- 국토부와 코레일은 기관사와 여객전무의 실수로 보고 있다.
"구조나 시스템의 문제가 더 크다. 여객전무가 과거에 경험이 잇었다고는 하지만 7~8년 동안 다른 업무를 보았고 이번 순환근무를 시키면서 제대로 교육을 받지 않았다. 여객전무는 최소한 50시간에서 100시간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이번에 교체근무로 탑승한 여객전무는 불과 5시간에서 10시간 정도의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안다.

자격은 되지만 숙련도가 떨어지고 경험이 없어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 조합에서는 열차와 역의 순환근무는 위험하다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공사에서는 노조의 문제제기를 무시했다. 수백 명을 태운 열차에 경험이 없는 사람을 여객전무로 태운 것은 실수다."

- 철도운행 매뉴얼이 있지 않나?
"여객전무는 승객의 승하차를 확인하고 신호기의 출발신호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기관사에게 출발신호를 보내도록 되어 있다. 기관사는 여객전무의 무전을 받고 출발 신호기를 확인한 후 열차를 출발시킨다. 하지만 여객전무가 경험이 없다보니 출발 신호기를 보지 못하고 출발신호를 보낸 것이다. 여객전무가 실수하더라도 기관사가 2명이었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 신호기의 문제는 없었는지.
"KTX가 출발하는 주신호기와 무궁화호가 출발하는 보조신호기가 있는데 기관사들은 실수할 우려가 거의 없기 때문에 신호기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호기는 컴퓨터에서 전자연동해 내보내기 때문에 시스템 오류는 아니다. 하지만 로컬 관제원이 혼자 근무하기 때문에 상·하행선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보지 못해 하행선 KTX가 추돌하는 사고를 막지 못했다."

"열차승무를 단순업무로 보고 충분한 교육 없이 순환근무 시켰다"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동대구역에서 철도민영화 반대 현수막을 들고 시민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동대구역에서 철도민영화 반대 현수막을 들고 시민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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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레일 측은 노조에서 '법정휴일 지키기'를 지시해 어쩔 수 없이 여객전무를 순환근무 시켰다고 하는데.
"코레일 측이 '업무효율화 방안'에 따라 구조조정을 가속화해 인력을 줄이다보니 열차승무원은 항상 초과근무를 해왔다. 노조에서는 조합원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근무할 수 있도록 초과근무를 하지 말자고 했다. 하지만 공사가 열차승무를 단순업무로 보고 충분한 교육을 시키지 않은 채 순환근무를 시킨 게 문제다. 코레일은 오는 2015년까지 여객승무원을 외주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여객승무원은 단순 업무가 아닌 전문적인 업무이다."

- 인력감축이 이번 사고의 주 원인이라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사고를 낸 기관사나 여객전무가 아니라 정부나 정책입안자들이 잘못한 인재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고 실수할 수 있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인력충원이 필요하고 교육과 휴식이 필요하다. 안전시설을 개선하고 교육이 필요한데 개인한테 제대로 하라고만 하고 책임을 물으려 한다. 이게 다 철도 민영화를 위해 효율성만을 강조하다보니 생긴 사고다."

-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민영화가 진행되면 이번 대구역 사고와 같은 사고가 더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민영화를 통해 효율성을 강조하지만 수익에만 눈이 멀어 인력을 더욱 감축할 것이고 안전에 대한 투자는 더욱 줄일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철도 민영화를 통해 수익을 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 국민들은 철도 민영화가 되면 요금이 더욱 내려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처음에는 낮은 요금을 제시하겠지만 나중에는 요금인상이 기정사실이다. 영국도 민영화로 인해 철도요금이 4배나 올랐다. 민영화가 되어 요금 절감과 효율성만을 내세우게 되면 민간업자는 수익을 가져갈 수 있겠지만 국민들은 더 불안한 철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대구역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시민단체가 철도민영화 반대서명을 받고 있는 모습.
 동대구역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시민단체가 철도민영화 반대서명을 받고 있는 모습.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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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구역 열차사고, #최익수 철도노조 대구지부장, #철도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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