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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창규씨.
 선창규씨.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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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속여 유통한 혐의로 기소된 선창규(54)씨에게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등법원은 30일 오전 11시에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광우병 우려 미국산 쇠고기 유통 혐의와 1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금품수수 등 배임수재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광우병 우려 쇠고기 유통 관련 혐의에만 무죄를 선고했던 1심 판결에서 더 나아가 금전요구와 금품수수 의혹 등 배임수재 혐의에까지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선씨의 조세포탈 혐의만은  인정했다. 이에 따라 형량은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에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으로 낮아졌다. 다만 벌금 40억 원은 그대로 유지됐다. 

증거수집 절차 위법한데도 조세포탈 혐의 인정?

지난 2009년 2월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석우)는 SRM(광우병 위험물질)의 함유 가능성이 있어 폐기 명령을 받은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둔갑시켜 시중에 유통시킨 혐의(축산물가공처리법 위반)로 선씨를 체포한 뒤 구속기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10월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12부(부장판사 김용관)는 "선씨가 판매한 미국산 LA갈비에 광우병 우려 물질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유통기한을 넘겨서 판매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일부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광우병 우려 미국산 쇠고기 유통 혐의와 관련한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기각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 결과로만 보면, 검찰이 광우병 쇠고기 국면을 이용해 무리하게 '실적 쌓기용 수사'를 벌였음이 확인됐다. 게다가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판결을 내린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선씨는 광우병 우려 쇠고기 유통과는 전혀 관련없는 조세포탈 혐의에만 유죄를 선고받게 됐다.   

특히 선씨는 재판과정에서 "저를 구속시킨 뒤 아무런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검사가 '쇠고기 둔갑 유통 사실만 자백하면 다른 건들은 모두 빼주고 과세자료를 국세청에 넘기지 않겠다'고 자백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수사검사가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 유통 사실을 자백하면 세무조사는 면제해주겠다"고 선씨에게 플리바기닝(자백감형제도)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사의 플리바기닝을 거부한 결과는 벌금 40억 원을 포함한 120억 원의 세금 폭탄으로 돌아왔다. 1심과 2심에서도 모두 선씨의 조세포탈혐의만은 유죄로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선씨가 운영하는 사업단은 장수축협과는 별도로 운영되는 중간 가공업체이고 연간 25억 원의 소득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장수축협에서 소득이 발생한 것처럼 꾸몄다"며 "이를 통해 장기간 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아 종합소득세 포탈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선씨가 제기한 플리바기닝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공소권 남용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소권 남용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이 인정되려면 직무상 과실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미필적으로라도 공소를 제기한 검사에게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하는데 그 검사에게 그런 의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세포탈 혐의와 관련한) 압수수색 절차가 잘못됐다"며 검찰이 조세포탈 혐의와 관련한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저질렀음을 인정해 눈길을 끌었다. 재판부는 "압수수색을 통해 수집한 증거는 압수수색 대상이 아니었고, 압수수색 장소와 집행장소가 맞지 않았고, 압수목록 교부절차도 잘못됐다"며 "그것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렇게 검찰이 위법한 절차를 통해 증거를 수집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선씨의 조세포탈 혐의를 인정함으로써 '모순된 판결'이라는 오점을 남겼다. 이후 진행될 대법원의 상고심 결과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선씨 "당시 수사검사 등을 상대로 법적 책임 묻겠다"

선고공판이 끝난 뒤 선씨는 "지난 2009년 2월 광우병 우려 쇠고기 유통과 배임수재로 체포된 뒤 구속돼 6개월여간 옥살이를 했다"며 "그런데 그 옥살이를 시킨 혐의는 다 무죄를 받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선씨는 "검찰은 증거도 없이 잡아다가 혐의를 입증할 수 없으니까 다른 건(탈세혐의)을 털어서 죄를 뒤집어 씌웠다"며 "그러는 과정에서 한 가족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는데 그 책임을 누구한테 물어야 하나?"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특히 선씨는 "저를 광우병 우려 쇠고기 유통 혐의로 구속한 검사를 정말 용서할 수 없다"며 "수사검사 등을 상대로 법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김석우 부장검사와 이상억 검사는 각각 현재 법무연수원 교수와 부산지검 형사5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선씨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조세포탈 혐의가 인정된 것과 관련해 "장수축협과 짜고 이중장부 작성 등을 통해 계획적으로 탈세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그와 관련해서는 상고심에서 다시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말했다.

선씨는 "세금을 내지 않은 부분과 관련해서는 국세청이 우리의 전 재산을 압류해 거둬가고 있다"며 "그런데도 40억 원의 벌금형을 준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하소연했다.


태그:#선창규,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김석우, #이상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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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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