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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시 '8·29 반핵투쟁'이 29일로 20주년을 맞았다. 삼척 시민들은 이날을 기념해 강원도 삼척시 삼척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 정부에 "삼척 시민은 핵발전소 건설에 결사반대한다"며 "정부의 원전 확대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삼척 시민들은 이날을 매우 착잡한 심정으로 맞이했다. 20여 년 전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막아내기 위해 벌였던 반핵투쟁을,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결국 이날 반핵투쟁 의지를 다시 한 번 더 다질 수밖에 없었다.

삼척 시민들에게 8월 29일은 무척 중요한 날이다. 삼척시 근덕면민들은 20년 전인 1993년 8월 29일, 삼척시가 생긴 이래로 가장 큰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 근덕면민이 주체가 돼, 정부가 근덕면 일대에 핵발전소를 건설하려던 계획에 반기를 든 것이다.

그날 이후 핵발전소 반대 운동에 삼척 시민 전체가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 운동에는 공무원들까지 가세했다. 그 기세에 정부는 결국 1998년 12월 삼척에 핵발전소를 건설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하지만 완전히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는 원전 확대 정책을 내세우며, 2010년 삼척시장과 손잡고 삼척에 핵발전소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다시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과거 삼척 시민들이 하나가 돼 핵 반대 운동을 일으켰던 역사는 간단히 무시했다. 반핵투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8월 29일 삼척우체국에서 개최된 '8.29반핵투쟁' 20주년 기념 기자회견. 삼척 시민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집단 1인시위를 벌였다.
 8월 29일 삼척우체국에서 개최된 '8.29반핵투쟁' 20주년 기념 기자회견. 삼척 시민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집단 1인시위를 벌였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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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시민, "핵발전소 예정구역 고시 즉각 해제하라"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아래 핵반투위)는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의 선배들이 핵 망령을 삼척에서 두 번이나 물리쳤듯이 20년 반핵투쟁의 종지부를 찍고 거짓과 위선으로 삼척 시민들을 우롱한 위정자들을 반드시 심판하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핵반투위는 "(박근혜 정부가) 만약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우리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훨씬 더 강도 높고 더 강화된 투쟁을 통하여 우리의 의지를 관철시키겠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

그리고 "(지난 1993년부터 1998년까지) 5년간은 근덕면민과 삼척시민들의 눈물과 한숨, 땀과 피로 핵 없는 삼척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고귀한 투쟁의 시간이었다"며, "안전한 삼척, 핵 없는 삼척이 우리들의 목표이고 꿈"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핵반투위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박근혜 정부와 삼척시에 ▲ 핵발전소 예정구역 고시를 즉각 해제할 것 ▲ 탈핵으로 가기 위한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할 것 ▲ 삼척시장과 삼척시의회는 주민투표 약속을 즉각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8월 29일 삼척우체국에서 개최된 '8.29반핵투쟁' 20주년 기념 기자회견.
 8월 29일 삼척우체국에서 개최된 '8.29반핵투쟁' 20주년 기념 기자회견.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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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시민, "핵발전소 반대, 삼척시민들과 연대할 것"

8·29 반핵투쟁 20주년을 맞아, 동해 시민들도 핵발전소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핵없는 세상을 위한 동해시민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삼척 시민들의 핵발전소 반대 투쟁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며 연대할 것"을 밝혔다.

공동행동은 29일 성명서를 통해 "(삼척핵발전소 건설은) 단지 삼척의 문제가 아닌 가까운 이웃 동해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삼척 시민들과 함께 연대해 삼척에서 강행되는 핵발전소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함께 해 나갈 것"을 결의했다.

공동행동은 성명서에서 "동해안 지역 민의를 외면한 채 추진 중인 삼척핵발전소 건설은 (고리·울진 등에 들어선 핵발전소와 함께) 우리나라 청정 지역인 동해안을 세계 최대 핵발전소 밀집 단지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동행동은 박근혜 정부에 ▲ 삼척핵발전소 예정 구역 지정 고시를 철회할 것 ▲ 원전 비리를 철저히 규명하고 노후 원전 철거를 단행할 것 ▲ 핵발전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중단하고 신재생 에너지에 과감한 투자를 실행할 것을 요구했다.

1990년대 핵발전소 건설 시도를 물리친 뒤 삼척시민들이 1999년 근덕면 덕산해수욕장 입구 8.29공원에 세운 '원전백지화기념탑'과 원전백지화 기념비'.
 1990년대 핵발전소 건설 시도를 물리친 뒤 삼척시민들이 1999년 근덕면 덕산해수욕장 입구 8.29공원에 세운 '원전백지화기념탑'과 원전백지화 기념비'.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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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동안 3차례에 걸쳐 거듭된 핵 반대 운동

삼척 시민들의 핵 반대 운동은 그 역사가 매우 깊다. 정부는 1982년 1월 근덕면 덕산리 일대를 핵발전소 건설 예정지로 선정 고시하고, 1991년 3월 '덕산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정부는 근덕면민들의 반대에도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계속 밀어붙였다.

이에 근덕면민은 20년 전인 1993년 8월 29일 근덕초등학교에 모여 '핵발전소 반대 근덕면민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날의 궐기대회는 삼척시가 생긴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집회였다. 삼척시민들은 지금 이 날을 '반핵투쟁'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이후 핵발전소 반대운동은 삼척시 전체로 번졌다. 삼척 시민들은 1995년 5월 삼척시청 앞 광장에서 '원전 결사반대 범시민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후로 핵발전소 반대 운동은 계속됐다. 결국 정부는 1998년 12월 30일, 마침내 핵발전소를 건설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삼척 시민들의 핵 반대 운동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삼척 시민들은 2000년대 초에는 정부가 삼척시 내에 핵폐기물처리장을 건설하려던 계획을 물리쳤다. 그런데도 정부는 최근 삼척시 근덕면에 핵발전소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다시 추진해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12년 12월 삼척시 근덕면의 동막리와 부남리 일대를 핵발전소 건설 예정 구역으로 지정 고시했다. 현재 삼척시에서는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와 삼척환경시민연대 등의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돼서 핵발전소 건설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태그:#삼척 핵발전소, #반핵, #탈핵, #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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