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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이 26일(현지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을 부정할 수 없고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이 26일(현지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을 부정할 수 없고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고 있다.
ⓒ CNN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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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납할 수 없는 도덕적으로 추잡한 일"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이 26일(이하 현지시간) 긴급 기자회견에서 시리아의 화학무기 공격과 관련해 사용한 표현이다. 케리 장관은 지난 2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공격이 정부군에 의해 일어났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또한 오바마 정부는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수많은 증거를 갖고 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2011년 3월, 시리아 내전이 발생한 이후 2년 반 동안 미국이 내놓은 가장 강력한 수위의 '개입' 시사 발언이다. CNN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시리아 내전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개입을 피해왔다"면서 "하지만 30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화학무기 공격은 1년 전 오바마가 설정해 놓은 '금지선'을 지웠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시리아 정부를 향해 화학무기 사용은 '금지선(red line)'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시리아에서 수차례 화학무기 사용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미국은 지난해 6월 반군에 대한 지원수준을 높이는 정도의 대응밖에 하지 않았다. 지난 21일 반군과 인권단체에서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으로 민간인 1300명이 사망했다고 밝힌 이후에도 "사실관계 확인"에 방점을 찍으며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여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사상자 규모·국내외 여론 부담..."무엇이든 해야"   

미국이 이 같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스탠스를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월스트리트 저널>은 사상자의 규모가 그 중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24일 시리아에서 '신경가스 중독' 증세로 의심되는 환자가 3600여 명, 이 가운데 사망자가 355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25년 전인 1988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5000명이 넘는 쿠르드족을 살해한 이후 최대 규모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의 군사개입을 지지하는 관료들의 발언을 인용해, 만약 미국이 이번에 행동하지 않는다면 시리아 바샤드 알 아사드 정권은 화학무기 사용을 확대해도 된다는 청신호로 해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도 비슷한 신호를 줄 수 있다.

반면, 미국의 개입이 오히려 시리아 유혈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사드 정부가 또 다시 화학무기를 사용하거나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게 보복공격을 할 경우 확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미 정부가 '깊은 개입'을 꺼리는 이유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미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인 아담 시프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백악관의 신뢰성을 고려했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뭔가를 하는 비용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 부회장인 아론 데이비드 밀러는 "지금 상황은 오바마에게 시리아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피하는 기조에서 변화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개입의 목적은 아사드 체제를 전복 시키거나 시리아의 균형을 급진적으로 바꾸는 것보다는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경고하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리아 반군에는 알 카에다 연계세력이 포함돼 있다.

수일 내로 대응방식 협의... 크루즈 미사일 공격 가능성 높아

26일 기자회견에서 존 케리는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언제 대응을 할지 밝히지는 않았다. CNN은 백악관 관료들의 발언을 인용해 지상군을 투입하거나 시리아 정부군의 항공전투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것은 선택지에서 제외됐다고 전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크루즈 미사일을 통해 정부군 군사시설로 의심되는 곳을 타격하는 것이다. CNN은 "현재 지중해에 배치돼 있는 4대의 해군 구축함 중 한 곳에서 시리아 정부군 사령부 벙커와 같은 제어명령 시설이나 화학무기 운송수단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2013년 8월 23일 시리아인들이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러시아 영사관 앞에서 시리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학살에 항의하고 있다. 시리아에서는 화학무기 사용으로 어린이 등을 포함 355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8월 23일 시리아인들이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러시아 영사관 앞에서 시리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학살에 항의하고 있다. 시리아에서는 화학무기 사용으로 어린이 등을 포함 355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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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무엇을 선택하든 UN 안전보장이사회의 동의를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시리아의 동맹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공격은 시리아 지역에서 더 많은 유혈사태를 낳을 것"이라며 서구사회의 개입을 강하게 비난했다. 중국 역시 이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대신 미국은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와 같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그리고 아랍권 지역 세력인 카타르,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UAE(아랍 에미리트 연합) 등과 공동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요 외신들은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NATO의 동의를 얻으려고 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NATO는 오랫동안 시리아에 대한 개입을 반대해 왔다.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26일 "어떠한 행동도 법적으로 정당한 범위 내에서 국제 사회와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영국, 프랑스, 터키 외무장관은 미국의 군사적 행동을 지원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영국 외무 장관은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을 "잔인무도한 일"이라면서 "UN 안보리의 완전한 동의 없이도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외무 장관은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대응방식이 수일 내로 협의될 것"이라면서 "모든 옵션은 열려 있다, 내가 상상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옵션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다마스쿠스 인근 화학무기 공격 지역을 방문하고 있는 UN 조사팀은 다마스쿠스 서쪽 오마다미야 지역의 병원을 찾아 환자들과 이들을 치료한 의사들을 면담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의사로 보이는 한 남성이 조사관에게 "이것은 화학물질의 영향"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오마다미야 지역을 방문하기 전, 조사팀 차량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저격수의 총격을 받기도 했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미 정부는 이미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한 지 수일이 지났고, 그 동안 정부군의 공격이 계속됐기 때문에 이번 조사를 통해 유의미한 증거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태그:#시리아, #존 케리, #미국, #화학무기, #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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