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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정말 유난히 무더웠다. 집에만 있으면 에어컨 생각만 날 뿐 곤혹이었다. 가능하면 시원한 곳을 찾아 다녔다. 산이나 바다로 찾아 다닌 것은 물론이다. 허나 우리 가족은 조금이라도 편한(?)계곡을 선호했다. 계곡이 편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물놀이 후 굳이 씻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시우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학교에 입학하니 유치원 다닐 때보다 집에서 책임져야 할 시간이 더욱 늘었다. 유치원 다닐 때는 종일반으로 오후 5시 30분쯤에 귀가했으나 초등학교에 입학하니 1시 쯤 귀가하는 관계로 부득이 다른 곳에 맡길 수밖에 없다. 우리는 미술학원과 음악학원에 보내고 있다. 방학이 되니 시간은 더욱 많아졌다. 하루 종일 집에만 있을 수도 없고 짐을 싸 우선 출발했다.

"자 여름이다. 캠핑가자!"
"네 아빠! 우리 가족 다 같이 가요!"
아이들도 신나했다.

첫 캠핑은 아들의 유치원 친구가족과 함께 이었다. 아이들이 유치원 시절 같은 반이다 보니 부모들도 자연스럽게 친해진 터였다. 장소는 언양이었다.

"이야. 오랜만에 보니 좋네. 잘 지냈어?"
"네 정말 오랜만이네요."

어른들은 즐겁게 웃으며 세팅할 동안 아이들은 벌써 물놀이 삼매경이었다.

물미끄럼틀 타는 시우
 물미끄럼틀 타는 시우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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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을 하고 다음으로 의령에 있는 벽계 야영장으로 갔다. 이번에는 동생네랑 같이 갔다. 처음 계획은 1박2일이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자리가 한산했다. 도착해서 나름 좋은 자리를 잡고 텐트를 쳤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다시 물놀이 시작!

물놀이 하는 아이들
 물놀이 하는 아이들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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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열심히 놀아야 한다. 도시생활에 지친 아이들을 열심히 놀려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일찍 자기 때문이다.

매제와 내가 번갈아 가며 아이들과 신나게 놀고 동생이랑 와이프는 식사를 준비했다. 예상대로 저녁 10시쯤 되자 아이들은 모두 잠들었다. 간만에 가족대화. 특별한 소재는 없으나 사는 이야기, 요즘 생각, 살아왔던 이야기 등을 하며 소소한 행복을 맘껏 느꼈다.

"어머니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그쟈?"
"엄마는 바빠서 못왔다 아이가, 그래도 다음엔 꼭 엄마도 모시고 같이 오자."
"매제 오늘 정말 수고 많았어. 못하는 게 없네."
"형님 글치예, 그러니 자주 불러주시예."
"여보 밖에서 보니 더 이쁜데?"
"미친는갑다."

크게 웃는다. 간단히 술을 한 잔씩 하며 평화로움을 느꼈다. 다음날 날이 밝았고 잠도 시원하게 잘 잤다.

캠핑장의 아침
 캠핑장의 아침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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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는 일이 있어 아침에 잠시 외출을 했다. 아이들은 참 일찍도 일어난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잠자리채 들고 곤충 잡으러 다닌다. 정말 신기하다. 아이들은 어찌 밖에만 나오면, 휴일만 되면 이리도 일찍 일어나 어른들을 괴롭히는가. 아마 노는 날이어서 조금이라도 일찍 일어나서 조금이라도 더 놀고 싶다는 본능이 아닐까 한다. 어른들은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 노력하는 것 같고,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그만큼 나이를 들었다는 것 같아 새삼 슬프기도 하다.

다시 시작된 물놀이. 여름은 분명히 더운 것이 힘든 것은 사실이나 아이들에겐 천국의 계절 같다. 캠핑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아이들과 아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집에서 만나면 공부나 TV, 쇼핑 등 아이들과 대화하는 소재나 내용이 극히 제한되지만 밖에 나오면 곤충으로부터 물고기, 음식, 날씨, 아빠의 자라온 이야기, 별자리 등등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내용들은 나 또한 즐기는 것이 사실이다. 밤이 되어 불꽃놀이를 했다.

불꽃놀이를 하는 시우
 불꽃놀이를 하는 시우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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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입장에선 좀 유치하지만 아이들은 정말 신나한다. 이 날은 불꽃놀이후 딸아이 손을 잡고 둘이서 데이트를 했다. 참고로 딸아이는 5살이다.

"아빠, 나는 아빠 좋아."
"그래? 아빠도 시연이가 너무 좋아."
"엄마도 좋아."
"그렇치 엄마도 좋지. 시연이는 엄마가 싫을 때도 있어?"
"엄마가 소리치면 엑스(X)야."

나 혼자 속으로 웃는다.
"그럼 엄마는 어떻게 하면 될까?"
"작게 말하면 돼."

이런게 행복인가? 귀엽다. 술을 한잔 하니 시우가 와서 두려운 표정으로 말한다.

"아빠! 아빠 얼굴이 너무 빨개요. 아이언맨으로 변신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 아빠 변신해 볼까?"

너무 진지하게 말해서 다 같이 크게 웃었다.

저녁을 준비하는 매제
 저녁을 준비하는 매제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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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은 분명히 몸이 번거롭고 불편한 것임은 틀림없다. 가기 전엔 몇 번을 고민하지만 가서는 후회해 본 적이 없다. 집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불편하면 불편할수록 가족이 가까워지고 혼자가 아님을 느낄 수 있다.

나의 존재 이유 또한 느낄 수 있다. 상상해보라. 모두 잠든 10시, 옅은 가스랜턴 불빛하나에 적당한 음식과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불을 지피며 대화하는 모습을... 게다가 귀뚜라미 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는 덤이지 않는가.

캠핑장의 밤은 이렇게 깊어간다.

덧붙이는 글 | 공모-길에 두고 온 야한 이야기.



태그:#공모,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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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보다는 협력, 나보다는 우리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책과 사람을 좋아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일의 걱정이 아닌 행복한 지금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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