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는 9월 7일 청계천 광통교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김조광수-김승환 동성커플이 22일 오전 국회앞에서 결혼식 청첩장을 들고 있다.
▲ 국회의원 초청하는 김조광수-김승환 예비부부 오는 9월 7일 청계천 광통교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김조광수-김승환 동성커플이 22일 오전 국회앞에서 결혼식 청첩장을 들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저도 이효리씨처럼 가족들과 조촐하게 (결혼식)하고 여행 가고 싶어요."

22일 오전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 인터뷰를 마친 영화감독 김조광수씨가 자신과 같은 모양의 줄무늬 티셔츠를 맞춰 입은 영화제작자 김승환씨를 바라봤다. 그들은 9월 7일 서울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 결혼하는 '예비부부'다. 이날 두 사람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여섯 빛깔 무지개가 그려진 현수막을 들고 자신들의 결혼식에 국회의원 300명 모두를 초청한다고 발표했다. 또 인권단체 관계자 10명과 함께 국회에 성소수자 인권 입법과제를 빨리 실현하라고 요구했다.

국회 정문 앞에는 다른 현수막을 든 사람들도 있었다.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씨의 공개 결혼식과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반대한다는 '차별금지법 반대 국민연대' 회원 약 30명이었다. 이 단체가 더 큰 음향기기를 준비해온 터라 김 감독 쪽 기자회견을 찾은 취재진은 여느 기자회견보다 귀를 쫑긋 세우고 말을 들어야 했다.

김 감독은 그들을 가리켜 "정말 예의 없는 사람들"이라며 "우리가 기자회견 한다는 걸 빤히 알면서도 더 큰 앰프를 가져와 훼방을 놨다"고 비판했다. 김승환씨는 "저들은 자신감이 없는 것 같다. 자신들 주장에 근거가 있고 떳떳하다면 이렇게 와서 훼방을 놓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취재진 중 한 명이 김 감독에게 "어찌 보면 (동성 결혼식 때문에) 대놓고 돌팔매질 당하는 셈 아니냐"고 물었다. 언론에 대대적으로 결혼식 준비과정과 당일 계획 등을 알리고, 야외에서 할 필요가 있냐는 얘기도 나온다는 질문이 더해졌다. 김 감독은 "저도 사람인데, 대놓고 돌팔매질 당하는 결혼식 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래도 (권리를 위해서 결혼식까지) 요란하게 해야 하는 한국사회와 한국 동성애자의 현실을 생각해달라"고 부탁했다.

김조광수-김승환씨를 비롯한 성소수자 인권단체 회원들의 기자회견장 바로 옆에서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동성애입법반대국민연합 등 보수단체들이 스피커 소리를 높여 놓은 채 맞불집회를 열고 있다.
▲ 동성커플 회견 방해하는 보수단체 김조광수-김승환씨를 비롯한 성소수자 인권단체 회원들의 기자회견장 바로 옆에서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동성애입법반대국민연합 등 보수단체들이 스피커 소리를 높여 놓은 채 맞불집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김조광수-김승환 예비부부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일문일답을 하고 있다.
▲ 김조광수-김승환 예비부부 국회의원 초청 김조광수-김승환 예비부부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일문일답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돌팔매질 당하는 결혼식, 쉽지 않지만... 동성애자 현실 생각해달라"

'맞불 기자회견' 때문에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거의 소리를 외치다시피 하며 성소수자 4대 인권 입법과제인 ▲ 군형법 제92조 6항 폐지 ▲ 차별금지법 제정 ▲ 성소수자 가족 구성권 보장 ▲ 성소수자 성별 변경 관련법 제정을 소개해야 했다.

군형법 제92조 6항은 군인 등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할 경우 2년 이하 징역형에 처한다는 규정이다. 성소수자들은 이 조항이 강제성이 없는 동성군인 간 성행위조차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반인권·차별 법안이라고 주장해 왔다.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 차별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의 활동가 잇을씨는 "국회는 국내외 어디서도 입증된 바 없는, '군 기강 혼란'이란 모호한 근거로 군대 내 성소수자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평등권, 인간의 존엄성을 감옥에 가두고 있는 현 상황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소수자와 인권단체 등 5690명은  6월 26일 국회에 군형법 제92조 6항 폐지 청원을 제출한 상태다.

차별금지법은 사연이 많은 법이다.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차별금지사유로 명시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오랫동안 주장해온 성적 소수자들은 지난 2월 민주당 김한길·최원식 의원이 각각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하지만 법 제정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곧바로 두 의원과 공동발의한 의원들에게 '항의 공세'를 퍼부었고, 4월 결국 차별금지법 발의는 철회됐다.

"성소수자 차별, 한국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차별... 대책 시급"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활동하는 몽씨는 "성소수자 차별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차별 중 하나로, 입법 ·정책적 대책이 시급하다"며 "2011년 한국여성정책연구소 차별실태 연구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차별 유형 2위로 '동성애자 차별'이 꼽혔다"고 했다. 그는 "성소수자 청소년 괴롭힘 문제 또한 심각하다, 자살 시도 경험 비율은 비성소수자 청소년의 다섯 배 가량"이라며 조속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했다. 

성소수자 가족 구성권 보장, 성소수자 성별 변경 관련법은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앞으로 새로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꼽은 과제다. '다양한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 해소와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연구모임'의 활동가 진경씨는 "이성애·법률혼 중심의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한국에서 동성커플은 건강보험 등 기본적인 혜택에서 불이익을 경험하고, 파트너가 입원이나 수술을 할 경우에도 보호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며 그들이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의 한가람 변호사는 국제사회 흐름에 따라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요건을 완화할 것을 요구했다.

김승환씨는 "4대 입법은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서는) 정말 최소한이고, 시급한 과제일 뿐"이라며 기자들에게 "꼭 (내용을) 봐달라"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들도 반대쪽 기자회견 때문에 취재진에게 내용이 충분히 전해지지 않았을까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 뒤 민주당 도종환·김광진·진선미 의원과 통합진보당 김재연·오병윤 의원, 정의당 박원석 의원에게는 직접 찾아가 청첩장과 4대 입법과제 자료를 전달했다.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며 김조광수 감독이 말했다.

"저희와 함께 대한민국이 조금 더 행복해지고, 평등해지고, 로맨틱해지도록 하겠습니다. (김승환씨를 바라보며) 이럴수록 더 방긋방긋 웃어야지, 웃어보세요. 더 방긋방긋 웃으며 결혼식 준비할게요."

오는 9월 7일 청계천 광통교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김조광수-김승환 동성커플이 22일 오전 국회앞에서 국회의원 초청 기자회견 및 성소수자 4대 인권입법과제(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성적지향·성별정체성 포함한 차별금지법 제정,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 성전환자 성별변경 관련법 제정) 실현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다양한가족 형태에 대한 차별해소와 가족구성원 보장을 위한 연구모임,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회원들이 함께 했다.
▲ 김조광수-김승환 예비부부 "가족 구성할 권리 보장하라" 오는 9월 7일 청계천 광통교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김조광수-김승환 동성커플이 22일 오전 국회앞에서 국회의원 초청 기자회견 및 성소수자 4대 인권입법과제(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성적지향·성별정체성 포함한 차별금지법 제정,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 성전환자 성별변경 관련법 제정) 실현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다양한가족 형태에 대한 차별해소와 가족구성원 보장을 위한 연구모임,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회원들이 함께 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회견을 앞두고 김승환씨가 김조광수 감독의 나비넥타이를 매어주고 있다.
▲ 나비넥타이 매는 김조광수-김승환 예비부부 회견을 앞두고 김승환씨가 김조광수 감독의 나비넥타이를 매어주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태그:#김조광수, #동성결혼, #차별금지법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