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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누구세요?"
"택배입니다."

'택배'하면 위의 풍경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기는 이런 풍경이 그리 많지 않다. 왜? 가정보다 기업을 더 많이 상대하니까. 어느 정도냐고? 손홍수 소장(K택배 안성 도기영업소)에 의하면 "취급하는 화물 중 기업배달 대 가정배달이 9대1"이란다.

여기서 잠깐. '택배'와 '화물'의 차이를 알아보자. '택배'란 물건을 배달장소까지 배달해주는 시스템이고, '화물'이란 영업소까지 배달 된 물건을 고객이 직접 찾아가는 시스템이다. 여기는 주로 기업을 상대하는 택배고객이 많은 셈이다. 이런 시스템은 일종의 차별화된 틈새시장이다.

여기 택배는 멤버가 10명이다. 손홍수 소장도 배달현장을 열심히 뛴다. 여기에선 소장이라도 현장을 뛰어야 팀워크가 맞아 들어 간다. 택배 일은 무엇보다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손소장은 말했다.
▲ 손홍수 소장 여기 택배는 멤버가 10명이다. 손홍수 소장도 배달현장을 열심히 뛴다. 여기에선 소장이라도 현장을 뛰어야 팀워크가 맞아 들어 간다. 택배 일은 무엇보다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손소장은 말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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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를 보면 지역중소기업이 보인다

이곳의 주요 일과는 딱 두 가지다. '오전에 배송, 오후에 픽업'. 전국 각지에서 배송된 물건을 싣고 안성지역(특히 미양 2~3공단) 기업들을 순회한다. 거기엔 밸브, 식품점 자재, 건설현장 약품 재료 등이 실려 있다.

상식적으로 오전에 배송하면서 물품도 픽업하면 되지 않을까? 두 번 일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손 소장은 "물품(주로 제품, 기계부품 등)이 오후에 생산 출하되기에 픽업은 오후가 되어야 가능해요"라고 말한다. 그렇다. 오전에 물품을 배송한 기업이라도 오후에 또 픽업하러 가야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

여기의 성수기는 봄과 가을, 비수기는 여름과 겨울이다. 그 이유? 바로 지역중소기업들의 주기와 똑같다. 기업 활동에 따라 이 영업소의 하루 매상이 결정된다. 요일로 따지면 월요일이 제일 바쁘다. 주말에 모아둔 물품이 월요일에 대거 몰리기 때문이다. 금요일도 만만찮다.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된 이래로 금요일에 물품이 대거 몰린다. 지역기업에 따라 일희일비해야만 하는 곳이 바로 여기다. 

혹 공휴일이 겹쳐도 여기는 쉬기가 힘들다. 한 기업이라도 일을 하는 곳이 있으면 배달과 픽업을 쉴 수가 없다. 명절과 일요일만 쉴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다. 그러다보니 가까운 지인들의 경조사를 챙기지 못해 늘 미안하다고 손 소장이 말했다.

배달사고, 이런 건 알아두면 좋아

여기의 최고 스트레스 요인은 역시 배달사고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조심스레 입을 여는 손 소장. 한 달에 한두 번은 배달사고 때문에 배상을 하곤 한다고 했다. 적게는 몇 만 원부터 많게는 몇 백만 원도 배상해봤다고 했다. 그런 일이 생기면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배송영업소에선 물품을 분명히 보냈는데, 물품이 보이지 않는 경우다. 법적으로는 48시간 이내에 분실한 그 물품을 찾으면 배상책임은 면하게 된다. 하지만, 해당 물품의 행방을 도무지 찾아내지 못할 땐, 찾느라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배상은 배상대로 해줘야 한다.

이때, 소비자들이 알아야할 상식이 있다. 300만 원이 넘어가는 고가의 물품은 반드시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그래야 배달사고가 나도 보험금 배상을 받을 수 있다. 또한 2000만 원 이상의 물품은 보험처리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너무 고가이기에 화물에서 취급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유가증권이나 현금도 택배로 보낼 수 없으며, 배달사고 시엔 배상받을 수 없다.

보험료라 해봐야 고작 1000원이다. 해당 물품을 배송할 때 1000원만 더 내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1000원을 내지 않고 화물을 붙인다. 몰라서 그렇기도 하고, 알면서도 '설마'라는 마음으로 보험료를 지불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정보는 일반가정에서도 알아 두면 좋을 듯하다.

택배도 팀워크가 생명

초창기엔 6명의 멤버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소장 포함 10명의 멤버가 여기에서 일한다. 멤버 중 30대가 20%, 40대가 50%, 50대가 30%다. 30대는 이 직종에 처음 입문한 사람들이고, 40대 이상은 배달하는 걸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하여튼 서민 가장이 대부분이다.

손 소장 자신도 현장배달을 뛴다. 자신의 고정 배달코스가 있다. 손소장은 직원들에게 웬만하면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일에 있어서 큰 아웃라인만 말해주고, 직원들이 알아서 하게 한다. 원래 말수가 적은 그지만, 직원에게 믿고 맡기는 편이기에 더욱 그렇다.

직원 중 한 사람이 아파 나오지 못하면, 소장을 포함한 전 직원이 조금씩 물품을 나누어 배달을 한다. 이런 형국이라 직원들은 웬만하면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자신이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동료들을 힘들게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회식은 어떻게든 한다. 토요일에 배달이 일찍 끝나면 회식을 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직원과 직원의 가족이 함께 무주로 1박2일 휴가를 다녀왔다고 했다. 아하! 이 일도 팀워크가 생명이라는 걸 그들은 몸으로 말해주고 있다. 손 소장은 "손발이 맞지 않으면 여기는 돌아가지 않는 곳"이라고 말했다.

왼쪽이 이현우 과장이고, 오른쪽이 손홍수 소장이다. 형님벌인 이현우 과장은 언제나 든든한 파트너다. 이현우 과장은 사무실에서 내근직을, 손홍수 소장은 현장에서 배달직을 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는 곳이 바로 여기다.
▲ 동료 왼쪽이 이현우 과장이고, 오른쪽이 손홍수 소장이다. 형님벌인 이현우 과장은 언제나 든든한 파트너다. 이현우 과장은 사무실에서 내근직을, 손홍수 소장은 현장에서 배달직을 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는 곳이 바로 여기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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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배달사고와 시간 지연 때문에 고객으로부터 험한 소리를 들을 땐 스트레스가 쌓이지만, "물건 잘 받아서 고맙다"는 전화 한 통화면 봄에 눈 녹듯 마음이 녹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일이 전망이 밝다고 했다. 특정 중소기업이 있다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결국 이 땅에 기업이 있는 한 이 일은 계속 될 것이라 했다.

살기가 힘들다지만 이렇게 '서민 손홍수'는 직원들과 함께 틈새를 찾아 어떡하든 살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는 인터뷰가 끝나기가 무섭게 배달 가야한다며 바삐 서두른다.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16일, 손홍수 소장과 해당 택배영업소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태그:#택배, #기업배달, #화물, #택배영업소,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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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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