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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룰'은 모두 정해졌고 이제 '베팅'만 남았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오는 8월 19일 오전 9시부터 이른바 '황금 주파수'를 놓고 경매를 시작한다. 늦어도 열흘 뒤면 수조 원대 LTE 주파수들의 주인이 가려지는 것이다.  

지난 2011년 8월에 이어 두 번째 치러지는 주파수 경매지만 경우의 수는 훨씬 복잡하다. 통신3사가 자기가 원하는 주파수뿐 아니라 다른 주파수 입찰 추이까지 살피며 치열한 눈치 작전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수년간 통신시장 경쟁 판도를 가를 이번 주파수 경매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 본다. 

[관전포인트①] 첫 복수 밴드플랜, 흥행 성공할까

8월 19일 주파수 경매의 가장 큰 특징은 '주파수 할당방안(밴드플랜)'을 놓고 우열을 가린다는 점이다.
 8월 19일 주파수 경매의 가장 큰 특징은 '주파수 할당방안(밴드플랜)'을 놓고 우열을 가린다는 점이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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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파수 경매의 가장 큰 특징은 두 가지 '주파수 할당방안(밴드플랜)'을 놓고 우열을 가린다는 점이다. 단일 밴드플랜일 경우 통신사들은 자신이 원하는 주파수만 신경 쓰면 되지만 복수 밴드플랜에선 상대쪽 밴드플랜에 있는 주파수 입찰 추이까지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KT가 1.8GHz 인접대역(밴드플랜2 D2 블록)에 아무리 높은 가격을 써내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밴드플랜1' A1 B1 C1 블록에 더 높은 가격을 써내면, 원하는 대역을 가져갈 수 없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4일 주파수 할당 신청 적격 심사 발표와 입찰 설명회를 마쳤다.  이에 앞서 '게임의 룰'에 해당하는 세부시행계획도 발표했고 회사별로 예행연습도 치렀다. 경매 과열을 막겠다면서 최저입찰액 기준인 기본입찰증분을 지난 2011년 1%에서 0.75%로 낮추고, 오름 방식 공개 입찰도 하루 6라운드, 전체 50라운드로 제한했지만 최종 밀봉 입찰에선 낙찰가 제한이 없다. 경쟁사들이 KT 인접대역 확보 차단에 사활을 걸 경우, 최종 낙찰가가 얼마에 이를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다. 특정 주파수 블록을 놓고 통신사간 직접 경쟁이 벌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밴드플랜간 간접 경쟁을 통해 할당대가를 최대한 높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6월 28일 발표한 1.8GHz-2.6GHz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 계획. KT가 광대역망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KT 인접대역(D블록)을 할당하지 않는 안(밴드플랜1)과 할당하는 안(밴드플랜2)를 동시에 경매에 붙여 입찰가 합계가 높은 밴드플랜과 낙찰자를 정하는 방식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6월 28일 발표한 1.8GHz-2.6GHz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 계획. KT가 광대역망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KT 인접대역(D블록)을 할당하지 않는 안(밴드플랜1)과 할당하는 안(밴드플랜2)를 동시에 경매에 붙여 입찰가 합계가 높은 밴드플랜과 낙찰자를 정하는 방식이다.

[관전포인트②] KT, 인접대역 확보에 성공할까

이번 주파수 경매의 최대 쟁점은 역시 KT 1.8GHz 인접대역(밴드플랜2, D2블록) 확보 여부다. 정부가 복수 밴드플랜 방안을 내놓은 명분도 D블록 할당을 둘러싼 통신3사의 첨예한 갈등이었다. KT가 인접대역을 확보하면 기존 1.8GHz대역 20MHz와 합쳐 바로 광대역 서비스가 가능하다. 두 개의 주파수를 묶는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 기술 없이도 기존 LTE(최대 75Mbps)보다 빠른 LTE-A급 무선 네트워크 속도(최대 100Mbps)를 확보할 수 있다.

물론 KT가 D블록을 가져갈 경우 전국망 서비스 시기는 내년 7월 이후로 제한했지만 서울과 수도권에서 기존 LTE 단말기로도 바로 LTE-A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존 900MHz 대역과 연계한 LTE-A 서비스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KT가 인접대역 확보에 목을 매는 이유다.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KT의 광대역 주파수 확보를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물론 양사 모두 지난달부터 CA 기술을 활용한 LTE-A(최대 속도 150Mbps)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절박성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그렇다고 KT에게 1조~2조 원 정도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인접대역을 호락호락 넘겨줄 리는 없다. 다만 KT가 D블록을 포기하게 만들 정도로 입찰가를 높이게 되면 자신들도 이번 주파수 확보에 그만큼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주파수 할당 대가는 8년간 나눠 내지만 25%를 선납해야해 당장 현금 보유 규모나 영업이익에 미칠 영향도 따져봐야 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번 경매가 예상보다 싱겁게 끝날 거란 전망도 나온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KT에 맞서 밴드플랜1 특정 블록에만 '올인'할 경우 입찰가가 2~3조 원까지 치솟을 수 있지만 여러 블록을 오가며 '속도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통신3사 모두 영리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입찰가가 2~3조 원대까지 가는 '쩐의 전쟁'을 벌일 가능성은 낮다"면서 "각사 현금 보유 규모나 주파수 적정 가치 등을 감안한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전포인트③] SKT-LGU+ 선택은?

KT가 D블록에 올인한다고 봤을 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어느 블록을 선호할지도 관심거리다. 일반적으로 양사는 1.8GHz 대역 광대역 주파수인 C블록(35MHz)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LTE용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주파수 대역이기 때문이다. A, B블록(40MHz) 역시 광대역 주파수지만 2.6GHz대역이어서 상대적으로 후순위다. 다만 2.6MHz대역도 LTE 활용이 늘고 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가져갈 수 있는 잇점도 있다. 반면 이들에게 D블록은 별다른 이점이 없다.

따라서 오름 경매 초반  KT D2블록 견제하려고 밴드플랜1의 C1가 A1나 B1블록 입찰가를 높이다가  입찰가를 높이도록 유도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C2나 A2, B2 블록에 입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T가 D블록을 가져가는 걸 막을 순 없더라도 최소한의 대가를 치르게 하고 자신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D블록에 올인하는 KT로선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지만 입찰가가 임계점을 넘으면 거꾸로 D블록을 포기하고 A, B블록이나 C블록 확보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T-LG유플러스의 느슨한 연대도 변수다. 현재로선 KT에 맞서 공동 대응하는 모양새지만 경매 막판 실속 차리기에 나설 경우 특정 블록을 놓고 서로 강력한 맞수가 될 수도 있다.

[관전포인트④] 최저낙찰가 1조2000억 원... 2~3조 원까지 갈까

최종 낙찰가는 과연 얼마까지 치솟을까? 최저경쟁가격은 C블록(35MHz폭)이 6738억 원으로 가장 비싸고, A·B블록(각 40MHz폭)이 각 4788억 원, D블록(15MHz)이 2888억 원으로 가장 싸다. 일단 이통3사가 각각 1개 블록을 가져간다고 가정할 때 최저입찰가만 1조2000억~1조6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 2011년 SK텔레콤이 1.8GHz대역 20MHz를 놓고 KT와 81라운드까지 가는 '쩐의 전쟁' 끝에 최저경쟁가격(4455억 원) 2배가 넘는 9950억 원에 낙찰 받았다. 이번에도 최종 낙찰가가 최저 입찰가 2배에 가까운 2~3조 원대 이를 것이라고 보는 주요한 근거다.

김준섭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31일 보고서에서 최근 해외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주파수 낙찰 사례를 토대로 적정 낙찰가를 산정했다. 해외업체 낙찰가는 매출액 대비 5~15% 수준이었고 사용인구당, MHz 당 단가는 1000원 정도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KT의 지난해 매출 15%가 1조 원대고, 사용인구당 MHz당 2000원 정도를 적절한 수준이라고 봤을 때 D블록 15MHz폭은 7500억~1조 원대가 적절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이통3사간 경쟁 관계가 변수다. 김 애널리스트는 KT가 CA를 구축하는 경우와 광대역 LTE를 구축하는 경우를 비교해 1조 3천억~1조 5천억 원 정도 추가 지출이 가능할 걸로 봤고, SKT와 LG유플러스는 CA에 따른 LTE-A 전국망 확보에 3개월 정도 더 걸리는 걸 감안해 주파수 실제 가치보다 각각 3000억 원, 2200억 원 더 쓸 여력이 있다고 추정했다.


태그:#주파수 경매, #LTE,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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