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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을 직접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가 무척 합리적인 사람인 줄 안다. 비록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장관 경력에 교육학자 출신이니, 말과 상식과 논리가 통하고, 교육적인 논리와 안목을 지녔고, 의회를 존중하는 민주적인 지도력을 갖고 있으리라고 짐작한다.

나도 그런 줄 알고 문 교육감과 몇몇 교육현안에 대해 이해도 구하고 설득도 하고 절충도 시도해 보았다. 그러나 지난 7개월 그가 교육감직을 수행하는 것을 보고 실망을 넘어 절망 상태다. 한 마디로 벽창호라고나 할까? 누구  말대로 벽 보고 얘기하는 것이 나을 듯싶다.

겉으로는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워주는 행복교육과 정약용 프로젝트(정직, 약속, 용서)를 강조하면서, 실상은 학생인권조례 무력화에 힘쓰고, 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혁신학교 공격과 탄압에 안간힘을 쓰는 것을 보면서 어찌 실망하지 않을 수 있으랴?

거기에 그치지 않고 비리백화점으로 드러난 국제중을 지정 취소 못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 도대체 이 분이 국제중 교육감인지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인지 헷갈릴 정도다. 오죽하면 일부에서 그를 '문감' 대신 '곰감'이라고 하고, '명박산성'에 빗대어 '용린산성'이라고 하겠는가.

문용린 교육감은 말바꾸기의 달인?

 “낡고 녹슨 수도관에서 계속 먹기 힘들 정도로 심한 녹물이 나오는데, 과연 물만 바꾼다고 녹물이 안 나올까? 수도관 자체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학생을 대상으로 분식점 한다고 하기에 허가해 주었더니, 알고 보니 유흥업소, 유해업소하고 있는 셈인데, 허가 취소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 국제중 지정 취소 촉구 기자회견 “낡고 녹슨 수도관에서 계속 먹기 힘들 정도로 심한 녹물이 나오는데, 과연 물만 바꾼다고 녹물이 안 나올까? 수도관 자체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학생을 대상으로 분식점 한다고 하기에 허가해 주었더니, 알고 보니 유흥업소, 유해업소하고 있는 셈인데, 허가 취소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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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문용린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은 처음부터 국제중을 감사할 생각과 의지가 없어 보였다. 의회와 언론의 압박 등에 떠밀려 마지 못해 국제중 감사에 착수했다. 힘껏 도와주겠다는 의회의 협력을 거부한 것은 물론이고, 국제중 존폐 문제에 대해 얼마나 손바닥 뒤집듯이 자주 말을 바꾸었는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교육의원인 내가 본의회장에서 "이 정도 비리와 위법, 탈법이면 충분히 지정 취소 사유가 된다. 지정 취소하겠느냐"고 시정질문하자 "특별감사 이후 판단하겠다"고 하더니, 감사가 끝나니 이번에는 "검찰수사 이후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국회 가서는 "지정취소 어렵다고 했다"가, 다시 서울시의회에 와서는 "조직적 비리가 드러날 경우, 지정취소까지 고려하겠다"고 했다. 그러던 분이 검찰수사가 끝나니 이제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76조를 들어, 지정 취소 못하겠다고 고집을 부려 빈축을 사고 있다.

영훈, 대원 등 서울의 두 국제중은 이미 감사와 수사 결과에서 보듯, 학교·교육기관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비리를 저질러 국민적 공분을 샀다. 공정해야 할 입학전형에서 성적이 아닌 부모의 경제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보고 사실상 학생을 '골라 뽑기'했다. 소수의 아이를 부정 입학시키기 위해 다수 학생들의 성적을 조작했고 대가성 금품거래까지 확인됐다.

우발적이거나 개별적인 범죄가 아니라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범죄행위다. 이런 '학교'를 과연 학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런 곳에 우리 학생들을 앉혀놓고 수업을 하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오죽하면 교육부와 일부 새누리당 국회의원조차 지정 취소 쪽에 무게를 두고, 그리고 <중앙일보> 등 보수언론마저도 사설에서 폐교를 언급했을까? 급기야 지켜보던 대통령까지 나서 '설립 목적을 벗어난 국제중의 지위를 배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라고 했을까.

교육부는 "즉각적인 국제중 지정취소가 가능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고, 전교조는 물론 교총도 영훈중의 지정 취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교육부가 6곳 법무법인에 법률자문을 구한 결과 4곳에서 즉각 지정 취소가 가능하다는 검토 의견을 보내왔다고 한다.

전교조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 영훈국제중 지정취소와 관련한 법률자문을 의뢰했고다. 그 결과 "특성화중학교 지정 취소는 '행정행위의 철회'에 해당해 입학비리 등과 같은 중대한 사정 발생 또는 공익상 필요가 발생한 경우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서울시교육청에 전달한 의견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대형 교통사고 냈는데, 운전기사만 바꾸면 될까?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현행 초중등교육법상 특성화 국제중학교는 지정 기간인 5년이 만료되기 전에 지정을 취소할 수 없다"며 "국제중 지정 취소는 법적으로 교육감 권한 밖의 일"이라고 밝혔다.

문용린 교육감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 내용에서 보듯 역시 여전히 국제중 지정 취소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다. 그러자 영훈국제중 학부모들이 이때다 싶었는지 인권위에 진정서를 내고 서울시의회 앞에서 시위를 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내가 국제중 지정취소 비유로 "알고 보니 알코올 중독자가 상습적이고 지능적으로 음주운전을 했고 대형교통사고까지 냈다. 당연히 면허 취소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것에 답이라도 하듯, 문 교육감은 "버스가 사고를 냈는데 버스에 결함이 있으면 버스를 폐기처분해야 하고 운전사가 미숙했다면 운전사를 갈면 된다"며 "영훈국제중도 선생님과 교장, 이사진이 비리 저지른 것이니까 운영진을 바꾸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정 취소를) 여론에 밀려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나는 다시 문 교육감에게 그렇게 말하고 싶다.

"낡고 녹슨 수도관에서 계속 먹기 힘들 정도로 심한 녹물이 나오는데, 과연 물만 바꾼다고 녹물이 안 나올까? 수도관 자체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학생을 대상으로 분식점 한다고 하기에 허가해 주었더니, 알고 보니 유흥업소, 유해업소하고 있는 셈인데, 허가 취소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문용린 교육감은 왜 유독 자신의 공직 생명이라도 걸린 듯 일편단심 '국제중 사수'를 외치는 것일까?

초중등교육법에 의하면, 국제중은 폐교도 가능

나에 대해 신상털기식으로 공격하고, 낙인찍기식으로 음해할 그 시간과 정성과 노력이 있다면, 제발 국제중 비리 등 교육비리와, 그리고 국제중을 감싸고 도는 문용린 교육감에 대해 더 날카롭고 엄격한 잣대로 감시와 견제를 해 달라.
▲ 교육자치포럼 주최 기자회견 사진 나에 대해 신상털기식으로 공격하고, 낙인찍기식으로 음해할 그 시간과 정성과 노력이 있다면, 제발 국제중 비리 등 교육비리와, 그리고 국제중을 감싸고 도는 문용린 교육감에 대해 더 날카롭고 엄격한 잣대로 감시와 견제를 해 달라.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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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조금이라도 분별력이 있다면 영훈국제중은 벌써 몇 달 전에 '아웃'되었어야 했다. 서울시 교육청의 자체 감사 결과만으로도 국제중 지정 취소는 물론이고 재단 자체를 공립화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하물며 상상을 초월하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여전히 지정 취소 불가를 외치는 문용린 교육감은 도대체 누구들 위한 교육감이고 무엇을 위한 교육행정인가?

국제중 시행령의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에는 학교장, 설립자·경영자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법을 위반했을 때 교육감은 학교 폐쇄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영훈중의 경우, 폐교도 가능하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재학생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정 취소를 하자는 것이다. 호주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영훈에서 일어난 1/10 비리에도, 해당학교를 폐교한단다. 그래도 누가 하나 이의 제기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 인근 학교로 전학을 간다는 것이다.

국제중을 지정 취소해도 현재 재학생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없다. 재학생들에게는 기득권 유지 차원에서 국제중 커리큘럼대로 졸업 시키고, 내년 신입생부터 일반중 학사를 적용하는 것이다. 동양고, 용문고가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한 것처럼. 지금 재학생들에게 무슨 피해가 간다는 말인가?

법리싸움이 아니더라도 서울의 두 국제중 지정취소는 가능하다. 원래 두 국제중은 사배자(사회적 배려 대상자) 20% 학비를 재단이 부담한다는 조건으로 설립됐다. 두 재단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이 약속을 지키겠다며 이행각서까지 제출하였고, 교육위원회에 나와 호언장담하였다. 그러나 이 약속은 1년이 지나자 휴지조각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동안 은근슬쩍 국고지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이번 교육청 감사 지적사항이다.

그동안 두 국제중에 지원했던 국민의 혈세는 마땅히 회수해야 한다. 그리고 당장 국고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그러면 사배자 20% 학비를 부담할 의사와 능력도 없는 두 재단은 스스로 국제중을 반납할 것이다. 문용린 교육감은 반납 신청이 들어와도 일반중으로 전환하지 않을 것인가?

덧붙이는 글 | 김형태 시민기자는 서울시 교육의원입니다. 이와 유사한 내용의 원고를 프레시안에도 보냈습니다.



태그:#국제중 지정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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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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